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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Dec 30. 2023

낙타

한결의 사랑 시 산책 8

낙타

한결

                 

사복 사복 눈 내리는 머릿결 위로

덕지덕지 붙은 상념이 떨어지는

알수 없는 서러움의 밤

손잡아 줄이 없는 겨울 사막 한가운데

탈진한 낙타가 흐느적 거린다

 

조각난 환영들의 섬에

오아시스는 보이지 않고

곰팡이 가득한 상처는

은둔의 동굴을 찾아 들어가

불면의 밤을 부른다

 

언저리에서 별 하나 떨어지고

깜깜한 하늘이 쏟아진다

멀리서 경적을 울리며 버스가 온다

뿜어내는 연기에 섞어

숨쉬기 힘든 추억들이 자꾸 멀어진다

 

눈송이가 빗발치듯 쏟아지고

하루 종일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종종걸음치던 개미들의 더듬이가 주저앉은 밤

추운 하루를 온 몸으로 살아낸 남자가

막차에 몸을 싣는다

 

버스는 마지막 힘을 짜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졸다가 깨다가 비몽사몽 간

꾸벅 꾸벅 종점을 향해 달린다

유난히 바람이 거셌던 하루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마저도 버거운데

 

식구들 잠이 깰까

살금살금 들어간 보금자리는 온통 암흑

하루 종일 지구를 떠받치고 있던 팔을

내리지 못한 채 그대로 잠자리에 눕고

어린 시절 아버지의 너털웃음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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