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맨모삼천지교 May 28. 2019

'공간'과 '시간'만 있다면.
그곳이 바로 놀이터.

맨해튼의 특별한 놀이터에서 발견한. 놀이터의 비밀


여러 가지 아동 관련 시설들과 프로그램에 집중해서 가급적 기록까지 해두려 노력 중이라는 나의 이야기에, 친구가 그렇다면 [그 어느 곳보다 진화한 형태의 놀이터]가 있다며 꼭 가볼 것을 추천해주었다.


그래서 찾아가 본 이 곳은,

어른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 위험하다, 놀지 못할 것이다" 생각하지 말고, 어떤 도구라도 아이들에게는 놀잇감이 될 수 있는 곳.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은 훨씬 더 자립적이고 창의적인 작은 어른들이라는 사실을 바로 확인시켜 주는 곳. 

바로, Play:Ground NYC였다.


Play:Ground NYC




놀이터 Playground가 아닌, Play(놀이)를 하는 Ground(공간)이라는 의미.

그래서, 홈페이지를 들어가 먼저 공간을 소개한 영상을 먼저 보았는데. 이상했다.

놀이터.. 라기에는 어쩌면 "폐허"같이 느껴지는 공간에서 내 눈에는 엄청 위험해 보이는 물건이 곳곳에 널려 있는 것 같은데... 영상 속 아이들은 너무나 신나게 잘 놀고 있었다. 

심지어 부모 포함 어른의 지도나 보호 없이. 


이럴 수가 있을까??????아무 사고 없이...????


마치, 재활용품을 모아놓은 것 처럼 보이는 이 곳이. 놀이터다.


이들이 이러한 공간을 기획한 이유는,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놀이 방식을 통해, (사회적/ 신체적) 위험을 감수하고,  실험하고,  자유로워지는 놀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처음 보는 내 눈에 엄청 위험에 보이기까지 한 놀이공간은 "어린이의 권리"에 대한 믿음을 기초로 한 것. 못, 망치, 톱, 페인트, 타이어, 천 등등 일반적인 놀이터에서 보기 힘든 여러 가지 "어른들"의 세상에서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물건들이 [놀이도구]로 제공되는 것은 물론, 비가 와도 이 놀이 공간은 문을 닫지 않는다. 그래서 비 오는 날 장화를 신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흙탕물에 얼룩덜룩 해져도 신이 나서 노는 아이들의 사진을 온라인에서 꽤 볼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 빨래하는 엄마는 눈물이 날 모습이지만, 아이들은 너무나 신나 보였다)

대표


이 특별한 놀이터는

[The Yard] 만 6세 이상이 입장 가능한 "아이들만 놀 수 있는 공간"과 

[The Family Play Area]로 5세 미만의 아이가 보호자를 동반하고 들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분리된다. 

The Yard: 6세 이상 아이들이 보호자 없이 노는 곳


Family play area: 5세 미만 아이들의 놀이터. 정말 놀이터가 맞나...???싶은 놀이도구들

물론, 참여 가격은 자율 기부 형태라 0원에서 150불까지 원하는 대로 내면 된다!


만 6세 이상이 입장 가능한 [The Yard]는, 일반적인 놀이터들이 대부분 "보호자"를 필요로 하는 것과 달리 어른들과 완벽히 분리되어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를 진행하게 된다. 적극적으로 "어른의 개입 없는 아이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주고 그 안에서 아이들의 상호작용, 놀이 방식, 문제 해결능력을 키워 주는 것이 이 공간의 핵심. 물론, 아이들의 놀이 공간 안에는 playworkers(플레이 워커)라고 통칭되는 사람들이 일부같이 상주하며 아이들이 다칠만 한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 "플레이 워커"들은 놀이에 개입은 하지 않되, 어른으로 아이를 보호하는 역할만 한다.

일반적인 부모나 어른들은 [놀이에 대한 개입과 보호]가 분리되어 진행되기 어렵기 때문에 이와 같은 플레이 워커들 만이 아이들이 노는 공간에 있을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다른 아이들에게 정신적인 또는 신체적인 해나 위험을 가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바로 퇴장 조치 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는 역할도 겸한다.


이 문을 기준으로 아이들만 입장 가능

만 6세 미만의 아이나, 체력이나 체격이 혼자 놀이공간에 있기는 부담스러울 경우 가족들과 함께 입장 가능한 "패밀리 플레이 공간"역시 모든 연령 대상으로 개방되어 있다. 이곳에 입장할 경우 "보호자"의 보호를 받는다는 것을 전제로 입장이 가능하다. 우리 아이는 이제 막 만 5세를 지났기 때문에, 자립적으로 놀 수 있는 놀이 공간으로의 입장은 불가했던 상황. 내년 봄 6세가 되면 다시 도전해 보기로 하고, 일단 오늘은 패밀리 플레이 공간에서 첫 체험에 나섰다. 그리고 우리 아이를 포함한 아이들의 반응을 살펴보기로 했는데...


이런 것들로 아이들이 놀 수 있네?
그것도 매우 신나게?!

나의 의구심이 무색하게. 아이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놀이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쇠막대기와 도로공사안내 표시물을 가지고 야구와 골프의 중간 같은 놀이를 만들어내서 하기도 하고...


일상 속의 모든 것이. 아이들에게는 놀이도구가 될 수 있음을 일깨워 주던 곳.


좀 큰 아이들이 있는 Yard 쪽은 들여다보니,

평소에는 분명 가까이해보지 못했을 여러 가지 연장과 도구들을 다루며 역할극을 하기도 하고, 버려진 컨테이너 같은 곳을 집이라며 이런저런 도구들로 인테리어도!

그렇게 노는 아이들을 먼 발치에서 지켜보며, 어른들은 울타리 밖에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풍경. 

10 more minutes left for play!!(10분 남았다~~~)라고 외치는 중이던 한 아버님 / 부모님(성인)의 관여 없이 논다는 뜻으로 표기해 놓은 현수막


그렇게 아이들이 스스로 놀잇감을 찾아내서, 나름의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것을 관찰하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의 "놀이"라는 것은 특별한 규칙도, 특별한 놀이도구나 장난감 없이 어쩌면 [시간과 공간]만 허락한다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폐기물이나 재활용품이라고 생각한 것이 훌륭한 놀잇감이 되는 것처럼.

그리고, 어른들의 간섭이나 관여가 없어도 충분히 아이들만의 룰을 만들고 주의하며 놀이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것이 아이들이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놀이터.

바로 얼마 전에 다녀온 브롱스 동물원(BRONX ZOO)의 Trek and Climb 안에 설치되어 있던 놀이터. 

"동물"들의 서식이나 습성을 힌트 삼아 꾸며진 놀이터였는데,

몇 가지 포인트가 주목할 만했다. 특히, 특별한 놀이기구나 미끄럼틀 등이 없는데도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어서 그 내용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1) 각 동물들의 특징적인 행동을 놀이의 주제로 삼은 점.

2) 모든 놀이공간의 아래에는 천연 나뭇조각이 깔려 있어 아이들이 다칠 위험이 없었던 점.

비버처럼 집을 만들어 보세요!라며 나뭇가지와 천 들이 비치되어 있던 곳.
개구리처럼 폴짝 뛰어보세요!라는 내용에 걸맞은, 여러 가지 사이즈의 돌들.
코요테의 발자국 만들기 놀이: 모래밭에 코요테 발자국 모양의 큰 도장을 비치해두고, 마치 동물이 다녀간 것 같은 모습을 만들며 놀 수 있도록 해두었다.


그리고 마지막 공간에 비치되어 있던 "물로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공간"

물감이나 분필 같은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도, 친환경적으로 그림을 그리며 놀 수 있던 곳이었다. 


[Play:Ground NYC]로 가는 방법

로워 맨해튼의 배터리 파크 근처 Pier 11에서 Ferry를 타고 바로 10분도 안되는 시간에 도착할 수 있는 Governors Island(가 보너스 아일랜드)는,  맨해튼과 뉴저지, 브루클린 하이츠 사이에 위치한 섬이다. 자유의 여신상 근처라고 생각하면 가장 이해가 쉬울 위치.

뉴욕시에도 이곳 딱 한 곳뿐이며, 야외 활동에 적절한 5월 5일~10월 말까지만 한시적으로, 그것도 주말에만 12시-4시까지 오픈. 또한 모든 아이들은 발을 보호할 수 있는 신발을 신어야만 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크록스와 같은 고무 신발이나 쪼리, 샌들의 경우 발을 다칠 수 있어 입장을 권장하지는 않는다. 현장에서 신발 별도로 대여도 가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