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소기업의 경영 마인드
'좋소기업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따로 있진 않겠죠. 좋소기업이 아니더라도 이해되지 않거나 불합리해 보이는 일은 생기기 마련이죠. 사람 사는 데가 다 그렇긴 해요. 다만, 좋소기업에서는 그런 일들이 자주, 많이, 지속적으로 일어나죠. 흔히 볼 수 있는 좋소기업의 모습 중에 먼저 좋소기업의 경영 마인드를 한번 살펴볼게요.
사업은 한 방!
좋소기업은 매출 확장, 시장 점유율 확대, 캐시카우 확보 같은 고전적인 사업 방식보다 독보적 아이디어를 통한 파격적인 수익창출이나 대규모 투자유치, 인수합병 같은 '한 방'을 노리는 경우가 많아요. 이 '한 방'은 사업 전략의 하나로 고려되어야 할 것들인데 사업보다 우선이 되면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질 않게 됩니다.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자금 여력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라 영세한 기업일수록 일해서 돈을 버는 데 집중을 하지 않으면 길지 않은 사이에 재정에 금이 갈 수밖에 없어요. 그제서라도 정신을 차리면 좋겠지만 기회비용을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다는 반성 없이 매몰비용에 매달려요. 곧 투자가 들어온다, 인수합병의 거의 확정되었다 같은 소리만 하면서 급기야는 급여도 제대로 못주는 상황이 벌어지곤 하죠.
인력 운영도 합리성과 거리가 멀어져요. 그럴듯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 와서 임원자리에 앉고, 이름 좀 있다는 기업에서 일했다는 사람이 관리자랍시고 자리를 차지해요. 직원들도 모르는 사이에 깜짝 입사를 하는 건 덤이죠. 이런 깜짝 인사들은 실무에 투입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사장실만 자주 들락거려요. 직원들과 함께 일하기 위해 온 건 아니라는 게 금방 드러나요. 그저, 우리 회사에는 이렇게 좋은 인재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얼굴 마담' 역할이 임무인 거죠.
회사의 비전과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미션 같은 것도 불확실해요. 아니, 불확실이 아니라 아예 없는 경우도 많죠. 회사의 비전이 인수합병, 투자유치가 될 수는 없으니까요. 홈페이지나 회사소개서는 그럴싸하게 써놓은 게 있긴 하지만 그냥 있어 보이려고 써놓는 것들이에요. 실제로 그걸 기준으로 사업을 하지도 않고,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그런 게 있었나?' 하죠.
그렇다고 플랜B나 컨틴전시플랜 같은 게 있지도 않아요. '이번에 패 하나만 잘 뜨면 나도 여기 뜬다'라는 생각이 경영자 머릿속에 박혀 있으니 뒤는 없는 거죠. 실제로 그런 광경을 본 적이 있어요. 사업을 시작한 지 1년이 채 되지도 않은 경영자가 '이번에 내 지분 다 넘겨서 몇십억 떨어지면 양평에 집이나 한 채 짓고 들어가 살란다' 하더군요. 창업을 하자마자 투자유치에 매달리던 그 회사의 수명은 정확히 2년이었죠.
선발. 평가. 보상은 윗분들 마음
반복해서 말하지만, 좋소기업의 필수 조건은 시스템의 부재/오용/배제예요. 그런 현상이 벌어지는 건 결국 경영에 있어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하기 때문이죠. 시스템이 없어도 회사는 돌아가요. 대신 그 시스템의 자리를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이, 정확히 말하면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이 대신하게 되죠.
사람을 뽑을 때도 별다른 기준 없이 윗분들 마음에 들면 그만이고, 직원들에 대한 평가도 그분들 마음 가는 대로예요. 보상은 말할 것도 없죠. 평가를 마음으로 했으니 보상도 그 마음을 따라갈 수밖에 없어요. 이런 일이 벌어지면 직원들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죠. 그런 일이 반복되면 불공정하다는 의식이 디폴트가 돼요. 결국 시스템을 적용해도 믿지 못하게 되고, 직원들 사이에 반목과 편 가르기가 비일비재해져요.
직원들이라고 해서 항상 공정만 외치진 않아요. 회사라는 곳이 민주주의 사회가 아닌 것도 알고, 시스템 보다 사장이 힘이 더 세다는 것도 알아요. 그래서 예외 상황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여지는 남겨두기 마련이에요. 자신도 예외적으로 선발되었을 수 있고, 예외적인 평가와 보상의 당사자가 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예외가 일상이 되면 얘기가 달라져요. 시스템에 대해서는 불만을(경영자의 결정도 하나의 시스템이죠), 예외 당사자들에 대해서는 반목을, 회사에 대해서는 불신을 갖게 되죠.
잘 몰라서 이런 상황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좋소기업의 대부분은 합리성과 효율성을 이유로 직원들의 심정을 소홀하게 여기다 이런 일이 벌어져요. '결정권자(주로 경영자)의 판단이 충분히 합리적이고, 실행의 속도도 시스템을 거치는 것보다 더 빠르다. 그러니 직원들도 이해를 할 것이고 이해를 해줘야 한다. 우리 같이 작은 회사는 룰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과 속도가 경쟁력이다'는 식으로 포장을 하죠. 그렇지만 이런 식의 해석은 어쭙잖은 자기변호일 뿐이고, 결국에는 좋소기업이라는 자기 고백에 불과해요.
다들 그렇게 한다는 불법과 편법
있는 내부 시스템을 무시하는 건 예외 상황, 또는 경영자 마음이라고 이해는 할 수 있어요. (이해한다고 꼭 동의까지 해야 되는 건 아녜요) 하지만 법과 같은 외부의 룰을 어기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죠. 하지만 악랄한 좋소기업에서는 불법과 편법(이것도 사실 불법의 소지가 크죠)이 난무를 해요. 종류도 다양해서,
근로계약서 미작성 및 미교부, 근로계약서에 필수 근로조건 누락,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는 내용이 들어간 근로계약, 4대 보험 미가입/보험료 미납, 법적 한도를 초과한 연장근로, 휴게시간 미보장, 급여에 퇴직금 포함, 최저임금 위반, 시간외 근무/휴일근무 수당 미지급, 연차 사용 제한, 연차수당 미지급, 임금명세서 미교부, 퇴직 시 임금청산 불이행, 임금체불, 부당해고, 시간외 근로수당 지급/연차휴가 부여/주 52시간 근로를 피하기 위한 사업장 쪼개기, 해고를 쉽게 하기 위한 단기 근로계약 등, 상법이나 세법을 제외해 놓더라도 수많은 불법이 존재합니다.
불법을 저지르는 좋소기업의 경영자들은 이렇게들 얘기해요. '우리처럼 작은 기업은 법 다 지키다간 망한다. 우리 정도 규모의 기업들은 다들 그렇게 한다'고 말이죠. 하지만 분명한 건 규모는 작아도 지킬 건 다 지키는 회사도 있다는 거예요. 좋소기업의 논리로는 설명이 되질 않죠. 그리고, 불법을 하지 않는 회사의 직원과 좋소기업의 직원은 뭐가 다른가요? 불법은 하지 않는 회사는 좋소기업과 다른 법을 적용받나요? 이런 변명, 저런 핑계 대봤자 경영 마인드의 차이만 드러내고 마는 거죠.
이렇듯 좋소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은 경영 마인드에서부터 차이가 나요. 경영 마인드는 기능적인 측면이 강조된 것이기는 해도 심성이나 마음 씀씀이에서 우러나는 태도도 포함한 개념이죠. 사업에 대한 기능적인 접근과 더불어 사람의 집합으로 구성된 조직을 리드하는 방식과 관점이 경영 마인드에 모두 들어간다는 거예요.
오직 경영 마인드만이 사업의 성패를 결정하진 않겠죠.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하지만 사업의 결과와는 별개로 경영 마인드도 평가의 대상이 되는 건 확실해요. 그런 면에서 좋소기업이라고 불리는 회사의 경영자들은 메타인지가 필요해요. 당장 죽고 살고를 떠나 자신의 경영 마인드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도 냉정하게 해 봐야죠. 그런 것도 없이 회사를 운영하겠다고 들면 평생 좋소기업을 못 면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