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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hanist Nov 03. 2016

캐나다스타그램 #3

오로라가 어떤 느낌이냐면...


반쯤 열린 창문 밖에서 볼끝을 스치듯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부드럽게 흔들리는 거대한 푸른 커튼을 본 느낌이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일이었다. 전교생 200명쯤 되는 지방의 작은 시골 국립고등학교 였는데, 2학년 반 배정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첫 조회에서 우리 학교에 새로 오신 선생님을 소개해준다고 모두 운동장으로 나오라고 했다. 앞에서 두번째 줄 창가자리에 자리를 잡았던 나는 창틀옆에 "LUCAS"백팩을 던져두고 실내화를 운동화로 갈아신었다.


'국립고등학교에 새로울 선생님이 있겠어? 또 뭐 영감님들 오셨겠지'

하고 생각하며 별 관심없이 펄럭펄럭 휘날리는 교복 바지주머니에 손을넣고 삼삼오오 운동장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번에 오신 선생님들은 여덟분이 새로 오셨다.


창원에서 근무를 하시다가 오신선생님, 경남교육청에서 근무하다 오신선생님... 이라고 교감선생님께서 연이어 소개를 해주셨지만 우리는


"저 분명히 전에있던 학교에서 사고쳐서 여기로 내려왔을 꺼다!"


하며 낄낄거리고 있었다. 그땐 스마트폰이나 인터넷도 제대로 안되었으니 지금의 단체카톡으로 주고받던 잡담들을 소근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쯔음 교감선생님께서 마지막선생님 소개를 하던 참이었다.


"이 분은 ㅇㅇ대학교 물리교육과를 졸업하고 우리학교로 처음 출근을 하신 선생님이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고 수업 잘들으세요."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물리수업을 맡게된 정희진이라고 합니다. 지방생활이 익숙하지 않아서 잘 부탁드려요."


라고 소개를 마친 그 순간 우리는 일제히 숨을 죽였다. 제대로된 학원도 변변치 않은 시골학교에서만 배워왔던 우리는 처음 연예인을 본것처럼 그 연예인의 목소리를 처음들은것처럼 눈과 귀를 주목했다. 고 2때부터 선택과목이 들어가는데 대체로 자연계중에서도 화학(II), 생물(II)의 선택이 많았던 우리학교는  선택과목 수업의 교실배정을 바꿔야 할 정도로 그해 물리(II)의 인기가 정점을 찍었다.


아직도 기억하는 정희진선생님과의 첫 수업시간은 2000년 3월 21일 화요일 7교시였다. 정규수업 마지막시간이었는데, 그 날 따라 점심을 많이 먹었던 나는 그 전 윤리수업의 영향으로 10분 쉬는시간동안 책상과 창가의 틀에 기대어서 잠에 취해있었다.


반쯤 열린창문에서 두 볼을 감싸듯 봄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에 베이지색 커튼은 머리위에서 하늘하늘 흔들렸고 짧게 자른 스포츠 머리위로 커튼 끝자락이 머리위를 스치듯 간지럽히고 있었다. 아직은 건조한 봄의 차가운 공기와 따스한 햇빛이 묘하게 섞여 이른 봄의 아지랑이처럼 신비한 분위기를 더 해주고 있었다. 그때 푸른 청바지에 에메랄드색 자켓을 단아하게 입으신 긴 생머리의 정희진 선생님이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한 내 눈앞에 다가와 섰다.


여봉? 이게 오로라를 처음본 느낌이라구...


무슨말인지 알지??


#캐나다스타그램 #오로라 #yellowkn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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