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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midento Feb 12. 2017

헬 카페_임성은

인터뷰 시리즈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솔직히 고백하자면, 내가 만일 임성은 씨가 이렇게 유명한 사람인 줄 미리 알았더라면, 아마 이 인터뷰는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다. 우연히 내 작업실 바로 5분 거리에 위치한 헬 카페 덕분에 작업실에 나가는 날이면 언제나 밸런스 잘 잡힌 커피와 시시껄렁한 잡담들을 나누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여기에 실린 두서없는 사진과 글들은 그러한 호사스러움을 누리게 해주었던 헬 카페에 대한 작은 나의 성의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지옥에서 온 임사장님



카페를 하는 것과 커피를 하는 것의 차이





Hamidento (이하 S) :이건 진짜 볼 때마다 멋져요. 당연한 거겠지만 이걸 굳이 고집하시는 이유가 있겠죠?


임성은 (이하 H) : 뭐 돌리고 돌리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S : 돌리고 돌리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다라… ㅎㅎㅎ


H : 결국엔 그렇게 얘기를 하는데, 이유는 그거예요. 이것저것 해봤는데, 현재 상황에서 로스터기를 산다… 되게 비싸거든요. 그렇지만 무리해서라도 살려면 살 수는 있어요. 살 텐데, 결과물부터 역추적을 해보는 거예요. 저희가 어떤 것을 좋아하느냐. 결과가 있을 거 아니에요. 이를테면 어느 커피 전문점의 어떤 사람이 헬 카페의 드립이 너무 맛있다. 그렇다면 그걸 흉내 내는 법은 되게 쉬워요. 드립이 맛있으면, 우리가 어떤 콩을 쓰고 있는지를 알아내서, 뭐 관계가 좋으면 직접 물어봐서 알아내던가, 아님 멀리 돌아가지고 알아낸다면 어떻게든 알 수 있어요. 열심히 하면. 돌리는 기계를 보고. 저 같으면 그럴 것 같아요. 헬 카페에서 이 커피가 너무 맘에 든다, 그럼 와서 볼 거예요. 여기서 아 저 사람 이걸 몇 분 넣고 이렇게 돌리는구나. 저희도 그러는 거예요. 저희가 제일 리스펙트 하는 가게가, 지금은 사라진 30년쯤 한 일본에 있는 커피숍 중에 ‘다이보’라는 커피 전문점이 있거든요.



다이보커피


S : 大坊珈琲店 대방가배점. 이건가요. 그런데 지금은 없어요?


H: 건물이 이제 헐린데요. 오모테산도 힐즈에서 가까운데 있는데, 무라카미 하루키가 많이 가서 되게 유명해진 카페예요. 거기가. 근데 그 커피를 저도 그렇고 이 친구도 되게 좋아했어요. 매장을 둘이 하는 데 있어서 뭐가 중요하냐라고 누가 물어보면 저희는 카페 하는 사람이 아니라 커피를 하는 사람이거든요. 커피를 하는 와중에 카페를 하는 거지, 카페를 하는 와중에 커피를 하는 게 아니에요.


S : 카페를 하는 것과 커피를 하는 것의 차이가…


H : 많이 있죠. 카페를 하는 사람이라면 공간 구성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해야 돼요. 메뉴 개발도 많이 해야 하고. 저희도 우선은 먹고살기 위해서 해요. 재밌기도 하고. 좋은 공간에 가고 싶기도 하지만 그런데 그것만 있으면 그냥 카페 하는 사람이에요. 근데 저희는 음… 장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커피를 평생 하고 싶거든요. 그런데 그럴 때 커피 하는 사람들은요, 이 친구도 심지어 이렇게 이런 드립이나 하고 저는 최신으로 달리는 에스프레소만 했었거든요. 대회에서 입상을 했다라는 것은요 트렌드를 만드는 사람인 거예요 저는 원래. 이 친구는 되게 전통적이고 옛날 방식을 고수하는 거고. 그럼 둘이 안 싸울 수가 없잖아요. 둘이 성향이 이렇게 완전히 다른 건데. 근데 그런 저희 둘 다 좋아하는 커피가 저 다이보 공방의 커피였어요.


S : 그렇게나 성향이 다른 둘이 하나로 뭉쳐질 수 있었던 것이 그러니까 커피에 대한 철학이 같기 때문이었다.


H : 뭐 철학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고 암튼 좋아하는 게 똑같은 거예요. 그게 안 맞았으면 아마 둘이 쪼개졌을 거예요. 진짜. 놀랍게도 그게 맞아서 저희 둘이 같이 할 수 있는 거예요. 이걸 왜 쓰느냐하고 물어보시면 그 친구의 이야길 대변하자면 걘 보통 인터뷰에선 그래요. 할 줄 아는 게 이거밖에 없다고. 되게 멋있는 얘기인데, 왜 이것을 쓰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너무 많을 거 아녜요...


S : 그렇죠. 일반 로스팅 머신을 쓰는 게 아닌 이런 불편한 방식을 고수하는 게 그리고 저도 여기 와서 이걸로 로스팅하는 거 자주 봤는데 연기도 많이 나고 정말 보통일이 아니던데…


H : 네, 맞아요. 힘들어요. 근데 힘들어야 되는 일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이 친구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이것 때문에 사람이 손으로 돌리고, 뭐 아날로그로 한다고 더 맛있어지진 않아요. 그런데 그런 자세고 태도인 거죠. 굉장히 귀찮은. 그리고 카메라를 쓰시니까 아시겠지만 색감인 거잖아요. 이 로스팅을 하면 이 로스팅의 색감이 들어가요. 반드시 들어가요. 기계로 이렇게 볶을 수 없구요, 이걸로 기계처럼 볶을 수 없어요. 뭐 디지털화되면서 훨씬 더 선명해지고 픽셀이 더 많아지니까 나오는 게 있지만, 그림을 하이퍼 리얼리즘처럼 무슨 뭐 눈동자 하나를 아주 선명하게 그린다고 그게 꼭 잘 그린 그림은 아닌 거잖아요. 전체의 어떤 톤이란 게 있는 건데 저희가 좋아하는 톤이 바로 이게 만들어주는 거거든요. 아, 일단 앉으세요.


S : 아 네, 이렇게 또 자연스럽게 얘기가 시작되어버리네요. ㅎㅎㅎ



법의 테두리 안에서 놀다. 판을 벌이는 재미.


H : 제가 세상 돌아가는 이치중에 빨리 깨달은 게 있는데, 전 법의 테두리를 좋아해요.


S : 법의 테두리라.. 어떤 의미죠?


H : 고3 때 야자를 할 때였어요. 친구랑 같이 담배 피우면서 운동장을 보고 있는데 전교에서 1,2등 하는 여자애가 막 뛰는 거예요. 보통 체육시간에는 컨디션 안 좋다고 그늘에서 맨날 쉬던 애가 뛰더라고요. 야 쟤, 걔 아니냐? 보통 공부 잘하는 애는 다 알잖아요. 왜 저러냐? 미쳤나? 답답한가 보지~ 야, 너도 답답하냐? 그럼 넌 안 답답하냐? 친구랑 같이 담배 피우면서 이런 얘길 했어요. 뭐 재밌는 거 없을까? 그 친구가 저에게 이런 아이디어를 냈어요. 우리 그냥 피리탄이나 몇 개 갖고 와서 분수 불꽃이나 피우자. 불꽃놀이 함 하자. 어때? 얘길 듣고 잠깐 생각해봤는데, 깜깜한 운동장에서 불꽃놀이하면 너무 재밌을 거 같은 거예요.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하죠. 주머니에서 각자 돈을 털어 돈 몇 만 원 갖고 와서 몇 만 원어치 불꽃을 삽니다. 그리고 학생과에 끌려가죠.


S : ㅎㅎㅎㅎ


H : 이게 일반적인 시나리오예요. 이건 불꽃을 터뜨렸다는 의미를 빼고는 너무 아무것도 아닌 거예요. 판을 좀 키워보자 생각을 했죠. 일단 다음날 아침, 담임이 조회를 하고 나가자마자 바로 교단으로 올라가서 애들을 깨웁니다. 야! 다들 인나봐!! 미친놈 왜 저래 또… 재밌는 일이 있어. 한 타임 끝나고 불꽃놀이 하자! 야 지랄하지 마!! 뭐야 저 새끼… 야유 장난 아니죠 ㅎㅎ 아니, 진짜로 재밌을 거야. 자자 천 원씩만 내 천 원씩만. 다 같이 하는 거야. 아 지랄하지 마…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1번부터 돈을 걷습니다. 천 원 그렇게 큰돈 아니거든요. 그렇게 반 40명 돈을 걷었습니다. 4만 원이죠. 반장한테 갑니다. 야, 내가 지금 반 전원 해서 4만 원을 모았어. 그리고 너는 반장이잖아. 넌 5만 원만 내, 반장이니까  5만 원 내야지, 나도 5만 원 낼게. 갑자기 14만 원이 됐습니다. ㅎㅎㅎ 그리고 부반장한테 가요. 야 반장 5만 원 냈는데, 넌 3만 원은 내야지. 부반장 두 명해서 20만 원이 됐습니다.  자 이제 그럼 20만 원을 모았습니다. 그럼 이제 이 20만 원을 들고 제가 어디로 갔을까요.


S : 어디로 갔나요?


H : 보통 20만 원을 모으고선 이 20만 원을 갖고 문방구에 가서 폭죽을 사죠. 와~ 많다 하면서 ㅎㅎ 저는 아까도 말했듯 법의 테두리 안에서 노는 걸 좋아합니다. 담임한테 갑니다.


S : 담임 ㅋㅋ 합법적으로.


H : 쌤 저 이렇게 저렇게 해서 불꽃놀이 하려고 하는데요…. 뭐? 불꽃놀이? 하, 이런 또라이 같은 새끼… 잠깐 기다려봐. 다음 시간에 교무실로 올라오라고 그래서 올라갔어요. 교장 선생님이 보자고 하시는 거예요 하.. 너 때문에 골치 아프다 하시면서.. 근데 되게 좋은 분이셨어요. 교장 선생님이 올라갔더니 되게 인자하신 분인데 불꽃놀이를 하고 싶다고요 성은 학생?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아, 예 저희가 다 좀 힘들고 큰 축제 같은걸 하긴 뭐하고 뭔가 기분전환을 할 겸 허락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했어요. 속으론 덜덜 떨면서. 근데, 알겠습니다. 제가 뭐 도와드릴 건 없을까요?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교장 선생님이!! 그러시더니 갑자기 전화를 하는 거예요. 전 그 날 처음 알았어요. 모든 불꽃놀이는 소방서에서 협조를 해야 한다는 것을요. 그리고 교장선생님이 담임선생님께 5만 원을 주셨어요. 그리고 담임도 5만 원을 주고…


S : 돈이 점점 모이네요.


H : 그때 반장 놈이 대성리에서 엠티촌을 하는 아들놈이었었는데 폭죽 사려면 어디서 사야 하냐고 물어봤죠. 천호동에 가면 도매시장이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같이 가자고 그랬더니, 가긴 뭘 가냐고 엄마한테 말하면 주문해서 갖다 준다는 거예요. 보통 사람들이 100~120만 원 주고 살 거를 30만 원으로 산거예요. 도매가로. 저는 5만 원만 내고 제가 기획해서 이걸 한 거예요 그 맛을 제가 봤어요.


S : 이런 판을 만드는걸요.


H : 네 그렇죠. 그런 짓을 되게 좋아해요.


S : 그런 게 헬 카페를 하시면서 여전히 영감을 주기도 하고 그렇군요.


H : 그렇죠 이번에 일력 만드는 것도 그렇고, 뭐 재밌잖아요.



헬카페와 매드커피, 프릳츠등 지인들과 함께 만든 일력.



커피 하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 


H : 제가 어차피 돈을 엄청나게 많이 벌 수는 없잖아요? 그럴 거면 멋있고 좀 재밌는 걸 벌여보자. 친구들이랑 각자 뿜빠이해서 하자. 제가 하면서 느낀 게, 누구 하나가 나서서 잘났잖아요? 그럼 사람들은 싫어해요. 그래서 혼자 하는 것보단 함께 같이 일을 꾸미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계획하는 일들은 되게 많은데 언제가 될진 모르겠어요. 이번에는 좀 큰 일들이어서 머릿속에 구상은 꽤 있는데, 이를테면 커피 판을 흔들 수 있는 그런 일들을 좀 하고 싶어요.  안티 브로드웨이 같은…


S : 안티 브로드웨이?


H : 브로드웨이 옆에다 안티 브로드웨이를 차리는 것처럼, 카페쇼 같은 게 엄청 크잖아요. 그 옆에 안티 카페쇼 같은 걸 하려고 했었어요. 근데 그거는 힘을 좀 더 키워야 할 것 같아서.


S : 현재 카페쇼가 맘에 안 드나 봐요.


H : 네, 구리잖아요. 되게 구려요.


S : 그렇군요. 저는 업계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잘 몰라서 그러는데,,


H : 규모가 커지면 구려지잖아요 보통.


S : 그렇죠. 비리 같은 것도 생기게 마련이고.


H : 상업적인 게 물론 맞지만, 너무 또 그런 방향으로만 흘러가니까. 커피 하는 사람인데.


S : 아까도 말씀하셨듯이 카페 하는 사람이 아닌 커피 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라든지 비전이 확고하게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것 같아요.


H : 안 그러면 흔들릴 수밖에 없어요. 이게 더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서비스업이기 때문이구요. 서비스업은 무형의 재화를 제공하는 업이잖아요. 눈에 보이는 게 아니거든요. 계량화할 수 없잖아요. 손님에게 응대하면서 웃어 드렸다, 잔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이런 게 계량화 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웃었으니까 500원 더 내세요. 웃음 값이 얼마가 더 있어요. 이럴 수는 없잖아요. 재화가 그런 유형의 것이어서 이상을 높게 잡지 않으면 빠그라지기 쉬워요. 이 서비스업이라는 게 작품 활동하시니까 아시겠지만 작품은 남잖아요 이건 남는 게 없어요.


S : 결과물이 없다… 커피가 있잖아요.


H : 마시면 끝이잖아요. 커피라는 건 사라져 버리니까. 그리고 커피도 커피지만 그건 제 업이니까 직업윤리로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한 건데, 만약에 제가 내 커피 맛있고, 니 커핀 맛없으니까 꺼져, 이런 사람은 랩실에 가야죠. 연구실에 가서 커피의 맛만 연구를 해야죠. 확고한 신념들이 없으면 무너지기 쉬운 것 같아요. 그래서 정체성을 계속 저한테 종용하고 있고.


S : 끊임없이 자기 리마인드를 해야겠군요.


H : 안 그러면 어제 아르바이트로 취직해서 여느 커피숍에서 내리는  알바생과 다를게 뭐가 있어요. 그런 거죠, 그래서 그런 식의 이상을 높게 잡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요.





H : 저희도 여기 처음 시작할 때 진짜 장난 아니었어요. 이런 컨셉으로 하자 저런 컨셉으로 하자 첨엔 저희도 회의란 걸 했죠. 근데 한 일주일쯤 지났을 때 제가 그랬어요. 야, 니 맘대로 해라 그냥. 너가 알아서 다 결정해. 나중에는 그 친구도 막 짜증내고 그랬어요. 여기 니 매장이야, 니 매장. 근데 왜 신경을 안 쓰냐고… 근데, 제가 봤을 때 이 친구가 이런 쪽의 감은 저보다 확실히 좋더라구요. 간단한 얘기를 해도 스트로를 어떻게 놓자, 뭘 어떻게 하자라고 할 때 조금 감각이 다르더라고요. 저보다는, 훨씬 좋아요. 잘하는 사람이 해야죠. 공사를 실제로 할 때도 제가 했던 일은 이를테면 자재를 싸게 빨리 사 온다던가, 전화를 한다던가 결제를 한다던가 했지, 거의 두 달 가까이를 같이 먹고 자고를 했는데 얘기를 하면, 밤에 이제 얘기를 해요. 이렇게 저렇게 공간을 트자. 사실은 여기 노출 콘크리트가 있을 줄 알고 효과를 낸 거거든요. 근데 없는 거야 ㅎㅎ 계획대로 된 게 없어 ㅎㅎㅎ 저희가 이 페인트만 7번 칠한 거예요, 7번을.. 이 전구 사는데 한 3000개 정도 봤어요. 그런 고민을 했을 때 저 친구가 훨씬 잘해요. 이런 걸 하자 저도 고민을 하는데 그런데 또 웃긴 건 이 친구는 구현은 못해요. 디렉팅만 할 줄 알지. 실제로 사람들 만나는 것도 안 좋아하고 전화하는 것도 잘 못하고, 어디 수소문하는 것도 모르고, 아는 사람이 또 많지도 않아서…그런 건 또 제 역할인 거예요.


S : 분담이 완전 잘 되어 있네요


H : 그렇죠. 그게.. 그런데 처음엔 잘 생각해보세요 이렇게 얘기하니까 되게 좋은 건데, 얼마나 서로를 이해를 못하겠어요. 야, 그걸 못해? 서로 그런 거예요 처음엔..


S : 서로 분야가 다르니까.


H : 완전 다르니까 매장 몇 번 빠그라질 뻔했어요. 진짜 별거 아닌 걸로… 아니 금전적인 문제로 얼마 떼먹었냐 어쩌냐 하는 이런 유형의 문제로 매장을 엎을뻔할 정도로 싸웠으면 모르겠는데,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도장을 전 이렇게 놓는데 쟤는 이렇게 놔요. 이건 이유가 없어. 그냥 이렇게 하는 거야…


S : 개인의 기호죠. 일종의 취향.


H : 그런 거 때문에 싸우는 거예요. 그것도 매장을 부실 거처럼. 그만큼 서로 달라요. 청소하는 방식도 다르고, 또 닦는 범위도 다르고 암튼 되게 다른 사람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서로에 대해서 알기까지 시간이 정말 많이 걸린 거죠.


S : 이젠 서로를 잘 아니까.. 그런 부분은 서로 이해하고…


H : 이해가 아니라 포기한 거예요 ㅎㅎㅎ  둘이 그 얘길 맨날 한다니까요. 동업 얘길 하면, 결혼한다 생각하라고 해요. 물론 저흰 둘 다 결혼을 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 얘길 하거든요. 같이 살면서 매장이라는 애가 생긴 거다.라고…


S : 정확합니다. 그냥 포기하는 거지 변하거나 뭐 그런 걸 이해하는 그런 차원은 아닙니다. 결혼이란 것은…


H : 조금씩 맞춰지기는 하는데, 맞춰는 져요. 맞춰는…


S : 근데 그게 계속 지속되진 않죠? 그때뿐이죠? 기분 좋을 땐 넘어가 지는 거고, 안 좋을 땐… 아시죠? ㅎㅎ


H : 맞아요 그거예요 ㅎㅎㅎ 둘이 고집들이 있어가지고..


S : 그렇죠. 이런 게 뭐 맹숭맹숭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 그런 사람들이 했다간… 다 각자의 에지가 있고 분명한 취향이 있으니까 이런 결과물이 나오는 거겠죠.


H : 그런 거죠 이해는 하지만 동의는 하지 않는 거. 너무 다른 거예요. 생각해보면 에스프레소와 드립이란 것은 커피로 치자면 서로 제일 멀리 있는 파트라고 생각하시면 되는 거거든요. 저희 매장의 브로셔를 보면 이렇게 나와있어요. 전 수염이 있으니까 수염이고 이 친구는 스킨헤드예요. 그다음 시네소, 통돌이라고 쓰여 있는데요.(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은 시네소에서 슬레이어 머신으로 바뀌었음) 저건 로스팅을 할 수 있는 가장 싼 도구구요, 이건 에스프레소를 뽑을 수 있는 가장 비싼 도구예요. 한 3000만 원 하거든요. 이것만 한 400만 원 하구요. 누가 보면 진짜 이상한 거죠. 근데 저건 저 맛이 있어서 저걸 하는거구요, 이건 이 맛이 있어서 이걸 하는 거예요. 남들이 보면 이해가 안 가는 거죠.


S : 결국에는 에스프레소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이걸 통해서 뽑는 거고, 드립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저 통돌이로 콩을 볶아서 뽑는 거다.


H : 조금 다른 게, 가장 맛있게라는 건 테이스트라서, 저희가 원하는 느낌에 가장 가깝게 뽑아 줄 수 있어서가 좀 더 정확한 표현이에요.


S : 그렇죠 내가 내고 싶은 맛을 내려면 저게 있어야 한다 이 말씀이군요.


H : 카메라랑 똑같은 거예요. 이상한 거 쓰시잖아요. 옛날 거. 힘든 거. 그 색감은 그 맛 밖에 안 나니까 그걸 쓰시는 거죠. 저희도 그런 거예요.


S : 힘들지만 내가 원하는 걸 하려면 얘 밖에 안된다 그렇죠. 카메라에 비유하니까 확 와 닿네요. 그런데 이런 것도 있어요. 말씀하신 그런 이유로 나는 이걸 쓰지만,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땐 그거나 이거나 별 차이 없는데? 이러는 사람들도 더러 있어요.


H : 중요한 건 완성도죠.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완성도는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제 목표는 80점짜리 커피를 한 번도 안 쉬고 쭉 나갔으면 좋겠어요. 100점 아니면 안 돼 이런 거보단… 그게 내년에는 81점, 그리고 그다음엔 82점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게 이 친구는 100점짜리를 나가고 싶은 거예요. 안되면, 망치면, 그냥 버리고. 저도 버리긴 해요. 그런데 에스프레소는 그런 호흡이 짧아서 금방 금방 되는데 드립은 호흡이 길어요.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이거 계속하면 늙어요.


S : ㅎㅎㅎㅎ




H : 진짜 드립은 농담이 아니고 강배전 요전에 드린 거 있잖아요 엄청 진한 거. 그거 하루 열 잔 내리면 늙어요. 너무 신경 써야 해서. 달러요 암튼 사람도 다르고. 이 매장 차리고 희한한 거 많아요. 2년 됐는데, 먹고살아요. 그게 둘 다 신기한 거예요. 우리가 먹고 산다야~ 희한하네~ 주말에 아직도 손님이 많아요 바글바글해요. 물론 이태원에 나왔던 분들이 커피 마시러 들르는 것도 있는데, 그러기에는 재방문율이 굉장히 높거든요. 주말 단골손님들은 그런 거 같아요. 맛있다 맛없다를 떠나서 저희가 하는 커피가 있으니까 그게 자신들의 코드에 맞다 싶으면 한 달에 한 번이고 두 달에 한 번이고 오시는 거죠. 김포 이런데서 커피를 드시러 오세요. 막 그러면 햐~ 이게 김포에서 올만한 커핀가? ㅎㅎ


S : 반문하게 되고 ㅎㅎ


H : 그냥 하는 건데. 그럴 때마다 슬픈 거죠. 뭐냐면, 다른덴 왜 이런 데가 없지? 그래서 저희 가게 찾아와 주시는 거 정말 되게 고마운 건데, 그만큼 맛있는 커피를 마실만한 곳이 없다는 얘기니까. 저희도 이태원, 홍대 살잖아요. 쉬는 날이 되면 커피 마시러 갈 데 없어서 짜증 나는 거예요. 저희 친구들이 커피 진짜 많이 하거든요. 그냥 친구네 가요. 매장에 오기는 싫고, 일하는 느낌 나니까 ㅎㅎㅎ 그런 게 슬퍼요. 그리고 매장하면 창업하려고 벤치마킹하러 많이들 오시는데 태도를 보면, 농담 아니고 접객을 저 정도로 오래 하면, 저랑 이 친구랑 여기서 가만히 콩 볶고 있고 에스프레소 뽑고 있더라도, 이상한 사람은 들어오자마자 알아요. 문 열고 들어오는데 여기까지만 들어왔어요, 그것만 봐도 알죠. 아, 저 사람 이상한 사람이다.


S : 저 사람 이상한 사람이다. ㅋㅋㅋㅋ


H : 불편한 사람.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하는 걸 직감하는 거죠. 그냥 그러고 나서 말없이 눈빛으로 말하죠. 조심하자. 이런 눈치, 저희도 웬만큼 오래 해서 어지간해선 스무스하게 넘어가긴 하는데 에너지를 더 써야 하는 거죠. 사람 대하는 거니까. 신경이 쓰이는 거거든요. 저희가 여기 가만히 앉아만 있는다 해도. 그런 게 되게 중요한 거라 생각해요. 희안해요. 여기서 이걸 파는 건 되게 늙는 일 같아요.


S : 신경을 그만큼 많이 쓰니까 더 그런 거겠죠.


H : 안 그러면 안돼요. 제가 생각하는 서비스는 그런 거 든요. 예전에 일본에 목욕을 하러 갔어요. 료칸에. 돈 이만~큼 내고 비싼 요리 막 나온다고 하는 그런데를. 그냥 친구랑 놀러 갔던 거예요. 심지어 여자애도 아니에요, 남자랑 그냥 쉬러 간 거예요 힘들어서… 근데 그 친구가 왼손 잡이었고 제가 오른손 잡이었거든요? 첨에 딱 가면 그 왜 다과 같은걸 주잖아요. 차하고 말차였나, 그리고 모나카 같은걸 줬는데 진짜 깜짝 놀란 게 그 수건을 말아놓잖아요. 근데 그걸 저는 잡아서 펼치면 오른쪽으로 펼쳐지게 놓았고요, 저는 오른손 잡이니까. 이 친구는 왼손잡이인걸 알아서 왼쪽으로 펼쳐지기 쉽게 놓았더라고요. 이게 사실 생각해보면 저 같으면 서비스가 뭘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데요, 뭐가 되게 좋다가 아니라 불편함이 없는 게 서비스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려면 저희가 공간을 차릴 때, 와 여기 되게 좋아~ 이런 게 아니라 손님이 불편하지 않게 있다 가게 하는 게 저희의 가장 큰 목표가 되는 거예요. 커피가 당연히 맛이 없으면 안 되고, 조도가 너무 밝거나 낮아도 안되고, 그럴듯하게 서로 어우러짐이 돼야 하고 거기에 맞게 음악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소름 끼치는 일이거든요 그 신발을 집어넣을 때나 뭐 습관을 잠깐 보고 나서 세팅을 그렇게 왼손 오른손에 맞춰서 해놨다는 거는… 엄청 관찰을 한 건데, 그게 티가 안 났어요.


S : 그걸 관찰한 티도?


H : 네. 진짜, 와 대단하구나, 이런 게 서비스구나, 하고 생각을 했어요. 사실 서비스할 때 제일 경계해야 할게 과 친절이거든요. 되게 불편하거든요. 특히 잘못하시는 분들이 퇴직하시고 어머니들이 차린 홍대 카페 같은…


S : ㅎㅎㅎㅎㅎ


H : 제가 몇 군데 지목할 수도 있어요. ㅎㅎ 그런데가 있어요. 너무 잘해주시는데 못 있겠는 거. 약간 무심해줘야 하거든요. 외로운 사람에게야 말을 걸어주면 좋겠지만… 그런 생각들을 안 하고서 오시는 분들 되게 많아요. 벤치마킹하러 오시는 분들 중에… 제가 한창 커피 열심히 할 때 진짜 망치로 머리를 꽝 때린듯한 느낌을 받았던 게 뭐였냐면 스피노자가 한 말이죠. 깊게 파려면 넓게 파라는 얘기. 상식의 마당이 넓어야 되는 것 같더라고요. 어느 부분에선 다 만나는 접점들이 있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사진집을 보는 게 좋은 풍광 아래에서 소주를 마시는 게 커피 만드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것만 하면 커피가 안 되겠죠. 근데 친구들한테 후배들한테도 그런 얘기 많이 해줘요. 너무 열심히 하는 애들이 있어요. 야 , 씨 좀 놀아. 놀면서 해~ 그렇잖아요. 너무 그렇게 커피만 해도 시야가 좁아져서 힘들어요. 좀 그래야 하지 않나 싶어요. 진짜로 깊게 파려면 넓게 파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일정 수준에서 집중도 있게 파고 들어가야 할 때가 있긴 있는 거지만, 그 힘을 얻으려면 공간을 넓혀 놔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거든요.


S : 그러한 생각의 일환으로 이탈리아를 다녀오셨던 거군요…


H : 커피 때문에 간 것은 맞아요…




이후에도 그의 삶을 180도 바꿔놓은 피렌체에서의 짧았던 체류기 등  본격적인 이야기들이 오고 갔으나, 아쉽지만 지면 관계상(?) 인터뷰는 여기까지 마치겠습니다. 더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헬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그와 함께 폭풍 수다를…

Fin.


2015.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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