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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hanist Feb 10. 2016

감성부부의 아이슬란드

#요쿨살롱 (Jokulsalon)

틀렸어, 감정이 우리가 가진 전부야!!


여행을 가다보면 두려움이 하나 있다. 세상사람들이 다 느낀 감정을 내가 못 느끼면 어떻하나? 다들 똑같이 보고 듣고 느낀걸 나는 못보면 어떻하나? 야자시간에 몰래 숨겨온 간식을 먹듯, 항공법에 위반되는줄 알면서도 이륙하는 찰나를 담기위해 아이폰 스피커를 손가락으로 막고 찍어대는 건 차라리 귀엽다. 두려움은 비행기가 착륙하면서 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A호텔을 가면 이렇게 말해서 룸 업그레이드를 해야하고, B레스토랑을 가서 소문난 그 메뉴를 먹고 맛을 느끼지 못한 나의 혀가 뭔가 큰 잘못을 저지른것만 같다.



결국 여행을 마치고 남는건 카드영수증과 그 순간의 감정이었다. 먹는것도 아니고 사진 또한 그 순간의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도구일 뿐이다. 감정이 없는 사진은 다시 뒤적여 봐도 심드렁하기만 하다.  아이슬란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제일 많이 물어온 말은 "오로라는 봤어?"였다. "아니 못봤어!"라고 시원하게 대답하면 마치 1+1은 2가 아닌 3이라고 들은듯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나는 목화씨를 따와야만 했던 문익점선생님이 아니다.




아이슬란드 여행중 요쿨살롱(Jokulsalon)은 세번 찾아갔다. 첫번째는 스카프타펠(Skaftafell) 얼음동굴 투어를 마치고 방문했고, 두번째는 호픈(Hofn)에서 새벽에 두시간 운전해서 해가뜨기전의 요쿨살롱에 방문. 그리고 세번째는 그날 오후 해가뜬 후 찾은 마지막 요쿨살롱이다. 해가 뜨기 직전의 고요함이 가장 극적이었음은 세번을 방문하고 난 후 였다.


은하수를 찾아 밤새 사진을 찍고 두시간동안 운전을 해서 아무도 없는 어둠속에서 일출을 기다리며 물결하나 없는 잔잔한 호수위를 구름처럼 떠다니는 빙하 조각들을 보고 있노라니, 내가 물 위를 떠다니는 것 같다. 그 사진을 본 친구들은 말했다. '어두워서 뭐가 잘 안보여'. 느껴지는 것보다 보여지는것이 우선시되는 세상에서 감정의 공유는 묻히기 십상이다. 지금은 아이슬란드가 대세라니, 좀더 구체적으론 아이슬란드의 오로라가 대세라니 오로라 없는 아이슬란드는 왠지 쓸쓸하다.



얼마전 "Youth"라는 영화를 보았다. 감정은 과대평가 될 수 있다는 '프레드'의 말에 '믹' 마음속에 깊은 파문을 남기는 한마디를 던졌다. "틀렸어. 감정이 우리가 가진 전부야!" 지금도 불꺼진 방에서 요쿨살롱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난다.


덧, 오로라 사진은 꽃보다 청춘에서 확인해보시라..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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