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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열 Dec 06. 2022

사내정치의 진짜 목적

직장인이 사내정치에 몰두하는 이유

사내정치란 무엇인가

사내정치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조직 구성원 간의 권력다툼이다. 구성원 각자의 권력, 권위, 책임이 위계(하이어라키 Hierarchy)로 이미 규정되어 있는 구조에서 권력다툼이 있다는 게 의아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대기업부터 소기업까지, 웬만한 조직에는 사내정치가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사내정치는 대부분 특정 대상에 대한 부정적인 행위를 동반한다. 동료를 중상모략하거나, 의도적으로 곤궁에 빠뜨리거나, 동료를 적대시하기 위해 그룹을 형성하거나, 나쁜 소문을 퍼뜨리거나, 특정한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숨기거나 하는 식이다. 흔히 볼 수 있는 뒷담화, 집단 따돌림, 소문 퍼뜨리기, 파벌 싸움, 정보의 차단과 비공유 같은 것들이 바로 사내정치의 모습이다.


때로는 부정적이지 않은 형태로 사내정치가 이뤄지기도 한다. 충성경쟁이나 성과경쟁, 줄서기 같은 것들은 표면적으로는 특정 대상의 가치를 훼손하는 부정적인 측면은 없다. 다만 그런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내가 잡은 라인(선)의 이익을 위해 위에서 말한 부정적인 행위를 수단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내정치는 '다툼'의 모양새를 벗어나기가 힘들다.


왜들 그러시는가

일하기도 바쁜 마당에, 왜 머리 아파가며 사내정치에 몰두하는지 의구심이 생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명제가 말해주듯 인간 본성이 정치적이라서일까? 아쉽게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적 동물'은 '정치적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야 하는 존재'라는 의미다. 절반쯤은 끼워 맞출 수는 있겠지만 답으로 보기는 어렵다.


사람들이 싸우는 이유가 충동에 있다고 한 버트런드 러셀의 논리는 어떨까? 다툼이 맹목적인 충동에 의한 것이라면 굳이 권력이라는 것을 놓고 머리 아파해가면서 싸울 필요는 없어 보인다. 충동적으로 싸우고 싶다면 말꼬리 하나만 잡아도 그만이다. 다만, 남과 공유하고 싶지 않은 나만의 소유물을 획득하고자 하는 '소유충동'은 권력다툼의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권력을 소유하고 싶은 이유에 대한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다시 사내정치의 정의로 돌아가자. 사내정치는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이다. 이기면 권력을 얻는다. 그렇다면 그 권력은 당연히 나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 권력을 얻었는데 아무 쓸 데가 없다면, 승리의 영광만 남는다면 박터져가면서 싸울 이유가 없다. 정치싸움의 승리를 통해 얻은 권력으로 할 수 있는 것과 얻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사내정치의 목적이다.


권력 쟁취의 목적

사내정치의 승리로 얻은 권력은 공식적인 위계에서의 권력과 다르다. 하지만 조직 안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에 큰 영향을 미친다. 


첫째는 눈에 보이는 이익이다. 줄서기도 잘하고, 윗사람에게도 잘 보이고, 경쟁자를 무너뜨려 좋은 인사고과를 받고 해서 급여, 상여금 따위의 금전적 이익을 더 챙기는 것이다. (나에게 금전적 이익이 되지는 않지만 경쟁 상대에게 금전적 이익이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싸우기도 한다.) 당사자들에게는 처절하기 이를 데 없는 사내정치가 주변인의 눈에는 한낱 밥그릇 싸움으로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는 위나 인정 같은 무형의 이익이다. 인간의 욕구는 물질적인 것에만 있지 않다. 명성과 인정에 관한 욕구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매슬로의 욕구 5단계 이론에서 네 번째 단계가 존중받고자 하는 욕구다. 높은 지위는 이러한 욕구를 충족하는 데 제격이다. 더구나 회사의 수직적 구조에서는 지위가 오르면 더 큰 권력을 얻고 더 적게 견제를 받는다. 피라미드 형태를 한 위계의 사다리에서 소수만이 차지하고 있는 상위의 자리를 얻는다는 것은 인간 본연의 욕구를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팍팍하기 그지없는 조직에서 자유도가 한껏 높아지는 효과를 가져온다.


셋째는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위다. 좀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의사결정, 또는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권위다. 공식적인 권위는 아니다. 공식적인 권위는 어디까지나 조직의 위계질서가 규정한다. 사내정치의 승리를 통해 얻은 권력은 조직의 위계질서의 바깥에서 영향을 미치는 권위를 발생시킨다. 팀원(부서원)들이 팀장(부서장)이 아니라 특정 직원에게 동조하거나 끌려 다니는 경우가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다. 이런 케이스는 거의 대부분 정치싸움의 결과다. 


사내정치, 하고 있습니까?

지금 동료 직원이 사내정치를 하고 있는가? 그런데 왜 사내정치에 뛰어들었는지 알 수 없는가? 위에서 말한 세 가지 모두를, 또는 일부를 얻기 위해서라고 보면 된다. 본의 아니게 사내정치에 참전했는가? 그런데 무엇을 얻게 될지, 무엇을 잃게 될지 모르겠는가? 위에서 말한 세 가지 모두를, 또는 일부를 얻을 수도 있고 잃을 수도 있다. 


직장이 제공하는 관계의 그물이나 체계에 속해있으면 어떤 형태로든 권력의 역학을 경험하게 된다.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다툼인 사내정치는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생기는 일이라면 그것도 직장생활의 일부로 보아 최소한의 이해는 해두는 게 낫다. 욕을 하든, 관전을 하든, 참전을 하든 말이다. 사내정치에 대한 의뭉스러움이라도 해소해두면 이사님이, 부장님이, 대리가, 입사 3개월밖에 안 된 저 신입사원이 왜 저러는지에 대한 답답함을 좀 덜해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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