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결국 글을 쓰는 나에게

by 권성선

2007년 12월 5일.

그날의 일기 속 나는 글을 너무 쓰고 싶어 하면서도

정작 한 문장 적는 일조차 버거워하던 사람이었다.

육아와 일상 속에서 마음은 자꾸 앞으로 가고 싶은데 손끝은 굳어버린 듯 움직이지 않았다.

“왜 이렇게 막히고, 왜 이렇게 자신이 없을까.”

그 문장을 적어두고 나는 오랫동안 글 앞을 서성였다.

세월이 흐르고, 아이들이 자라고, 나 또한 삶의 여러 굽이들을 지나왔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매일 글을 쓴다.

아직 ‘정식 작가’라는 이름을 얻은 것도 아니고,

공모전 발표를 기다리는 지망생의 자리에 머물러 있지만

20년 전의 나와 확실히 달라진 점이 있다.

돌아보면 신기하다.

그때는 글이 너무 쓰고 싶었는데,

지금의 나는 글을 쓰지 않으면 하루가 허전하다.

그때는 자신이 없다고 적어 놓았는데,

지금은 글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을 살피고,

내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나를 세우고 있다.

그때는 글이 ‘가고 싶은 곳’이었다면, 지금은 글이 ‘돌아올 곳’이 되었다.

내가 쓰는 문장은 이제 누군가에게 닿을 수도 있고,

혹은 아직 어디에도 닿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가능성 속에서 나는 살아 있고,

그 가능성 덕분에 나는 내일도 다시 쓰고 싶어진다.

나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는 쓰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20년 전의 나에게는 충분한 대답이 될 것이다.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다.

이제 남은 길은 쓰고 싶은 이야기를 끝까지 써내려가는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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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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