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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시대 가장 존중받아야 할 인간의 권리

민병식

by 한결

인공지능(AI) 시대 가장 존중받아야 할 인간의 권리


얼마 전 온라인상에 올렸던 내가 쓴 시가 내 이름도 없이 다른 SNS상에 올라간 것을 수차례 발견하고 저으기 당황한 적이 있었다. 대부분은 글을 올린이에게 쪽지를 보내 저자 표기를 요청하여 수정한 바가 있었고 일부는 여전히 남아있다. 닉네임을 쓰거나 글을 올린이가 정확치 않은 경우엔 수정을 요구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우리가 쓰는 글, 그림, 사진 등 창작의 모든 영역에 저작권이 발동되고 있으며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는데, 저작권이란 개념이 생기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알 때까지 수많은 시간 들이 소요되었고 이젠 너 나 할 것 없이 타인의 창작물을 도용하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런 일들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은 한류 열풍으로 세계적인 문화의 중심지가 되었음에도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보다 글을 잘쓰는 사람 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나 역시도 남의 글을 보면 탐이 나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더 열심히 글을 읽고 창작활동을 하겠다는 의지로 바꾸어야지 자칫 유혹을 이기지 못하면 비도덕적인 사람이 되는 건 한 순간이다.


저작권의 의미는 문화, 예술 등 모든 창작물에 대하여 저작자의 정신적, 경제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말하는데, 창작자나 창작자의 권리를 계승하는 사람만이 저작물에 대하여 갖을 수 있는 고유의 권리이기도 하다.누군가가 쓴 글이나, 가사, 누군가가 작곡한 곡, 누군가가 그린 그림, 제작한 영상들은 셀 수 없는 시간 들을 고민과 갈등의 열정을 하얗게 태우며 하고 노력해서 얻은 독창적인 창작의 산물이다. 그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그 산고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 것이기에 그 창작의 고통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이 함부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가 저작권이란 뜻이다.


만일 저작권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누군가가 애써 쓴 글이나 힘들게 만든 노래를 가져다가 마치 자신이 쓴 것처럼 도용을 한다면 창작자가 애쓴 그동안의 노력과 수고는 물거품이 된다. 거기에 도용을 들키지 않기 위해 마치 아닌 것처럼 일부를 슬쩍 바꿔 자신의 것으로 포장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표절이다. 거기에 더해 저작권 귀속이라는 문제가 부가적으로 튀어나온다. 어떤 공모전에 글을 제출했을 때 저작권을 몇년이고 귀속하려는 주최 측이 있다. 이는 2차 저작권에 관련이 된다. 한 편의 에세이나 소설을 썼을 때 이는 웹툰이나 영상으로도 바꾸어 세상에 선보일 수 있는데 몇년간의 저작권 귀속이라는 것은 2차 저작권에 대한 권리를 창작자가 아니라 출판사나 신문사에서 가져가겠다는 뜻이다. 이는 힘없는 창작자에 대한 횡포가 될 수 있고 모 문학상은 이러한 불합리성에 대해 반발한 작가들의 노력으로 출판권 귀속 조건을 아주 짧게 1년 정도로 바꾼 사례도 있다. 이는 저작권이 경제적 파급도 크고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는 바 매우 중요한 창작자의 권리임을 말해준다.


4차 산업시대의 대두와 더불어 요즘은 AI가 대세가 되었는데 특히 CHAT GPT의 개발은 저작권 문제에있어 더욱 혼란을 가져왔다. AI가 만들어낸 것은 사람의 창작이 아니니 써도 된다고 생각하는게 사람들의 생각이다. 현재의 법에도 AI가 지식을 전달할 목적으로 자료를 모아서 내놓은 것은 창작물이 아니으로 법의 저촉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AI가 제공하는 데이터 에 더하여 어떤 창작물이 더해진다면 그건 저작권 위반으로 본다. 즉, 편집을 하거나 저자의 창의적 발상이 표현으로 더해진다면 그것은 데이터라기 보다는 저작권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최근 CHAT GPT에서 얼굴사진을 그림식의 얼굴로 바꾸는 지브리 스타일이 유행이다. 예를 들자면 ‘센과 히치로의 행방불명’으로 유명한 일본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그림체를 자신의 사진을 선택하고 챗 GPT에게 지브리 그림체로 그려달라고 명령하면 짧은 시간 안에 지브리 그림체로 변환시켜 준다. 그렇다면 이것은 저작권 침해일까 아닐까. 2025년 일본 문부과학성의 나카하라 히로히코 전략관은 AI가 생성한 지브리풍 그림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공식견해를 밝혔다. 이 발언은 지브리 스타일 그림을 만들어내는 현상이 일본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유행하는 시점에 나왔다. 이는 저작권법이 구체적이고 독창적인 표현을 보호하고 단순한 아이디어나 스타일은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명시하며 작풍이나 아이디어를 모방하는 것은 창작의 자유안에 있음을 정의한 것이다. 즉, 아이디어 자체는 저작권이 해당되지 않고 아이디어로 인한 창작 표현에 저작권을 보호한다는 뜻이다. 이제 AI시대에 저작권을 보호받으려면 자신만의 개성과 특성이 들어가야 한다. 남들이 쉽게 따라할 수 없도록 제작 과정 등을 자세히 기록하고 자신만의 프롬프트 명령어 등을 사용해 자신의 창작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이는 지브리 스타일로 변환함에 있어서 그림체는 아이디어로 보지만 어느 특정 작품을 지명해서 지브리 스타일로 그려달라고 구체적인 명령어를 쓴다면 정확한 명령 프롬프트가 들어 있으므로 저작권 위반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AI는 인간이 아니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고 필요 데이터를 제공한 것도 인간이며 인간이 제공한 범위 안에서만 명령에 의해 작동한다. 그러므로 AI는 정보습득이나 창작을 위한 매개체 일 뿐이지 창작자는 아니다. 그러나 AI가 만든 결과물을 인간이 편집하고 인간의 생각을 집어 넣어 재해석 한다면 이는 창작의 범주이기에 결국 저작권은 인간의 존재가 스며들어있어야 한다는 뜻이며 저작권을 보호한다는 뜻은 인간이 주체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대표적 실례인 것이다. 지금 세계각국 은 AI가 저작자가 될 수 있느냐 없느냐로 나뉘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AI가 실제로 문장을 만들어낸다는 명제와 역할에 중점을 두고 반대론 자들은 책임 소재에 비중을 둔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인류가 주체적으로 AI를 활용하는가 하는 것이며 인간의 창의성과 인간이 만들어낸 기술과의 조화로움이다.


글을 쓴다는 것이나 그림을 그리는 것등은 단순한 지식이나 정보의 전달이 아니다. 그 안에는 창작자의 경험, 감정, 고민, 지향점 등 고유한 색깔이 들어있다. 즉, AI가 그려내는 파란색 바다와 작가나 화가가 그려내는 파란색 바다는 엄연히 다르다는 뜻이다. 인간의 작품 안에는 독창성과 응용 논리, 감정, 그 사람만의 개성이 들어있다. 그러므로 창작물을 자신의 것으로 포장하거나 도용한다면 이는 인간성 파괴의 문제가 됨으로 저작권 위반은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이는 비양심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일부 사람들은 저작권의 중요성에 대해 알면서도 욕심 때문에 슬쩍 가져가거나 이래도 괜찮겠지 하고 너무 가볍게 생각한 나머지 타인의 창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표절을 하기도 한다. 이는 단순히 저작권 침해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본질적 양심의 문제부터 출발해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다. AI시대의 저작권은 법적인 권리를 넘어 우리 인류가 생각하는 존재이며 이성적 인간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가장 기초일 뿐 아니라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생각과 행위를 통해 지금의 세상을 만들어낸 뛰어난 문화적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는 시대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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