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으로 인해 잃는 순간
문득 최근 3개월동안 이용한 고속버스의 수를 헤아려봅니다
아마도 평생 이용한 횟수보다 더 많이 고속버스에 제 몸을 싣었네요
확실한 사실은 이제 우등 등급의 버스만을 고집합니다
10분 늦게 타더라도 우등 등급의 버스를 선택합니다
덩치가 커졌는지 자리가 작아졌는지는 몰라도
언제부터인가 일반 등급의 의자는 제 몸을 모두 수용하지 못하고 버거워합니다
푹신함의 대명사인 우등 등급의 의자는
제 몸을 가득 감싸며 유혹을 시작합니다
고속버스에 몸을 앉히고 나면 어김없이 책을 펼칩니다
뇌가 명령을 내리기 전에 반사적으로 손은 책을 찾아 잡아냅니다
푹신한 쇼파와 같은 의자에 앉아 책을 펼치는 느낌 자체가 힐링입니다
고속버스 안에서 이보다 더 행복을 누릴 수는 없어보입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우등 등급의 의자를 뒤로 눕힙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눕힐 수 있는 각도까지 눕힙니다
제 몸도 자연스레 그 각도를 맞춥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눈이 감기고
손에서 책을 놓게 됩니다
책보다는 잠을 청하게 됩니다
몸은 독서보다는 잠을 더 원합니다
침대처럼 완전히 눕은 것도 아니고
의자를 살짝, 15도정도 눕힌 것 뿐인데
더 편한 것을 선택합니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아 있으면 눕고 싶고
누워 있으면 자고 싶어집니다
조금만 더 편하면 이전의 행복감을 잃어버립니다
언제 그랬냐는듯이 지금의 편한함에 흡수되어 버립니다
방금전 편암함을 느낀 순간의 소중함을 잃어버립니다
다음 편한함을 더 바라게 됩니다
이러한 바램은 끝이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편안한 만큼 잃어버리는 것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조금 더 편안하기 위한 선택이 건강을 앗아가고
조금 더 편안함을 위한 행동이 좋은 관계를 무너뜨리고
조금 더 편안함을 추구하다가 자연을 오염시킵니다
작은 15도로 인해 이전의 감사함을 잊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