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밴드에 오랜만에 로그인했다가 깜짝 놀랐다.
한때는 하루를 쪼개며 드나들던 모임들이 쉰 개가 넘게 쌓여 있었다.
그 안에는 함께 웃고, 일하고, 나누었던 시간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시민활동에서 아이들 학교 봉사, 취미로 다니던 기타 동아리와 정치인들지지 활동에 이르기까지...
그 시절 내가 몸담았던 여러 삶의 흔적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하지만 결국 몇 개만 남기고 모두 탈퇴했다.
탈퇴 버튼을 누를 때마다 십오 년의 기록이 손끝에서 흩어지는 듯했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이런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며칠 전 휴대폰 앨범을 정리할 때도 비슷했다.
새 휴대폰을 바꿀 때마다 따라다니던 모임 사진들, 단체활동 기록들이
끝없이 이어졌고, 그 시간을 보며 문득
‘그때 차라리 나와 가정을 더 돌볼 걸…’ 하는 후회가 올라왔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 당시의 나는 그 일을 하면서 분명 보람을 느꼈다.
그 감정이 진심이었다면 그 시간들은 결코 낭비가 아니다.
그 일을 통해 버티고,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스스로를
이제 와서라도 다독여주고 싶다.
그리고 정리라는 행위가 가진 의미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정리는 상실이 아니라 재구성이고,
포기가 아니라 초점의 이동이며,
과거를 버리는 일이 아니라
‘현재의 나’를 위해 공간을 되찾는 일이다.
버린 만큼 마음이 가벼워지고,
비운 자리만큼 나를 위한 자리가 생긴다.
그리고 삶은 언제나, 그 빈자리에 맞춰
새로운 의미를 천천히 채워 넣는다.
그래서 정리는 끝이 아니다.
정리는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과정이다.
나는 지금 그 길 위에 서 있다.
비워낸 자리에서 시작하려는 나를 이제 조용히 응원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