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자르는 일은 마음을 다듬는 일

by 권성선


오늘 페이스북이 몇 년 전의 사진을 하나 꺼내 보여줬다.

곱게 염색한 단발머리의 나.

환하게 웃고 있지 않은 조금은 단단하고 조금은 지친 얼굴이었다.

그때의 날짜를 확인하는 순간 마음이 멈칫했다.

그 시기는 큰아이 문제로 마음이 갈가리 찢어지고, 남편과의 갈등이 고개를 들며 내가 나 자신을 잃어가던 때였다.

아마도 나는 그 혼란 속에서 ‘어디까지 무너져야 할까’ 하는 두려움을 지우고 싶어 머리를 잘랐던 것 같다.

삶이 흔들릴 때 사람은 이상하게도 머리를 자르며 리셋을 꿈꾼다.

머리를 정돈하며 마음까지 정돈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그날의 나도 그랬겠지.

그래서일까.

오늘 그 사진을 보며 갑자기 단발이 땡긴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건 단순한 헤어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지금의 나도 조용히 리셋을 필요로 하고 있는 거다.

그 사진 속 나는 지쳐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무너지지 않은 얼굴이었다.

부서진 마음을 손으로 붙들고 ‘여기까지 와서 버티고 있다’고 말하는 듯한 표정.

그 고요한 힘이 지금의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너도 지금 조금 힘들지? 그러니까 또 이렇게 나를 불러냈지?”

단발병은 어쩌면 마음이 보내는 신호다.

다시 중심을 잡고 싶은 마음,

복잡한 것들을 잘라내고 싶은 마음,

나를 나답게 되돌리고 싶은 조용한 요청.

사진 속의 나를 한참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나는 그때의 세상을 견디며 살아냈고,

지금의 나 역시 지금의 세상을 살아내고 있다.

머리를 자르든 말든 나는 결국 또 나를 다시 세워낼 것이다.

그러니 오늘은 그 사실을 기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 사진은 단발머리의 기억이 아니라 한 시절의 나를 버티게 했던 마음의 모양이었음을.


단발.png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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