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내려온 테레사가 MZ처럼 변해버리기까지

“안녕, 피터 내 사랑” 할리우드가 삼켜버린 한 영혼의 이야기

by 아침햇살

천국에서는 요즘도 ‘지구 선교 보고서’가 문제다. 한때 베드로는 미국의 영적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가장 신뢰하는 제자, 테레사를 파견했다. “거룩하신 베드로 님, 저야말로 복음의 불꽃을 지닌 여인입니다. 가 보겠습니다.” 그렇게 자신 있게 하늘 비행선을 탄 테레사는 뉴욕에 도착했다.


그런데 사흘이 지나자 테레사는 눈 밑이 까맣게 죽어 있었다. “베드로 님… 뉴욕은 정말… 대단합니다. 사람들은 거리에서 손바닥보다 작은 화면만 보고 살아요. 누구도 서로의 얼굴을 보지 않아요. 음식도 사진만 찍고, 기도 대신 ‘좋아요’를 누릅니다. 도대체 믿음의 사람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베드로는 심호흡을 했다. “이해하겠소. 하지만 아직 시작에 불과하오. 일을 마무리하시오. 시카고로 가시오.”

며칠 후, 또 전화가 왔다. 테레사의 목소리는 더욱 처참했다. “저는 거리에서 교회의 십자가보다 스타벅스를 더 많이 봤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바쁘다고 말하지만, 무엇을 향해 바쁜지는 아무도 모르더군요. 그들의 마음은 썩었어요. 계절이 지나도 기도보다 ‘계절 한정 메뉴’에 더 기뻐합니다. 저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요.”


“인내를 가지시오.” 베드로가 다독였다. “마지막으로 할리우드만 둘러보시오. 그곳이 가장 어둡다고들 하오. 다 보고 오면 천국으로 돌아가게 해 드리리.”


그리고 6주가 지났다. 연락이 없었다. 베드로는 불안했다. '혹시 미국의 공기가 너무 세속적이라 날개가 녹은 걸까?' 베드로가 하늘의 F.B.I. 에 의뢰하려던 찰나, 전화벨이 울렸다. “잠시만요, 할리우드에서 걸려온 전화입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놀랍게도 한층 더 부드럽고 매혹적으로 변해 있었다. “안녕, 피터 내 사랑♡ 나 테리예요.” 그날 이후, 베드로는 천국의 명부에서 테레사의 연락처를 ‘활동 중단’으로 표시했다.


이 이야기는 웃기지만, 사실 꽤 아프게 우리에게 와닿는다. ‘테레사’는 단지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순수했던 우리 마음의 별명일지도 모른다.


처음 세상으로 내려왔을 때 우리는 모두 나름의 신성함을 지니고 있었다. ‘착하게 살겠다’, ‘다른 사람을 돕겠다’, ‘진심으로 사랑하겠다’는 약속들. 그런데 현실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그 순수함은 쉽게 화장되고, 포장되고, 나중에는 스스로도 모르게 세속의 쇼핑리스트 속으로 들어간다.


뉴욕의 테레사는 연결보다 단절된 사람들을 보고 절망했다. 시카고의 테레사는 욕망과 바쁨 속에 길을 잃은 사람들을 보았다. 그리고 할리우드의 테레사는… 결국 세상의 유혹에 굴복했다. 이건 단지 할리우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마음의 여정이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자기 계발’과 ‘자기애’ 사이를 착각하게 되었다. “나를 사랑하라”는 말이 “나만 사랑하라”로 변질되었고, ‘영혼의 평화’를 찾는다며 결국엔 ‘럭셔리한 휴식’을 예약한다. SNS의 필터가 영혼의 필터가 된 시대다.


그렇다면 질문해 보자. 지금의 나는 뉴욕의 테레사인가, 시카고의 테레사인가, 아니면 할리우드의 테레사인가? 혹은 여전히 “베드로 님, 이건 아니에요!”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순수한 마음일까?


결국 현대인이 진짜 잃어버린 것은 믿음보다 ‘순수함’이다. 그 순수함은 결코 고리타분하거나 청승맞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의 모든 유혹을 알면서도 그 중심을 지키는 힘이다.


오늘도 세상은 우리를 할리우드로 초대한다. 더 빛나는 삶, 더 많은 성공, 더 큰 영향력이라는 이름으로.
그러나 진짜 성숙은 유혹을 모르는 게 아니라, 유혹을 느끼되 자기 자리를 지키는 데 있다.


테레사처럼 목소리가 변하지 않도록, 오늘 하루도 마음속 ‘베드로’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인내와 용기를 가지시오. 아직 일은 끝나지 않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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