첫째가 어릴 적, 저녁을 먹고 나면 우리는 유모차를 끌고 동네를 걸었다.
봄에는 벚꽃을, 가을에는 단풍을 보았다.
‘꽃구경’, ‘단풍구경’이라 말했지만, 사실 그건 함께 걷기 위한 이유에 불과했다.
그 시절의 우리에게 걷는 일은 곧 대화였다.
유모차를 사이에 두고 미주알고주알, 사소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그런 대화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조금 더 이해했고, 함께 웃었다.
세 아이를 키우며 그런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다.
각자의 일과 피로, 무심함이 우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요즘 다시 우리는 걷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커가고, 우리의 손이 비워진 만큼
다시 서로를 향한 대화의 문이 열렸다.
깊어가는 가을, 길 위에서 우리는 예전처럼 천천히 걷는다.
말없이 걸어도 좋고, 사소한 이야기를 흘려도 좋다.
바람이 차가워질수록 마음은 오히려 따뜻해진다.
대화가 다시 시작되었다.
그리고 나는 바란다.
이 가을이 지나도 우리의 사랑도, 대화도
계절처럼 깊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