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똥구리에 대한 예의

휴먼 에세이 6

by 한결

농촌 출신인 나는 어려서부터 곤충과 수생 동물에 관심이 많았다. 아니 도처에 눈에 뜨이는 것이니 친숙할 수밖에 없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나을 듯싶다. 고향 마을은 언제나 쉽게 볼 수 있는 개미 부터 나비, 벌 등을 비롯하여 방아깨비, 여치, 메뚜기 등이 지천이었고 물 속에는 물장군, 소금쟁이, 물방개 등 수생동물이 가득해서 내게 자연은 놀이터였고 그곳의 생물은 늘 함께 자라는 친구였다. 지금은 흔하지 않는 장수풍뎅이나 딱정벌레 등도 흔하게 볼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딱 한 번밖에 보지 못한 귀한 곤충이 있었으니 바로 쇠똥구리다.


예전의 농촌에서는 소가 농사를 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와 쟁기가 귀히 대접받던 시대, '이려! 이려!' 소리와 함께 농부들의 논 밭갈이가 바빠지지는 시기는 소와 쟁기 들의 전성시대였다. 집집마다 소들이 재산목록 1호였기에 어느 집이든 애지중지했고 집 안에 외양간이 있는 이유도 소중한 일꾼인 소를 돌보기 위해서였다. 그때는 소도 사람처럼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농사꾼 이었는데 소의 단점이 있다면 그들이 지나다니는 길에는 반드시 배설물이 있다는 거였다. 소는 풀하고 여물만 먹기 때문에 잡식을 하는 돼지처럼 배설물에서 썩은 내는 나지 않지만 특유의 풀냄새가 있고 파리들이 들끓어서 피해 다니곤 했는데 그 소똥에는 굉장한 경이로운 사실이 숨겨져 있었다. 바로 쇠똥구리의 삶이다.


초등학교 3.4학년 경 여름방학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느 날과 마찬가지로 친구들과 놀기 위해동네 골목길을 지나는데 여기저기 소똥이 널 부러져 있는 거다. 이를 피하려고 땅만 보고 걷던 중 난생 처음 보는 녀석이 커다란 구슬 같은 것을 굴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 모습이 하도 신기해 가까이 다가가 보니 교과서에서만 보던 쇠똥구리였다. 보기에도 장엄한 투구를 쓰고 번쩍 거리는 검은 갑옷에 톱니 검을 치켜세운 장수의 모습으로 씩씩하게 전투를 치루고 있었다. 얼마나 반갑고 신기했던지 앉은 자리에서 한참을 구경하였다. 동그란 쇠똥 경단을 만들어 열심히 굴리고 있는 모습, 자기 체구보다 훨씬 큰 쇠똥을 톱날 발로 밀어내는 처음 보는 광경, 신기하기도 하거니와 또 언제 만날지 모르니 눈에 넣어 둬야 한다. 굴리는 속도가 제법 빠르다. 무더운 여름 날씨임에도 쉬지를 않는다. 앞만 보고 가다보면 언덕도 만나고 웅덩이도 만난다. 힘에 부친다. 언덕을 오르려고 애를 쓰지만 미끄러지기를 수차례, 드디어 언덕을 넘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아마 그 녀석은 구슬을 열심히 굴려서 자신 들의 보금자리인 굴 속으로 가져가 저장해 놓고 자신의 분신인 애벌레 자녀들을 먹여 살려야하는 한 집안의 가장이었을 것이다.


나의 부모님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당시 우리 집은 아버지께서 콩나물 공장을 하시고 어머니는 돼지를 키웠었는데 어머니는 돼지의 먹이를 구하기 위해 하루 종일 손수레를 끌고 잔반을 걷으러 다니셨고 아버지는 콩나물에 물을 주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셔서 밤늦께 까지 콩나물과 함께 하셨다. 숨이 턱턱 막히는 삼복더위나 영하 10도가 넘은 강추위에도 부모님의 시간표는 늘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난의 먼 길을 헤쳐 나오신 부모님의 마음도 그때 쇠똥구리의 마음과 같았으리라. 버거운 삶의 짐을 어찌 아니 벗고 싶었을까. 쇠똥구리처럼 종일토록 굴려야 하는 당신들의 땀과 피가 섞인 경단을 나와 동생이 먹고 자랐다.


자기 체구보다 몇 배 큰 쇠똥을 굴리는 모습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친구 들과 냇가에가 멱을 감고 와서 다시 그 장소에 갔더니 쇠똥구리는 보이질 않았다. 자신들의 식솔을 먹이기 위한 인고의 시간을 드디어 퇴근 후의 휴식으로 보상 받은 것일까. 아마 이마에 흐르는 땀을 씻으며 시원한 굴 속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린 시절의 딱 한 번 본 쇠똥구리에 대한 기억은 지금까지도 선명히 남아 있다. 앞 산 중턱에서 처음으로 여치를 채집했던 날, 가을 추수가 끝난 논에서 메뚜기를 잡아 구워먹었던 날과 함께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는 곤충에 대한 추억 중의 하나다.


쉴 새 없이 소똥을 밀며 앞으로 나아가는 쇠똥구리의 끈기 있는 전진은 먹고 살기위한 당연한 삶의 무게이기도 하지만 앞만 보고 나아가는 묵묵한 노력과 성실히 일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반드시 본받아야할 삶의 한 장면이다. 지금의 세상은 일확천금을 노리기 도 하고 요행을 바라는 시대이기도 하다. 부동산, 주식, 암호 화폐까지 투자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돈을 벌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세상이다.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모르는 불 확실성의 시대, 오죽하면 영혼까지 끌어 모은다는 ‘영끌’이라는 말이 유행할까. 자신이 알아서 하는 것이니 뭐라고 할 수는 없는 없겠으나 정직하게 땀 흘려한 발 한 발 앞으로 전진 하는 근면의 정신이 때로는 투기와 한탕주의 정신의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쉽다.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져 지금은 시골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쇠똥구리를 생각하며, 탑을 쌓아 나아 가듯 성실함의 근원이 점차 사라지는 듯한 지금을 조망한다. 내가 살고 있는 지구는 둥글고 둥근 지구는 쇠똥구리가 굴리는 소똥과도 같은 원의 형태이다. 나 또한 지금까지 이 땅을 밟으며 삶의 무게를 떠받들고 지구를 굴려오지 않았던가. 아무리 돈이 좋다 해도 일확천금을 누리는 삶은 꿈꾸지 않을 것이다. 남을 쫓아내고 그 위에 내 것을 만드는 구린내 나는 짓은 아니 할 것이다. 진짜 썩은 냄새가 나는 것은 쇠똥이 아니라 쇠똥이 구르지 못하는 환경을 만드는 인간의 탐욕과 욕심이다. 앞으로도 내게 주어진 삶을 쇠똥구리처럼 살려한다. 그게 삶의 정답이라는 것을 어렸을 때 쇠똥구리에게 배웠고 결코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며,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 인지를 가르쳐준 내 삶의 스승, 쇠똥구리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사진 전체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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