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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재미 Oct 25. 2021

아카데믹 영어 에세이, 언젠간 A를 받고 말 테다

스웨덴 룬드 대학교의 아카데믹 서포트 센터 이용 후기

아카데믹 영어로 글을 쓰는 것은 어렵다. 한국어로 페이퍼와 논문을 쓰는 것도 어려운데,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그것을 해내야 한다는 건 한층 더 어려운 일이다. 스웨덴으로 유학 오기 전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8개월 간 Distance Learning으로 영국의 대학원 코스를 공부한 적이 있다. 원했던 만큼 에세이 점수가 나오지 않아 고전을 겪었는데, 따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어 난감했다. 


그래, 너네 영어 잘해서 좋겠다!


차선책으로 영어로 논문 쓰는 법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어보면서 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감이 잡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행히 내가 재학 중인 스웨덴의 룬드 대학교에서는 아카데믹 서포트 센터 (The Academic Support Centre)에서 글을 쓰고 읽는 스킬을 지도해준다. 개인적으로 컨설팅을 받고 싶은 글이 있다면 요청해서 약속을 잡을 수 있다. 스웨덴 사람들의 90%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고 해도, 영어가 모국어는 아니기 때문에 만들어진 기관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영어로 진행되는 석사 코스에 국제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과제 마감일을 2~3주 앞둔 시점에 홈페이지의 양식에 따라 컨설팅 신청서를 작성했다. 수강과목, 요청 사유, 희망하는 날짜, 과제 마감일을 기재한다. 하루 이틀 내로 센터에서 이용 가능한 날짜를 알려주면 조율하여 미팅을 확정하면 된다.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센터 방문은 어렵고, Zoom을 통해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너무 많은 양의 글을 다루기는 어렵기 때문에 3-5페이지까지만 취사선택이 필요하다. 과제의 가이드라인과 함께 미팅 당일 아침까지 작성한 글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내가 특별히 요청한 사항은 글의 구조와 흐름, 아이디어의 명확성을 보아 달라는 것이었다.


아카데믹 서포트 센터 Zoom 컨설팅 (출처: 본인) 


미팅 당일, 기껏해야 15분의 컨설팅을 기대했던 내게 45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작성된 글을 화면에 띄워 놓고 상세한 피드백을 준다. 수정이 필요한 문장에 상세히 메모를 달아두었다. 내게 가장 도움이 된 피드백은 하나의  커다란 주제로 세부 주제 1, 2, 3을 묶어내라는 것이었다. 글에 대해 피드백을 주시는 것인 만큼 글 쓴 사람의 마음이 다치지 않을까 조심스레 말씀해주셨다. 컨설팅이 끝나고 나면 주석이 달린 파일을 메일로 보내준다. 추후 피드백을 글에 반영할 때 원본의 코멘트와 비교해가며 참고할 수 있어 좋았다. 덤으로 과제에 대한 걱정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을 수 있어 좋았다. 누군가의 확인을 받는 것은 꽤나 안심을 준다.


아카데믹 서포트 센터에서는 멘체스터 대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Academic Phrasebank를 참고하도록 추천한다. 혹시나 영어로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둘러보시기를 권한다. 글을 쓸 때 사용하게 되는 다양한 방식들 (비판하기, 분류하기, 트렌드 묘사하기, 비교/대조하기 등)과 문단의 위치 (서론, 결론, 방법론, 레퍼런스 등)에 따른 예시문을 기재해두었다. 


https://www.phrasebank.manchester.ac.uk/


유학 중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많은 아시안 학생들이 유럽의 에세이 스타일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는다고 한다. 우리는 암기를 하고 정해진 답을 말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식을 단지 풀어놓기만 해서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유럽에서는 해당 이슈에 대한 나의 주장을 가지고 독자를 설득하기 위해 지식을 이용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본다. 즉, 개인의 의견이 얼마나 논리적으로 전개되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그 의견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수업 시간에 다루는 논문을 이용한다.


45분 간의 컨설팅이 끝나고 다음에도 꼭 이용하겠다는 말과 함께 감사한 마음을 메일로 전했다.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라지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든든했다. 혼자이지만 결코 혼자가 아니다. 나의 영어 글쓰기 실력도 어제보다 조금 더 성장했을 거라 믿는다. 언젠간 A를 받고 말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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