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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Mar 05. 2024

숨구멍

감성 에세이 19

[에세이] 숨구멍

민병식                                    


끊임없는 지방 출장 업무에 피곤이 겹쳤는지 오른 쪽 눈에 다래끼가 났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따끔따끔 한 것이 영 불편하다. 조그마한 염증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신경이 곤두서는 것을 보니 인간의 신체는 참 오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약국에 들러 약을 사서 나오는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어디 이런 불편함이 신체뿐일까, 마음에 살짝 긁힌 조그만 스크래치, 나는 그것을 스트레스라고 말하고 싶다. 몸에난 상처는 소독을 하거나 연고를 바르면 곧 아물테지만 그냥 내버려두면 곪거나 덧이 난다. 마찬가지로 마음의 상처인 스트레스도 그냥두면 여러가지 커다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스트레스에 따라오는 일반적 증상으로는 두통, 불면증, 심장박동의 증가, 긴장감, 답답함, 소화불량  등 여러가지 증세가 있을 수 있고, 어떤 사람은  달달한 음식이 댕긴다거나 폭식을  하기도 한다는데  사람의 성격이나 받아들이는 정도에 따라 충격도 차이가 있고, 내 경우는 스트레스에 민감한 편이어서 그런지 근본 원인이 제거되지 않는 이상 이런 증상들이 사라지지 않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스트레스 상황에 몰입될수록 정신적으로 폐인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요즘 많이 회자되고 있는 멘탈붕괴, 바로 정신적 면역체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이다. 정도가 심해지고 지속되면 우울증이 올  수도 있다. 마음이 불안하니 몸도 편치 않을 것은 당연한 것, 몸과 마음의 균형은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조화를 이루는 것과 같다고 할 것이다.


아뭏든 균형잡힌 식단과 적당한 운동으로 신체의 건강을 유지하듯이 우리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 당연한 기정사실을 누가 모를까. 극심한 스트레스의 상황에서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기란 극히 어렵다. 병원에가서 상담을 받아도


''마음 편히 갖으세요''

''안정이 되도록 약을 좀 드릴께요''가 전부이다.


일반적으로 인터넷에 나와 있는 운동, 차 마시기, 쇼핑, 공연 관람, 정리 정돈 등 여러가지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으나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미미하거나 일시적이어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습지, 숲, 갯벌 등이 개발이라는 이름하에 점점 잠식되어 이상 기후라는 병에 걸려 황폐화되듯 사람도 마음의 병 때문에 쇠약해져간다. 그럴 때 내가 경험한 그나마의 효과가 있다면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배출하는 것이다. 내가 의지하는 사람에게 아픈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이 동조하고 이해해주는 언제나 내 편이 되어줄 사람에게 나의 아픔을 위로받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었다.


살아가다보면 좋은 일도 있고 좋지 않은 일도 있다. 좋지 않은 일을 쉽게 이겨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내겐 좋지않은 49%가 있지만 좋은 51%가 있을 수 있다. 좋지않은 49%를 이겨내기 위해서 스스로를 위로하며 숨을 조여오는 걱정과 압력을 배출하고 희석시킬 수 있다는 희망이 중요하다. 본인의 희망과 의지에 더해 타인의 공감과 이해, 지지와 격려가 큰 도움이 될것이다. 가정사, 직장문제, 인간관계 등 모든 세상살이가 쉽지 않은 것이 인생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은 짧다. 그러나 앞으로 살아갈 남은 인생은 더 짧을 것이다. 그러니 웃으며 살아도 모자란 시간이다. 오늘도 평상심을 찾기 위해 혼자 싸우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기 한 줌 들어오지 않는 숨이 턱턱막히는 사우나 같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지구에게있어 습지, 숲, 갯벌이 숨구멍이듯 사랑과 이해, 관용과 연민, 감사와 만족의 마음이 이기와 욕심, 질시와 다툼으로 꽉 막혀있는 세상의 숨구멍이 될것이니 지나면 다신 돌아오지 않을 나와 누군가의 시간 들에게 따뜻한 숨을 불어넣는 것이 지금의 시대정신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눈은 계속 뻑뻑하지만 약을 먹으니 한결 나아진 기분이다. 더 심하면 병원에가서 째야할 텐데 그나마 이 정도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니 불편함이 감사로 바뀌는 순간이다.

그림 문길동, 사진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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