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인연

by 선작

5월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 커피를 사려다가 누군가가 다급히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내가 어리둥절해 있으니 상대가 자기의 이름을 말한다.


중학교 동창 친구였다.


작년에 이 동네로 이사와 올해 아이가 입학했다고. 몇 번 동네에서 나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긴가민가했는데 가까이서 보게 되니 반가워 불렀다고 한다.


오랜 세월을 지나 나를 기억해 준 것도 신기한데, 나를 불러 반긴 것도 신기했다. 이후로도 몇 번 주차장에서 상가에서 마주쳤다. 볼 때마다 반갑게 내 이름을 부르며 인사하는 친구를 보고 감동했다. 저렇게 무해하고 사랑스럽게 타인을 반기는 사람도 있구나. 이 나이쯤 되면 서로를 경계하고 벽을 세우느라 그런 일을 다시 겪지는 못할 거로 생각했었다.


사실 나는 그 친구의 별명까지 기억한다. 마지막으로 봤음직 한 장소도 기억한다. 그 친구가 자기의 이름을 말했을 때 즉시 그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었다. (워낙 세세한 걸 잘 기억한다) 다만, 내가 거리에서 그 친구를 마주쳐 인지하였어도 먼저 다가가 말을 걸지는 못했을 것 같다. 그래서 친구에게 고마웠다.


오늘은 아이들 등교 시간 후 따로 만나 무려 세 시간이 넘게 수다를 나누었다. ‘초등학생’이라는 공통분모 하나로 지치지도 않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기력이 빠지기는커녕 더 힘이 나고 즐거웠다. 친구는 그런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다. 예전에도 그랬던 것 같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다음에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함께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헤어지면서도 ‘아직 못다 한 이야기가 있다’라며 웃는 친구를 보니 마음이 화사해진다. 여전히 기억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게 말로 다 표현 못 할 만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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