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생각
한결
갑자기 내린 비에
길거리 말라붙은 껌보다
더 바짝 땅에 붙어있는 젖은 신문지가
헤지고 찢어질 때까지
종이에 적힌 글씨를 못알아 볼 때쯤 비가 멈추었다
음습한 한기가 어김없이 신발 밑창을 파고 들어
질척질척 스며들 때
양 어깨를 한없이 내리 눌러도
내려놓을 수 없는 삶의 무게 들로 휘청거릴 때
문득 아버지가 생각났다
쏟아 붓는 비를 막아본다고
우산을 쓰고 뛰어가보기도 하지만
결국 온몸이 축축해지고
젖은 양말의 찝찝함이
온 몸에 느껴지는 기분을 꾸욱 꾸욱 참고 걷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너무 무거워
아무데나 앉아 쉬고 싶을 때
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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