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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Dec 29. 2023

뜨거운 바다

한결의 사랑 시 산책 7

뜨거운 바다

한결
                

뱃고동이 울린다

경적소리에 맞추어 갖가지 표정들을 쏟아낸다

어시장 한 귀퉁이 포장마차는

전복라면과 소주 한잔으로

긴 항해의 피로를 푼다


부두를 둘러싼 것은

비릿한 삶의 비늘 들이다

무수히 하늘을 덮고 육지와 바다가 함께호흡한다

갈매기떼와 함께

섬을 향해 떠나가는 여객선은 바다를 가득 품었다


어시장 길가 소쿠리에 널어놓은 생선들을

호시탐탐 노리던 고양이는

따사로운 볕의 공격에 깜빡 잠들어 버리고

하루종일 아무 것도 먹지못한 중년의 남자가

곁을 서성거린다


밥집 할머니의 정성 가득한 사천원 짜리 백반에는

바다를 통째로 집어넣은 듯 미역국 색깔이 파랗다

생선을 포기한 남자가

가랑가랑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며 폐지를 줍는다

리어커 위에 산이 하나 생긴다

하루종일 일하면 그도 뜨거운 바다를 먹을 수 있겠다

사진 전체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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