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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 Mar 24. 2022

남겨진 사람들...여섯 밤의 애도

내가 읽은 것들 

자살 사별자들의 애도 모임을 통한 치유의 과정을 그리고 있는 책 <여섯 번의 애도>를 읽었다. 고선규 임상심리학 박사가 쓴 이 책의 부제는 '고인을 온전히 품고 내 삶으로 돌아가기 위한 자살 사별자들의 여섯 번의 애도 모임'이다. 아빠, 오빠, 언니, 동생, 남편을 자살로 잃은 사람들은 한동안 자책과 원망과 분노 그리고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품은 채 소화되지 않는 삶을 억지로 삼켜가며 살아가고 있었다. 이들의 슬픔은 가족을 잃은 직후부터 시작되기도 하고 수년이 지나고서야 시작되기도 하며, 부정기적으로 들쑥날쑥 찾아왔다 사라지기도 한다. 중요한 건, 드러나거나 드러나지 않거나 어찌됐든 남은 평생의 삶에 늘 함께한다는 사실이다. 

지은이가 만난 대부분의 자살 사별자들은 일상의 아주 평범한 순간에 가족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찌개를 끓이다가, 출근길에, 가족여행을 가기로 한 주말에. 불행은 느닷없이 찾아왔다. 도대체 왜? 무슨 일이 있었길래? 처음엔 믿기지 않다가 나중엔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힘든 마음을 가족인 나는 왜 몰랐을까, 하며 스스로를 탓하기 시작한다. 부정, 슬픔, 자책으로 이어지는 감정의 흐름을 경험한다. 이들은 자살자와의 관계를 떠올리며 죽음 이후에야 비로소 보이는 진실에 아파하고 괴로워하지만 떠난 사람을 슬픔 속에만 가둬놓지 않는다. 이 세상에 잠시 살다간 어둡고 우울한 존재로만 기억되는 걸 원치 않는다.  


자살 사별자들의 여섯 번의 모임은 누군가를 잊고 제 삶을 찾기위한 과정이 아니라 누군가를 잘 기억하고 기억에서나마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과정이다. 혼자서는 외로울 그 과정을 함께 위로하고 격려해가며 살아가보자고 말이다. 이 책을 통해 누군가를 자살로 잃은 사람들이 어떤 마음의 상태로 삶을 통과해가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세상 모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아프고 통탄스러운 것이겠지만 '자살'이란 죽음은 남겨진 사람의 삶을 아주 오랫동안 천천히 짓누르는 일 같다. 그 고통을 감히 나는 상상조차 못하지만 우울감이 심한 날에 쉽게 죽음을 생각했던 내 모습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의 얼굴들도 하나씩 그려본다. 그리고는 어느새 나는 남겨진 사람의 입장이 된다. 죽지 마라. 다른 건 바라지 않으니 제발 죽지는 마라. 나도 모르게 바라고 또 바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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