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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Mar 03. 2024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이 비판하는 뻔뻔한 세상

한결의 문학칼럼 15

나쓰메 소세키(1867~1916)는 일본 근대문학의 문을 열었고 일본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리는 작가로 한 때는 일본 지폐예 그려질 정도로 일본에서는 유명한 국민작가다. 영문학을 전공했고 교직으로 출발하여 그만두고 나중에 전업작가가 되었다. 그의 작품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도련님' 등이 유명한데 '마음'은 1914년 도쿄 아사히 신문에 연재된 글을 사비를 들여 출판한 소설이다.


이 작품은 19세기 말 급속한 근대화를 겪고 있던 일본의 인식 변화를 다룬 작품으로 1910년 전후 도쿄를 배경으로 화자인 젊은 청년과 그가 선생이라고 부르는 노인의 관계를 그리고 있으며,  선생에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과거의 낙인이 이 소설 전체를 지배한다. 영국에서 유학생활을 한 작가 나쓰메 소세키는 인간을 에고이즘의 고치 속으로 고립화시키는 서구 근대문명에 큰 회의를 품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마음'은 20세기 초 서구화에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한 일본의 이런 시대상을 배경으로 하였다.


소설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는 우연히 해수욕장에서 만난 나와 선생님이 인연을 이어가는 이야기다. 학생 신분인 나는 대졸 출신 고학력자이면서도 직업을 갖지 않고 외롭게 지내는 선생님에게 호감을 갖고 자주 그의 집을 방문한다. 자신이 흠모하는 사람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으로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나는 선생님에게서 사랑은 죄악이라거나 자신은 사람을 믿지 않는다는 등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말을 듣곤 한다. 나는 점차 이 말들의 이면에 선생님이 직접 경험한 실제 사실이 스며있음을 느낀다. 하지만 사모님과 얘기를 나누어도 이유를 알 수 없어 답답해하기는 그녀도 마찬가지다. 소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선생님으로부터 나는 “죽기 전에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까 사람을 믿어보고 죽고 싶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2부 에서 나는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편지를 받고 고향으로 내려가 부친 병간호를 한다. 병상에 누운 아버지는 아들의 대학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동네잔치를 벌이려다 천황폐하가 병중이라는 신문기사를 보고 단념한다.  어느 날 나는 선생님으로부터 장문의 편지를 받는다. 궁금해 대충 훑어본 편지의 말미에서 이런 글을 발견한다. “이 편지가 당신의 손에 들어갈 때쯤이면, 나는 이 세상에 없겠지요. 벌써 죽고 없겠지요." 아버지가 위독함에도 나는 도쿄 행 기차에 오른다.


3부 는 편지에 적힌 선생의 유서다. 선생은 “당신은 진지하기 때문에 나는 어두운 인간세상의 모습을 당신의 눈앞에 주저하지 않고 던져 보여주겠”다며 자신의 과거를 숨김없이 밝힌다. 스무 살도 되기 전에 잇달아 양친을 잃은 선생은 어머니가 돌아

가시면서 재산관리를 맡겼던 작은아버지로부터 배신을 당한 후 남은 재산을 정리하고 삼촌가족과 의절하고 고향을 등진다. 혈혈단신 고아 신세가 된 선생은 도쿄에서 대학을 다니는 중 하숙집 아가씨를 사랑하게 된다. 한편, 사정이 어려워진 고향 친구 K를 도우려는 순수한 마음에서 그를 자신의 하숙집에 기거하게 하는데 의도치 않게 선생과 K는 아가씨를 사이에 두고 사랑의 삼각관계에 빠지고 만다. 친구와 아가씨에 대한 의심이 커지면서 선생은 점점 불안과 열등감에 휩싸여간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은 과묵한 K로부터 아가씨를 사랑한다는 고백을 듣는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괴로워하던 선생이 용기를 내어 하숙집 아주머니에게 딸을 달라 말하고 결혼허락을 받는다. 하지만 이 사실을 K에게 알리지 않은 선생은 “나는 계략으로는 이겼지만 인간으로서는 졌다”며 더 큰 자괴감에 빠진다. 아주머니로부터 소식을 전해 받고 며칠 지나지 않아 K가 편지 한 장을 남기고 돌연 자살을 한다. K의 편지에는 선생에 대한 어떤 원망의 글도 담겨있지 않았다. K의 장례를 치르고 무사히 대학을 졸업 한 선생은 아가씨와 결혼을 한다. 그런데 행복할 것만 같았던 선생의 결혼생활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는 더욱 짙어만 가고 선생은 친구에 대한 죄책감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마지막으로 선생은 “아내가 자신의 과거에 대한 기억을 되도록 순백의 상태로 보존해 주고 싶은 것이 내 유일한 희망”이라며 유서 내용을 아내에게는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한다.


선생의 삶은 죽는 날까지 고통의 연속이었다. 다행히 화자에 대한 신뢰가 있어 이런 선생의 고통의 이유가 세상에 드러났지만  선생의 고통과 외로움과 자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처음부터 악인으로 정해진 사람은 있는 건 아니며 여차하면 돌연 악인이 되는게 인간이라는 선생의 말은 무슨 뜻일까.  이기심이라는 인간 본성이 특정한 시대의 환경 속에서 너무나 허약하게 악인화 된다는 의미일 듯하다. 선생이 처음으로 인간에 대해 불신을 느끼게 된 사건의 매개물은 돈이었다. 그토록 믿었던 삼촌으로부터 배신당했을 때 선생은 돈이 삼촌을  악인으로 만들었음을 깨달았고 하숙집 딸에 대한 사랑을 대상으로 이번에는 선생 자신이 악인이 되었다.  친구 k가 자살하고 난 후 선생은 자신이 친구를 죽게 했음을 깨달았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마저 무너진 선생은 회복할 수 없는 죄의식에 빠져들었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을 악인으로 만드는 돈과 사랑의 문제를 다시 한 번 좀 더 큰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작품은 이 시대의 보편적인 인간상에 대한 불신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  돈으로든 사랑으로든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고도 속죄는커녕 평생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사는 이기주의자들이 판치는 세상에 지금 우리는 살고 있지 않은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자기중심적인 인간이 얼마나 많은가. 타인에게 상처와 피해를 주고서도 아무렇지도않게 뻔뻔하게 세상을 사는  인간의 추잡한 이기심을 비판하는 이 작품은 인간으로 하여금 좀 더 착하고 바르게 세상을 살라고 조언하고 있다.

사진 전체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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