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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Jan 03. 2024

산수유나무처럼

감성 에세이 5

[에세이] 산수유나무처럼

한결


작년 2월, 아직 겨울이 한창인데 저래가지고 살 수있을까 싶을 정도로 심하게 가지치기를 해놓아 내심 불안했던 회사 정원의 산수유나무는 나의 생각과는 달리 이후로도 끄떡없이 잘 자라주었다. 그렇다면 나무의 가지치기는 무엇이며 왜 가지치기를 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지난 여름에 정원 잔디를 깎고 있던 외부 업체 분이 있어 물어본적이 있는데 가지치기는 나무나 식물의 외관을  고르게 하고 다듬는 의미도 있지만 연약한 가지가 필요이상으로 뻗어 나가 열매를 맺지 못하는 현상을 막고, 과실나무의 경우에 는 생산을 늘리기 위하여 성장에 방해되는 가지를 자르고 다듬는 것이라고 한다. 나무에서 새 가지가 직선으로 뻗어 혼자만 불쑥 올라간 가지를 웃자람가지라고 하는데 만약 잘라주지 않으면 나무의 골고른 성장에 방해가 될뿐 아니라 계속 자라서 관리가 힘들다는 거다.


"지난 번 가지를 다 잘라버리는 것같아 내심 걱정했는데 벌써 이렇게 우거졌네요."


"하하, 저 이래뵈도 정원관리 수십년 경력입니다."


나무나 식물이 잘 자라려면 필요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우선 뿌리가 튼튼히 내리려면 토양이 좋아야겠고 빛을 이용하여 양분을만드는 광합성을 해야하니 적당한 볕도 있어야겠고, 물도 필요할 것이다. 꽃과 화초를 비롯한 모든 식물이 그러하고 나무도 그러하다. 그런 기본적인 요소에 더하여 또 한가지 아주 중요한 요소가 바로 가지치기인 것이다. 그래서 늦겨울의 볼품없이 거의 형태만 남아있던 가지가 무성히 자라 울창한 잎을 이루고 열매 맺을 준비를 하는 것이 바로 가지치기의 덕분이었던 거다. 겹쳐진 가지, 다른 가지 들이 고루 햇빛을 받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가지, 다른 가지 들의 영양분을 빼앗고 혼자서만 하염없이 솟아오른 가지를 잘라내야 나무 전체가 죽지 않고 문제없이 자라 때에 맞게 꽃을 피우고 잎을 틔우며 풍성한 열매를 맺어 균형과 조화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결국 가지치기의 목적은 앞으로 잘살기 위한  오늘의 노력이며 준비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문득, 우리 인간의 삶도 가지치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찾으려 애를 쓰지 않아도  쓸모없는 삶의 곁가지는 많다. 개인적으로 보면 많은 것을 이미 갖고 있음에도 조금이라도 더 갖으려는 욕심, 범사에 감사가 없는 불만, 교만, 이기 등이 나의 일상과 평정심을 방해하는 하루빨리 잘라내야할 웃가지이며 사회적으로 보면 공동체 정신과 바른 경쟁을 짓밟는 지연, 혈연, 학연으로 얽매인 우리끼리라는 배타적 의식이 발전을 더디게 하는 대표적인 헛가지인 것이다.


살아가면서 버려야 할 것들에 대해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내 안의 불필요한 것들을 비우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채워 넣어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자고 결심은 늘 수시로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눈에 화려하게 보이는 것들이 보이지 않는 것의 진짜 소중한 것을 가리는 세상, 내 삶의 줄기에 대해 생각한다. 입지도 않는 옷을 아깝다고 망설이면서 옷장에 몇 해동안 모셔두고 있는 것처럼 과감히 없애버려야할 쓸모없는 욕심의 가지를 붙잡고 사는 것은 아닌지, 권위 의식이나 고집으로 무성함에도 가지치기를 못해 열매는 열리지 않는 웃가지만 무성한 꼰대는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오전까지만 해도 괜찮던 하늘이 오후가 되더니 갑자기 비를 뿌린다. 비가 내리지만 산수유 나무는 이때 자신에게 필요한 수분을 빨아들이고 또 내년을 위해 양분을 저축할 것이다. 자신의 가진 열매를 인간과 새들에게 다 내어주고 몇 알갱이 남지 않은 채 추운 겨울을 버티고 있지만 산수유 나무는 내년 봄이 오기 전 또 가지치기를 하고 건강하게 자라 다시 겨울이 오기전 무수한 열매를 맺어 베풀 것임에 나도 세상에 내가 가진 무언가를 내어줄 수 있는 건강한 산수유 나무의 삶을 닮아야겠다는 생각에 잠기는 사이 비가 그치고 겨울 나무 가지사이로 산수유 열매 알알이 더욱 빨간 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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