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를 밖에서 하고 들어온 남편이 치킨 상자를 내밀었다.
"이따가 드라마 보면서 드세요."
일찍 저녁 식사를 마쳤으니 1시간 뒤 드라마 시청과 함께하는 치킨은
내가 아무리 먹순이라도 지나치게 과하다.
"고맙지만 안 먹을래요."
그래서 같은 말이 여러 번 오갔다.
"드세요."
"안 먹어요."
"드실걸요."
"그럼 더 안 먹을래요. 안 먹는다에 10만 원."
남편이 넘어갔다.
" 5만 원."
"좋아 5만 원."
"아, 이거 뭐지?"
"야호. 치킨 한 마리에 5만 원까지 벌었다. 5만 원 주세요."
5만 원 주세요, 없어요... 또 같은 말이 핑퐁 핑퐁 했다.
나는 치킨을 김치냉장고를 비집고 넣어 버렸다.
남편이 신사임당 여사를 들고 건넬 동 말 동했지만
몇 번만에 낚아채는 내 손을 피하지 못했다.
남편은 요즘 들어 우리가 소꿉장난을 오래 하고 있다고 자주 말한다.
드라마 시작 5분 전이다.
남편이 티브이 앞에 앉아 부추겼다.
"치킨 드세요."
"안 먹을 거예요."
"드세요. 5만 원 회수 안 할게요."
"약속했으니까 지켜야죠. 안 먹어요."
"드세요, 만 원 줄게요."
돈 만 원 앞에 무릎을 꿇었다.
치킨 상자를 열기 전에 만 원부터 챙겼다.
치킨, 맛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