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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 직장러 Apr 13. 2024

[프롤로그 1] 선을 넘는 신입사원  

"회사의 방향성과 전략은 틀렸습니다"

내가 입사한 지 2년 차 정도 되었을 때 회사의 주력 제품이었던 A는 특허가 만료되며 수명을 다해가고 있었다. 수많은 경쟁 품질이 출시되기 시작하였고 나는 우리 회사의 브랜드 전략이 시장과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영업사원이었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이 없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생각해보면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애사심이 컸던 것 같다. 어쨌든 이러한 나의 고민을 들어주던 같은 팀의 선배는 영업부 상무님께 직접 말씀드려보는 것은 어떠냐는 제안을 하였다. 그때는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되어 바로 그날 오후 선배와 함께 회사로 복귀해서 상무님 사무실에 찾아갔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지금 A 브랜드의 전략이 시장과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고급화 전략만 고수한다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나의 이야기를 들은 영업부 상무님은 웃으시며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


"일주일만 주시면 제가 전략을 만들어 오겠습니다" 


"좋아 기대해 볼게"


무작정 던지고 나서 정신 차리고 보니 얼마큼 어디까지 준비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영업사원으로서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였다. 그리고 일주일 후 영업부 상무님께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내 발표에 대한 상무님의 첫 피드백은 내 예상과 매우 달랐고, 그 때문인지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조금은 기대를 했는데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네. 이미 마케팅과 함께 고민 했던 내용들과 비슷하고 당장 우리가 쓸만한 전략은 없는것 같아. 그래도 고생 했어" 


다시 생각해보면 사실 나는 입사한지 채 2년도 안되는 신입 영업사원으로서 회사의 전체적인 방향성을 보지 못하고 있었고 전략에 대한 이해도도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또한 내가 하고 있는 지역, 고객들의 피드백에 맞춰져 숲을 보는 것이 아닌 나무를 보는 관점에서 자료를 준비했던 것 같다. 


상무님께서는 고생했다는 의미로 저녁을 사주셨고 회사가 어떠한 이유로 해당 전략을 현재 고수하고 있고 왜 내가 제안한 부분은 실행할 수 없는지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이러한 말씀도 해주셨다. "내가 회사 생활을 20년 넘게 하면서 처음으로 회사의 전략이 틀려서 비즈니스가 걱정된다고 직접 나한테 찾아와서 프레젠테이션을 한 직원은 당신이 처음이야" 이 말은 나에게 있어서 회사 생활의 큰 용기와 자부심을 주었다. 그 후, 시간이 흘러도 지금까지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하고 있다.


1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면 보고 체계를 무시하고 회사의 전략이 잘못되었다고 내가 더 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선을 너무 많이 넘은 치기 어린 신입 직원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의견을 존중해 주고 이해해 주었던 선배님과 신입 직원의 미흡한 프레젠테이션을 진지하게 들어주시고 조언까지 해주셨던 상무님은 지금까지도 나의 가장 큰 은인이자 스승님이다. 만약 이분들을 만나지 못한다면, 이러한 경험을 쌓지 못했다면 나는 새로운 도전에 즐거움을 느끼고 긍정적인 가능성을 열어가는 현재의 나를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확신한다.


“It’s amazing how far you’re willing to go when someone believes in you.” — Katie Kacvin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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