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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성 Oct 27. 2021

나에게 스웨덴은 두 번째 스물세 살이다

AC 인터뷰 16: 스텔라 님

성공한 유학의 끝은 출국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일까? 물론, 유학은 전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사회에 나를 던지는 과정이기에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유학 후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이 눈에 들어오고, 같은 일이라도 새로운 마음으로 대한다면, 이 또한 이전과 사뭇 다른 삶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동안 대부분의 인터뷰가 졸업 후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 나선 이야기를 담았다면, 이번에는 유학 전에 몸담았던 곳으로 돌아갔지만 본인의 일이 지닌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 졸업생의 이야기를 담았다. 스웨덴에서의 생활이 두 번째 스물세 살이었다는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며 필자도 스물세 살의 감정과 생각을 조금이라도 떠올려보고자 조용히 추억에 잠겼다. 


1)<스웨덴 유학 그리고 독자에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한다면


2019년 가을학기부터 2년 동안 룬드대학교 인권 석사과정 (Human Rights Studies) 졸업 후 검찰청 수사관으로 복직한 스텔라*이다. 유학 기간 직장은 휴직한 상태였다. 덧붙이자면, 인권 석사 과정은 2019년도에 처음 생긴 프로그램이라서 1호 졸업생 중 한 명이 되었다.

 

2) 스웨덴 석사 유학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어렸을 때부터 해외에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과 외국에서 오랜 기간 살아보고 싶다는 막연한 소망이 있었고, 유학은 두 가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선택지였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검찰청에서 범죄 피해자 지원 업무를 담당하면서 인권에 관해 더욱 심층적으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막연한 유학의 꿈을 구체화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스웨덴이라는 나라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겨울에 배낭여행을 하면서 잠시 스웨덴에 방문한 경험이다. 이후 스웨덴과 스웨덴 문화에 더욱 관심을 가졌고, 여러 경로로 정보를 찾아보다가 우연히 룬드대학교의 해당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노르웨이에도 인권 관련 석사 프로그램이 있어 동시에 지원했고, 합격한 곳도 있었지만, 스웨덴에 조금 더 마음이 갔기에 최종적으로 룬드로 방향을 정했다. 


3) 스웨덴에 오기 전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한국사회의 보이지 않는 표준시계를 잘 따라가는 사람이었다. 평범하게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하고, 취업하는 등 외부에서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암묵적인 시간 계산을 하고 살았다. 하지만 동시에 매 순간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꿈꿔왔던 사람이다. 


왼쪽: 룬드대학교 LUX 빌딩 오른쪽: Stadparken (City Park)


4) 석사 유학을 마치고 복직한 후에 업무 관련해서 생긴 변화가 있다면?


공교롭게도 휴직하기 전 담당했던 업무에 복귀했다. 물론 검찰청 업무는 법률과 규정에 근거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기업에 비하면 개인의 재량이 개입될 여지는 적은 편이다. 하지만 업무 담당자의 마음가짐과 태도는 언제나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어떤 사회의 어떤 조직에서도 결국 그 시스템 안에서 일하는 주체와 대상은 결국 사람이고, 맡은 일의 경중을 떠나서 어떤 자세로 사람을 대하고 일하는지가 누군가의 인권과 직결되는 일이다. 

예컨대, 현재는 이전보다 절차의 취지나 목적을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피의자든 피해자든 사람을 상대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한 사람, 더 나아가 다수의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 더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지는 부분이 있다. 


5) 석사 유학 후 일상생활 혹은 가치관과 관련해서 생긴 변화가 있다면 


한국의 보이지 않는 표준시계의 영향 때문인지 심지어 유학 생활을 시작하면서도 자신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워낙 자신을 돌아보고 살필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예전보다 덜 조급해하고, 자신을 채찍질하지 않고 여유 있는 자세를 갖게 되었다. 스웨덴 사회의 속도 자체가 조금 느리고 기다리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2년을 보내다 보니 내 삶의 속도도 같이 한 박자 느려지고, 조급한 마음을 버리게 되었다. 아울러, 스웨덴에서 다양한 삶의 모습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난 이후로, 삶의 다양성을 더욱 긍정하고 포용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 


6) 지금 다시 석사 과정  학기로 돌아간다면 해보고 싶은 것은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의 나에게 조급해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낯선 나라, 낯선 교육 환경에서 공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어려움을 겪는 것이 당연함에도 당시에는 ‘나는 왜 못하지, 왜 적응하는 게 어렵지’라며 실망하고 채찍질했던 것 같다. 바쁜 석사 일정을 이유로 네이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


왼쪽: Lomma 해변 오른쪽: 룬드 시내 풍경

 

7) 예비 유학생이나 유학생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유학이 졸업 후에 꼭 현지 취업을 하거나 해외 취업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유학 자체가 인생에서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문화와 환경에서 공부하고 새로운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학을 너무 실리적, 실용주의적인 관점에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특히 본인처럼 휴직, 혹은 퇴직을 하고 오시는 분들은 학사 후 바로 석사 과정에 진학한 사람들과 전혀 다른 의미의 유학 생활을 보낼 것 같다. 유학 이전에 경험한 세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도전을 너무 두려워하지 마시고 과감하게 시도해 봐도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8) 마지막으로, "나에게 스웨덴은 OOO이다"라는 문장을 완성해본다면


나에게 스웨덴은 두 번째 스물세 살이다. 


20대 후반에 스웨덴에 가서 2년 후 석사를 끝나고 나니까 나이 앞자리가 3으로 바뀌었다. 반면 학사 후에 바로 석사를 시작한 대부분의 석사 동기들은 23살이었다. 처음에는 스웨덴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직접 살아보며 느끼고자 유학을 결정했지만, 유학 경험은 그와 더불어 나, 내 진로, 내 주변 사람들과 내가 속한 한국 사회에 관해서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탐구했던 시기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내가 한국에서 스물세 살에 그런 고민의 시기를 보냈는데 스웨덴에서 다시 한번 그런 시간을 살았던 셈이다. 


*커버 및 본문 이미지 출처: 스텔라 제공 

*인터뷰 대담자의 요청에 의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인터뷰의 "스물세 살" 표현은 다른 학우와 관련 주제로 대화를 나눈 바 있다는 것을, 스터디인 스웨덴 코리아 요청으로 표기합니다. 

*모든 인터뷰는 스텔라님 본인의 스웨덴 유학에 대한 경험과 사유에 기반한 내용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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