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
한결
사복 사복 눈 내리는 머릿결 위로
덕지덕지 붙은 상념이 떨어지는
알수 없는 서러움의 밤
손잡아 줄이 없는 겨울 사막 한가운데
탈진한 낙타가 흐느적 거린다
조각난 환영들의 섬에
오아시스는 보이지 않고
곰팡이 가득한 상처는
은둔의 동굴을 찾아 들어가
불면의 밤을 부른다
언저리에서 별 하나 떨어지고
깜깜한 하늘이 쏟아진다
멀리서 경적을 울리며 버스가 온다
뿜어내는 연기에 섞어
숨쉬기 힘든 추억들이 자꾸 멀어진다
눈송이가 빗발치듯 쏟아지고
하루 종일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종종걸음치던 개미들의 더듬이가 주저앉은 밤
추운 하루를 온 몸으로 살아낸 남자가
막차에 몸을 싣는다
버스는 마지막 힘을 짜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졸다가 깨다가 비몽사몽 간
꾸벅 꾸벅 종점을 향해 달린다
유난히 바람이 거셌던 하루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마저도 버거운데
식구들 잠이 깰까
살금살금 들어간 보금자리는 온통 암흑
하루 종일 지구를 떠받치고 있던 팔을
내리지 못한 채 그대로 잠자리에 눕고
어린 시절 아버지의 너털웃음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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