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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Sep 23. 2023

마션 The Martian /독후감264

 확실히 이야깃거리로는 화성이 달보다 강력하다.

[아르테미스]에서는 달의 도시에 이미 2,000명이 거주하지만 [마션]에서는 모래폭풍으로 인한 천재지변을 견뎌낸 우주과학자 한 명만이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거리상으로도 인간이 화성까지 가려면 적어도 8~9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왕복만으로도 1년 반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구와 달과의 통신은 지구와 화성 간의 통신에 비하면 이야깃거리도 안된다.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보다 약간 멀리 위치하고 있는 이유로 인류는 화성을 정복하고 싶어 하지만 주인공 마크 와트니가 겪는 어드벤처 생존기를 읽고 있자니 그냥 지구를 잘 보살피며 사는 게 정답이다. (문제는 지구가 더워지고 죽어가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 같다. 늦추어 보려고 애쓰지만 모두가 떠들기만 할 뿐 실천은 남의 일 같이 흘러가는 형국이다.) 그리고, 화성에는 당연히 공기도 없을뿐더러 너무나 춥다.




 화성탐사를 위해 6명의 우주과학자가 한 달짜리 임무를 계획하고 화성에 착륙한다.

6일 만에 모래 폭풍을 영접하면서 접시안테나가 지지대에서 떨어져 나와 막대형 안테나 배열을 치고 지나가 길고 가느다란 막대형 안테나 하나가 마크에게 꽂혔다. 우주복을 뚫었고 옆구리까지 찢어 놓았지만 다행히 마크는 살았다.

 막사 안의 끝내주는 구급장비로 국소마취 주사를 놓고 상처 부위를 세척한 다음 아홉 바늘을 꿰매는 단 한 줄의 묘사로 모든 셀프 치료가 마무리된다. 화성에서 당한 이 엄청난 사고를 단 한 줄로 마무리했다. 그보다 더한 상황이 소설 마지막 페이지까지 계속되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모래 폭풍으로 나머지 5명의 동료는 지구로 귀환했다.

마크는 화성에서 혼자다. 이제부터는 마크의 화성판 생존기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지구와 통신도 해야 하고 구조받기 전까지 식량도 확보해야 한다.

고장 난 통신 장비를 붙잡고 낑낑대다가 이 물건이 도움이 되길 바라느니 차라리 지구 쪽을 향해 목이 터져라 외치고 싶은 마음뿐이다.

 다행히 마크는 식물학자라 감자를 재배할 수 있다.

지구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감자를 재배할 수 있겠지만 화성에서는 과학적인 지식을 총 동원하여 작물 재배를 위해 물도 주고 천연비료도 주어야 한다. 이산화탄소에서 산소를 분리해 수소와 결합시켜 물을 만들어야 하고 유일하게 박테리아를 가지고 있는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천연비료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마크의 항문은 그의 두뇌 못지않게 생존을 돕고 있다.


 잠시 읽다 보니 마크는 벌써 화성에서 42일째 살고 있다

결론적으로 마크는 앞으로 500일 이상을 화성에서 혼자 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주선에서 몇 개월을 더 보내야 지구로 귀환할 수 있다.

 읽는 재미로 치면 소설이지만 [마션]을 읽는다는 것은 마크의 논리를 잘 따라가는 것이다. 그의 논리를 잘 따라갈수록 소설이 더욱더 재밌어진다. 그의 논리가 틀리면 그는 화성에서 죽게 된다. 마크의 계산이 맞으면 해결해야 할 역경을 헤치고 화성에서 또 하루를 더 살 수 있게 된다.


 타지에 나가면 고생이지만 평소에 당연시 여겼던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고 느끼지 못했던 교훈들을 뼈저리게 배울 수 있다. 주변에 동료가 있고 나에게 가족이 있다는 사실. 머리로 아는 것과 느끼는 것은 다르다. 화성에서 69일째, 이미 마크는 화성에서 혼자임을 머리론 알고 있었지만 거주용 막사가 보이지 않는 곳까지 나가자 사방이 흙과 암석, 끝없이 펼쳐진 사막뿐이었다. 그야말로 현타가 왔다. 거주용 막사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인정하고 싶지 않을 만큼 불안해졌다.


 인간은 비교하며 적응하는 동물이다.

살기 위해선 거주용 막사에만 있을 수 없다. 통신장비를 구하기 위해 3주 동안 로버를 타고 막사를 떠나야 한다. 3주 동안의 근교 자동차 여행이 아니다. 여기는 화성이다! 공기나 적정한 온도가 유지되는 곳은 로버 내부 밖에 없다. 외부로 나가려면 우주복을 입어야 한다. 그럼 화장실은? 로버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길 떠난 지 8일째 되는 날, 그러니까 8일 동안 승합차에 틀어박혀 지낸 후 마크는 널찍한 거주용 막사에서 감자밭을 돌볼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감자밭이 꽉 들어찬 거주용 막사도 감지덕지다.


 사고는 끊임없이 터진다.

물 환원기도 말썽이고, 119화성일째 거주용 막사는 파열되었다. 감자밭도 죽었다. 조금 더 나열해 보자면 구조선 발사는 실패했고, 196화성일째 나사와의 통신은 두절되었다. 아! 암석을 들어 올리다가 허리도 삐끗했다. 하지만 지구에서도 통하지만 화성에서도 효력을 발휘하는 한 가지 해결책이 있다. 마크의 말처럼 ‘하나씩 풀어나가자.




 마크 와트니는 살아남아 지구로 귀환하는 우주선에 탑승했다.

지구의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겨우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힘을 모았다. 모든 인간이 기본적으로 타인을 도우려는 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떤 문화권에서든 예외 없이 찾아볼 수 있는 인간의 기본적인 특성이다.

 화성의 정복보다 [마션]을 읽고 인간의 기본적인 특성을 살려 다시 살기 좋고 선선한 지구를 만들 수 있기를 조심히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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