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직하고 있다가 장면과 함께 느낌을 그대로 돌려줍니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합니다
예전에 와 봤던 곳입니다
그곳에 들어서는 순간
잠시 잊고 있었던 장면들이 영화 필름처럼 떠오릅니다
제가 다녔던 중학교 교실에 들어서니
영어시간에 꾸벅꾸벅 졸다가
책으로 신나게 두들겨 맞았던 기억과 아픔이 함께 떠오릅니다
한 두개의 포장마차가 들어선
학교 앞을 지나가니
야간학습 마치고 친구랑 꼬깃꼬깃 구겨진 천원짜리 한 장으로
번질번질 소스로 온 몸을 감고 있던 닭꼬지 하나를 한입씩 번갈아 먹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신혼여행 중 파리의 에펠탑을 마주하니
회사 합격 통지서 받아놓고
홀로 배낭여행와서 잔디밭에 한참을 누웠있었던 그 자리가 시야에 들어옵니다
떠 오른 장면들이 어디로부터 왔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저의 뇌에 잠시 머물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날 이후로 한번도 저를 다시 찾아온 적이 없었던 기억들이기에...
저의 기억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습니다
우리의 기억력은 그리 길지 않은 한계가 있습니다
1년 전은 물론 한달 전에 있었던 장면들도 금방 지워버립니다
몇 년 전의 기억들이 남아있을 확률은 그리 커 보이지 않습니다
그 기억들이 제 머릿속에 남아 있을 확률은 거의 '0'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쉽게 떠 오를리가 없습니다
떠올랐으면 진작해 떠올랐어야 하거늘...
그 장소에 들어서는 순간 떠올랐다는 사실은
제가 간직하고 있지 않았음을 증명합니다
그 장소의 기억력...
실로 위대합니다
아무리 오래전 일이더라도,
초등학생때 동네 형들과 놀았던 동네에 가면
그 때의 장면들과 느낌들이 그대로 살아납니다
그 동네...
장면뿐만 아니라 느낌조차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들어서는 순간 고스란히 저에게 돌려줍니다
그 장소는 기억합니다
세심한 장면들과 느낌까지도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