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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Aug 23. 2024

엄마의 소풍

공감 에세이

[에세이] 엄마의 소풍

한결


지금은 회사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지만 전 근무지에서는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집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 했다. 출장 업무가 잦았던 지지난 근무지의 3년간은 점심을 거의 못 챙겨서 늦은 시간에 먹는 경우가 많았다. 바쁠 때 간편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이 무엇이 있을까. 바로 김밥이다. 도심이면 어느 곳에서나 보이는 낮익은 간판인  김밤전문점이나 편의점에서 가볍게 한 끼를 해결했다. 그런데 일주일에 두 세번 정도를 먹다보니 한동안은 먹기도 편하고 좋아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질린다. 나중에는 김에서 냄새가 난다고 느낄 때가 있을 정도여서 후로 한동안 김밥 사랑을 멈추었다.


어렸을 때 김밥은 특식이었다. 소풍날이나 되어야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 어머니는 소풍 날이면 꼭 새벽에 김밥을 준비하셨다. 일 년에 딱 두 번 구경할 수 있는 분홍색 소세지와 노란 단무지, 그리고 계란 부침과 시금치, 지금처럼 우엉같은 고급 식품은 들어있지 않았어도 최상의 음식이었다. 지금은 메뉴도 다양하게 개발되어 유명한 깁밥전문점에 가면 갖가지  종류의 김밥을 맛볼 수 있음에도 어린시절 먹던 어머니가 해주신  김밥 맛을 따라잡지는 못한다. 아마 소풍을 간다는 설렘에 더해 가장 최고의 재료인 사랑 가득한 어머니의 정성 때문이 아닐까. 김밥을 싸고 남은 고다리로 아침을 먹고 어머니와 함께 학교로 출발하는 길, 꽃향기 자욱한 들길을 걸으며 먼거리를 걸었어도 즐거웠던 그날의 내 곁에는 어머니와 김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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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에 계시는 어머니를 외출시켜 집으로 모시는 중 갑자기 김밥이 드시고 싶다고 한다. 치과 진료를 받고 난 후라 죽으로 식사를 권유했지만 는데 한사코 김밥이 드시고 싶단다.


"김밥이 먹고 싶구나"

"이도 안좋은데 죽드시지 김밥이요?"


김밥을 만들어 드려야하는데 시간도 그렇고 번거롭기도하고 배달을 시킨다.  배달시킨 김밥과 음식을 들고 아파트 뒷편 정자가 있는 공터로 간다. 평소 소화를 못시켜 걱정이 되어 조금만 드시고 남기시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연신 맛있다고 하면서 잘 드신다. 김밥 한 줄을 다 드셨다.  식사를 마치고 산책을 한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보행기를 끌고  공터를 걷는다. 어린 시절 함께 걸었던 소풍 날의 쩌렁쩌렁한 어머니도 아니고 그저 힘겹게 공터를 몇 번 정도 왕복하는 정도이지만 어머니는 소풍을 나온듯 참 즐거워하신다.


"아들이랑 손자랑 산책하니 좋아요?"

"바람을 쐬니 운동도 되고 좋아.!"


날이 너무 뜨겁다. 여름은 어김없이 제 역할을 건너뛰지 않고 뜨거운 태양과 후끈한 바람을 선사한다. 무더위가 얼른 지나가고 선선한 가을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꽃을 좋아하는 어머니께 꽃구경시켜드리면서 조금 더 걸었으면 좋을텐데하는 아쉬움을 남기면서 집으로 들어간다.


청소를 시작했다. 코로나가 재유행이라 소독도 할겸 거실, 안방, 화장실  순으로 묵은 먼지를 털어 낸다.이마에 땀이 흥건히 배인다. 환기를 시키니 아주 오랫동안 막힌 하수관에 잠식해있던 부유물을 떨궈내고 뻥 뚤린 수도에서 깨끗한 물이 쏟아지는 기분이다.


"요양병원에서 절대 혼자 화장실 가시면 안되요!  넘어지면 큰일나요. 마스크 꼭 쓰시고요"


"응. 알았어. 걱정마"


물론 잘 안지켜지리라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내가 꼭 해야 할 말이다. 보행기에 겨우 의지해 잘 걷지 못하면서도 아들과 손자와 산책했다고 좋아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김밥을 드시며 기뻐하시는 어머니의 얼굴에서 어린 시절 소풍날이면 아들의 손을 잡고 먹을 것을 머리에 잔뜩 이고 씩씩하게 걸어가시던 어머니의 얼굴이 겹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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