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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다낭시를 가다 1

여행 에세이

by 한결

[여행에세이] 경기도 다낭시를 가다 1

한결


작년 가을에 베트남 다낭 여행을 계획하고 여행사 계약을 한 후 한 열흘 쯤 남았을까.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신 어머니의 갑작스런 담낭염 수술로 여행을 취소하고위약금만 물은 적이 있었다. 그 베트남 다낭을 1년만에 아무 일 없이 가게 되었다. 저녁 비행기다. 난 해외를 갈 때에는 자유여행을 선호하지 않는다. 여행 코스를 짜고 숙소와 맛집을 검색해 예약하는데 귀찮기도 하거니와 그걸 들여다볼 시간도 부족하다. 그래서 대중교통이 발달되어있는 일본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알아서 해주는 패키지 여행이 좋다. 물론 여행코스가 일률적인 단점이 있지만 편하게 버스를 타고 다니고 때 되면 밥주고 숙소까지 신경 안써도 되니 비용이 많이 들긴하지만 그만큼 제값을 한다. 노팁 노쇼핑으로 예약을 했다. 저가 패키지, 하루의 많은 시간을 좋지도 않은 상품 설명을 듣느라 관광인지 쇼핑인지 모를 여행은 하고 싶지 않기에 편하게 어슬렁 어슬렁 다니고 싶다. 노팁 노쇼핑이지만 팁은 충분히 줄 것이다. 그래야 거기서 일하는 가이드나 서비스업을 하는 사람도 먹고 살테니까.


이번 여행의 목적은 숨쉬기이다. 후덥지근 장마철 업무로부터의 휴식, 매 주말 반복되는 어머니 돌봄, 복사한 그림과 같이 똑같은 일상 속에서의 답답함을 헤치고 나를 숨막히게하는 현실을 떠난 숨쉬기, 그 숨쉬기가 필요했다. 여행 며칠 다녀온다고 내 어깨의 짐이 없어지기야 하겠냐만 단 얼마간 이라도 온전히 나를 위한 위로의 시간은 필요한 법이다. 나와 함께하는 일행은 아내와 아이들 외삼촌 부부다. 며칠 간이지만 타국에서 일행이 이싸는 것은 그것 자체로 즐거움이 든든함이다.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작년 이 맘때 일본 오사까를 다녀온 후 1년만이다. 때론 자유롭고 싶은데 나를 옭아매는 현실의 밧줄은 쉽게 풀어주지 않는다. 물론 현실에 충실해야 여행도 있다는 것은 알지만 젊은 시절에는 해외 여행이 활성화 되지 않았고 비용도 없었기에 중년이 된 지금이 좋은 기회인데 지금도 바쁘니 참 삶이 번잡스럽기만 하고 여유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나이가 더 들면 신체의 노쇠로 인해 왕성한 활동이 어려울 것이다. 100세시대라고는 하지만 내가 바라보는 지금의 100세 시대는 건강한 백세시대가 아니라 대부분이 수명연장의 백세 시대이다. 노후를 완벽하게 준비해놓은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어머니 요양병원비가 한 달에 350만원이 넘게 든다. 거기에더해 아버지 생활비, 의료비, 각종 생활비에 세금까지 들어가는 돈이 어마어마

다. 혹자들은 아프지말고 건강하게 있다가 죽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런 노인은 극히 드물다. 앞으로는 여행가기가 점점 힘들어 질 것이다. 아직 그나마 건강할 때, 힘이 남아 있을 때 좀더 많은 곳을 눈에 담고 싶다.


아직 가볼 곳은 많다. 하나 하나 차근 차근 다녀보려한다. 나이들어서는 옛날의 추억을 먹고사는 것 아니겠나. 좋은 시대에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살다보니 좋은 시대를 살고 있다. 이것도 무지 감사한 일이다. 무언가 특별한 것은 없어도 그냥 때 되면 사진찍고 때 되면 밥먹고 때 되면 자는 여행일지라도 내가 즐겁고 행복하면 그 뿐이다. 여행에서 너무 많은 것을 얻으려 하기 보다는 그냥 쉼, 하루 종일 걷다가 잠깐 바위에 걸터 앉아 이마에 땀을 닦는 느낌과 물 한 모금의 갈증해소 정도면 충분하다.


네 시간 비행끝에 다낭에 도착했다. 지금까지의 여행이 그렇듯 모르는 팀과 가이드까지 첫 만남은 늘 서먹서먹하다. 버스틀 타고 호텔로 향하는 길, 하늘 길이 맺어준 인연들은 아마 여행이 모두 끝나고 한국으로 가는 전 날쯤 헤어짐이 아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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