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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Kim Jul 09. 2020

[만나서 영광입니다] 곰돌이 과학자, 연극에 빠지다  

과학콘서트 20주년 정재승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지지난주에 출판사 어크로스의 K 대리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귀여운 덧니를 가진 순한 인상의 마케터로 지난해 '아홉 살 독서수업'의 한미화 작가 강연을 함께 하게 되면서 알게 된 분입니다.

'이번에 정재승 교수님 과학콘서트 개정증보판이 나와서 공원 생활에서 함께 인터뷰나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이죠. 속으로 얼씨구나 했지만 티 내지 않고 '책이 얼마나 바뀌는데요, 20년이나 된 책인데 새책은 안 내신데요?' 라며 살짝 불손한 태도를 보이면서 달력을 살펴 촬영일을 잡았습니다. 촬영 전날까지 과학콘서트를 다시 읽고 3년 전에 나온 열두 발자국도 다시 꺼내 읽으면서 설레며 촬영 준비를 했습니다. 평소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을 만나 촬영을 하려니 질문이나 구성이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혼자서는 안 되겠다 싶어 동료들에게도 의견을 듣고 가볍고 재미있을 만한 질문부터 뇌과학자 정재승을 만나는데 그래도 너무 무식해 보이면 안 되잖아, 좀 있어 보이는 질문까지 고심해서 준비했습니다.  

(좀 있어 보이는 질문이라.. 가끔 작가나 연출가를 만날 때 인터뷰이에게 내가 이만큼 알아 라는 걸 티 내고 싶어서 하는 질문들이 있는데 물론 별로 안 좋은 질문 유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날이 되었습니다. 이전에도 강연을 통해 실제로 몇 번 뵙기는 했지만 이렇게 1:1로 눈 마주치며 나랑만 대화를 하다니, 아 나는 행운아다 싶었습니다. (물론 스탭이 6명이었지만 나랑만 대화하는 느낌이더라고요)


과학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 끝에 딱한 가지 공연을 왜 그리 많이 보시는지 여쭤보았습니다.  


뇌과학자가 공연을 보는 이유

"공연을 많이 보게 된 계기는 원래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한때는 개봉하는 모든 영화를 본 적도 있어요. 10년 넘게. 영화를 집에서도 쉽게 보게 돼서 자연스럽게 집에서는 볼 수 없는 연극, 콘서트 등을 보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됐어요. 그게 사실 전염병과 관련이 깊어요. 5년 전에 메르스가 창궐했을 때 대학로 약속이 취소가 돼서 할 일이 없어서 우연히 연극 공연을 보게 됐어요. 그 시기가 메르스가 돌던 때라 객석에 3명밖에 없었어요. 무대에는 배우가 6명이고요. 2시간 동안 공연을 보면서 너무 열심히 공연을 하시는 배우분들을 보면서 2시간 동안 내용도 내용이지만 지금 이 현실, 3명의 관객을 위해서 6명의 배우가 공연을 하는 이 상황. 이 모습을 보면서 나는 누군가를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살아본 적이 있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돈을 많이 벌거나 명예가 있는 것도 아닌데 무엇이 이분들을 이렇게 연기를 하게 만들었나, 한때 연극은 예술의 정점이었는데 다른 매체들이 생겨나면서 예술의 뒷방으로 밀려난 장르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이 갖는 의미와 매력 때문에 계속 공연을 하는 분들을 보면서 이분들은 우리 사회가 진짜 격려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들이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응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이후부터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 무조건 4-6장 연극표를 예매해요. 주변 지인들을 불러서 함께 연극을 봤어요. 끝나고 저녁을 먹으면서 공연 얘기도 하고 그중 많이 하시는 말이 '내가 근래에 연극 처음 봐' 이런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그러다가 국립극단의 사외이사가 됐어요. 우리나라에서 힘주어 준비한, 흥행과 상관없이 반드시 만들어져야 할 연극들이 계속 극단을 통해 나오니까. 좋은 연극을 많은 분들이 함께 보자는 취지의 SNS도 많이 하고 있어요. 영화 좋아하는 분도 많지만 연극만의 매력이 있어요. 그 시간에 그 상황에 그 시간성, 동시성이 너무 매력적이라 그런 경험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코로나 시대에 물리적 거리두기도 하고 철저히 방역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가끔 공연 현장도 찾아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요즘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분야이기도 해서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하고 많은 과학이야기 중에 하필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올립니다.

콘텐츠를 만들어오면서 지난 십 년간 저는 플레이디비라는 공연 저널을 만들어왔는데요. 공연은 매년 힘들다 힘들다 해왔고 올해는 지난해 보다 좀 더 힘들어하며 근근이 버터던 공연계가 올 상반기 코로나를 만나 정말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었거든요. 과연 공연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심히 걱정되던 찰나였기에 연극을 한해 100편 이상 보고 계신 완전히 다른 분야에 계신 정재승 교수님께 연극의 매료된 이유와 매력에 대해 듣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연극이 뮤지컬이 무용이, 이 힘든 난국에서 결국은 살아남을 이유가 있다는, 말씀을 듣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정재승 교수님과의 과학 토크는 나중에 올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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