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한결
평생을 잘못없이 살았다는 말은
위선(僞善)의 굴레
남겨진 삶은 어떻게든 살아야겠기에
자신의 몸보다 몇배나 덩치가 큰
반찬값을 실은 리어카의 신음소리를
애써 못들은 체 외면한다
세상을 원망 못하는 것은
가슴 안에 남아있는 양심의 속삭임
노인보다 더 나이들어 보이는 리어커는
제 주인을 향해 허우룩한 표정을 지으며
묵묵히 따라온다
자동차의 클락숀 소리는 이미 안들린지 오래
손자뻘 되는 아이들과 입씨름을 한다
총강총강 뛰어가는 조그만 푸들 한 마리를
주인 아주머니는 행여나 다칠세라
조심스레 목줄을 잡아끌고
리어커는 강아지를 부러운듯 곁눈질을 한다
노인은 힘없이 리어카의 손을 잡는다
언덕너머 고물상에 도착하면
커피 한 잔 얻어 마시는 것이 유일한 취미
부두(埠頭)가 침묵의 시간을 삼키고
언제 역류(逆流 )했는지 모르는 바다를 본다
잔잔한 바다에 어느 순간 풍랑(風浪)이 일고
쓰나미처럼 몰려온 파도에 휩쓸려 지금까지 왔다
그래도 밥 한끼먹을 수 있고 반찬값을 버니 다행이다
평생 잘못하지 않고 살았다는 말 대신
노인은 지금 거친 바다의 한가운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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