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에서 운전하기 전에 잠깐!
밴쿠버의 아름다운 풍광과 맛집에 대한 글은 많지만, 주차에 대한 이야기는 온라인상에 별로 없다.
하지만 막상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주차 이야기를 많이 한다.
차 없이 살기 어려운 도시 밴쿠버.
이 도시에서는 주차가 절대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잠시 미국에 살던 시절을 빼고는 거의 평생을 서울에서 보냈다.
그래서 서울식 생활 방식과 사고방식에 익숙하지만, 여전히 적응이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주차다.
운전 난이도는 부산이 훨씬 높지만, 주차만큼은 서울이 더 괴롭다.
좁은 골목, 깻잎 한 장 차이의 간격, 차를 뺐다 넣었다 하며 겨우 세워야 하는 일상이었다.
미국 외곽 도시는 달랐다.
도로는 넓고 주차장도 거대했다. 전진 주차를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었고, 다운타운을 제외하면 주차비는 대부분 무료였다.
그래서 캐나다에 오기 전, 막연히 이렇게 생각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나라에 인구는 한국보다 적으니, 주차는 얼마나 편할까.’
땅은 넓고 사람은 적으니, 일렬주차는커녕 자리 찾느라 뺑뺑이 도는 일도 없을 줄 알았으나... 그 희망이 깨지는 데는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밴쿠버의 도로와 주차 사정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우선 강남보다 더 까다로운 주차 시스템부터 말해보자.
쇼핑몰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곳에는 ‘주차 금지’, ‘고객 전용’, ‘30분 제한’ 같은 표지판이 붙어 있다.
심지어 쇼핑몰도 고객 주차 시간을 1~2시간으로 제한하는 곳이 많다.
은행 주차장조차 전체적으로는 ‘고객 전용’이라 적혀 있어도, 자리마다 ‘20분 제한’, ‘30분 제한’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차를 세우기 전엔 반드시 본인 자리에 맞는 표지판을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된다.
한국에서 딱지 한 번 안 떼고 살던 내가 밴쿠버에서 인생 첫 주차 위반 티켓을 받았다.
사람이 없어 보여도 단속은 예술적으로 한다.
아주 칼이다, 칼.
그 뒤로는 어디를 가든 주차 정보를 가장 먼저 확인한다.
50달러짜리 비싼 수업을 받은 셈이다.
다운타운에는 동전으로 결제하는 주차 기계가 많다.
하지만 현금보다 PayByPhone 같은 주차 앱을 쓰는 게 훨씬 편하다.
시간 초과 시 바로 연장할 수 있고, 혹시 주차비를 냈는데도 티켓이 붙었다면 결제 내역으로 취소를 신청할 수도 있다.
하/지/만 3시간 결제 후 3시간 10분 만에 돌아오면, 또 딱지다. 주변에서 이런 일 겪은 사람 여럿 봤다.
그 뒤로 나는 불안한 자리엔 절대 주차하지 않는다.
또한 스탠리 파크에 갈 땐 아예 다운타운 건물의 종일 주차권을 구입해 마음의 평화를 결제했다.
가장 놀랐던 순간은 휘슬러 리조트에서 만났다
만약 용평 리조트에 놀러 갔는데, 투숙객이 아니라는 이유로 주차비를 받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휘슬러 주변은 허허벌판이라 사람도 드문데, 주차비는 꼬박꼬박, 그것도 꽤 비싸게 받는다.
이미 공원 티켓으로 한 번 당했던 나는, 도착하자마자 바로 주차비부터 냈다.
집 근처 레크리에이션 센터(Rec Centre)에도 주차비가 있으며, 우리는 결국 1년 회원권을 등록했다.
수강생도 매번 주차비를 내야 하는 시스템이라, 그냥 장기 결제가 마음 편하다.
드나들 때마다 시간 계산하며 내는 건 너무 번거롭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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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의 차들은 대부분 크다. 하지만 주차칸은 크지 않다.
이탈리아처럼 차가 작아서 아무 데나 대는 것도 아니다.
SUV 천국이지만, 공간은 여유롭지 않다.
그나마 코스트코 주차장이 조금 넓은 편이지만 주말엔 아침 9시만 돼도 만차가 된다.
어느 정도냐면 서울 양재점의 주말 풍경이 떠오를 정도다.
레스토랑엔 발렛 주차도 있다. 다운타운 기준 11달러 정도.
도산대로에서 4천 원 내던 시절을 생각하면, 적응이 쉽지 않은 가격이다.
비용도 부담이지만, 낯선 시스템 때문에 딱지를 떼기 쉬워 밴쿠버 다운타운에 머무는 여행자라면 렌터카는 비추천이다.
아니면 주차 스트레스가 여행의 절반을 망칠 수 있다. 대신 우버가 상당히 괜찮다.
물론 아무리 밴쿠버 주차장이 작아도 서울의 깻잎 한 장 주차보다는 낫다.
골목에서 차와 차가 스쳐 지나가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은 훨씬 여유로우니까.
여기서는 차 시동을 꺼도 자동으로 거울이 접히지 않는데 주차 공간이 서울만큼 비좁지 않다는 뜻이다.
다만, 이렇게 넓은 땅에서, 노는 땅이 참 많은데 주차 인심만큼은 왜 이리 야박한지 —
그게 참 이상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