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지유 Jul 11. 2019

Prologue. 파리에서 미술을 한다는 건

어차피 일은 틀어지게 되어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제일 걱정할 것...

나는 선천적으로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다. 우리 아빠가 날 코알라라고 부르고 나도 내 스스로를 올빼미나 나무늘보라고 생각할 정도니. 그런 내가 어렸을 때 유독 싫어했던 게 있다. 바로 등산. 두둥...

지금도 싫어한다

초등학생 때 우리 집 뒷편에는 우면산이 있었다. 어느 여름 방학, 우리 부모님은 매일 아침 나를 등산에 끌고 가셨고 나는 매번 질색팔색을 하면서 결국 끌려가 강제 산행길에 올랐다. 아직도 그 때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필자는 싫어하는 걸 생각하면 오한이 도는 스타일)


이 얘기를 왜 하냐면, 나의 프랑스 생활이 내가 이렇게 싫어하는 등산과 닮았기 때문이다. 산 너머 산 너머 산 너머 산 너머 또 다른 산 그 다음에 바위 그 다음에 산맥 (흡사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북쪽 얼음벽)


2010년, 나의 대학생활은 지방의 작은 미술학교에서 시작됐다. 미술학교 서류 지원에서 붙은 몇 학교 중 한군데였다. 좋은 학교 유명한 학교 어쩌고 이전에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내 실력을 잘 알건대, 절대 파리 보자르(Ecole nationale supérieure des Beaux-Arts de Paris) 나 장식미술학교(Ecole nationale supérieure des Arts Décoratifs de Paris)에 붙을 실력이 아니었고 (거긴 유럽 내에서도 최고를 달리는 학교들이다) 붙어봤자 졸업은커녕 한 학기조차 버티지 못할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이 부분은 내가 미술하는 걸 마냥 기뻐하지만은 않던 부모님도 동의하셨다. "주어진 기회를 잡아 열심히 할 수 있을 만큼 하고, 2학년 또는 3학년에 좋은 학교로 편입을 가자" 이런 계획이었던 거다. 내 유학생활은 이렇게 '시간제한'을 두고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어라. 막상 발을 들이고 나니 생각보다 더 쉽지 않았던 거다.


이렇게 당황스러움으로 시작한 유학생활의 주저리주저리부터 갤러리 꼬꼬마 시절 ~ 메인 어시스턴트로 일하면서 벌어진 썰, 그리고 지금 프리랜서로 허우적대는 이야기까지 털어보도록 하겠다.


영화 기생충에서 봉준호 감독이 남긴 여러 메시지 중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떠올려보도록 하자:


"인생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