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회사가 망했다.
회사가 망했다. 정확히는 망해가고 있는 중이랄까.
다시 되살아나길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음을 알고 있다. 우리들의 이 불안한 동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모두 불확실한 미래를 내다보며 아침마다 출근한다.
평생직장이라는 것은 부모님 세대에서 가능한 "문구"가 되어 버렸음을 알고 있고, 커리어의 성장 분기마다 이직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요즘 트렌드임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십수 년 미래를 함께 그려나가던 회사가 비틀비틀하는 모습을 목도하는 것은 머릿속으로 알고 있던 것보다 조금 더 비극적이다.
한 번도 이 회사에서 정년 할 것이라생각한 적 없어
라고 농반 진반 던지던 나 같은 사람도, 이러한 변화를 바라보는 것이 꽤 고통스러운 과정인데... 실제로 안정된 직장이라며 정년까지 바라보며 들어온 이들의 경우 얼마나 불안할지, 굳이 세세하게 감정과 언어를 나누지 않아도 알 것 같은, 지난 2년 여의 시간이다.
이 소설의 끝이 어떻게 될지 누구도 확언할 수 없지만, 2023년 올 한 해는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분기점이 되는 해인 것은 맞다. 회사의 정책이 바뀌고, 인사이동이 있고, 조직 개편이 있을 때마다 받은 단타의 타격 외에도 변화가 끊임없었던 한 해니까. 조부모님이 연이어 돌아가시고, 집안 어르신이 아프시고, 회사의 가세는 점점 기울어져 가고, 이런 중에도 작업은 뜨문뜨문 이어졌다. 다음 작업이 이어지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들도 만났다.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중요한 이들은 누구인지 조금씩 깨달아 가는 시간. 더불어 인연의 끝도, 관계의 끝도, 일의 끝도 있기에 영원한 것은 없음을 찬찬히 받아들이고, 변화의 시기가 도래하기 전, 그 파도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내일도 나는 회사로 출근해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할 것이다.
하지만, 머릿속 한 켠으로는 나의 진짜 "다음"을 진지하게 고민할 것이다.
회사는 망해도, 인생은 진행형이란 글로 2023년 남은 석 달을 기록해보려 한다.
12월에는 나의 인생도, 회사의 방향성도 어느 정도 갈피를 잡을 수 있을까.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무 자르듯. 무엇하나 깔끔하게 정리되기 어려운 것이 인생이란 것쯤은 아는 나이와 연차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더더욱 기록의 힘을 믿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