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우성 Nov 25. 2021

나에게 스웨덴은
예상치 못한 연결고리다

AC 인터뷰 17: 윤수진 님

필자의 직업은 창의성과 새로운 사고를 표준화/규격화하는 능력을 둘 다 요구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힘과 분야에서 정립된 관습과 전통을 따르려는 힘의 긴장이 언제나 존재한다. 때로는 새로움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순간에도 후자가 전자를 압도하기도 한다. 그때 누군가가 틀에서 벗어난 사고를 하자고 (thinking outside the box) 독려한다면 다시 무게 중심을 잡을 수 있다. 2년 혹은 그 이상의 유학은 틀에서 벗어난 사고를 넘어서 틀을 뛰쳐나가 그동안 겪지 않았던 것을 내 삶에 쏟아붓는 시간이다. 모든 것이 새로운 시기를 지나고, 다시 내 중심을 찾을 수 있는 순간이 오겠지만, 그때의 나의 선택지는 유학 이전보다 사뭇 다를 가능성이 크다. 


이번 인터뷰에서 “예상치 못한 연결고리”라는 표현을 들으면서 잠시 유학생으로 보낸 필자의 시간도 되돌아보았다. 부지불식간에 나도 예상치 못한 기회와 사람들을 만나며 유학 초기에 그린 그림과 조금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남은 유학 기간 나에게는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1) <스웨덴유학 그리고 독자에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한다면?


스웨덴 룬드 대학교에서 2017년부터 2년 동안 Welfare Policies and Management 석사 과정을 공부하고, 현재는 국내의 한 홈쇼핑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윤수진이다. 


2) 스웨덴 석사 유학을 결심한 계기는


2015년도에 학부생으로 스웨덴 우메오 대학교에 교환학생을 갔던 경험이 사회복지 관련 전공을 공부하고, 스웨덴을 유학 장소로 선택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학부 전공은 정치외교학과였지만 교환학생 중 복지 정책에 관한 수업을 처음 접했다. 내용에 흥미를 느껴 이후 진로를 고민하면서 이 분야를 더 깊게 공부할 가치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귀국하여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 진학을 결심한 뒤 지원 대학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복지 정책에 포커스를 맞춘 커리큘럼을 우선했고, 결과적으로는 룬드 대학교의 해당 석사 과정 프로그램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3) 스웨덴에 오기 전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규격화되어 있고 타이트한 사람이었다. 이미 정한 계획과 기존 삶의 방식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고하고, 계획하고,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스웨덴 유학 생활 동안 다양한 사람과 문화 충돌 혹은 가치관 충돌을 겪으면서 한편으로는 그동안 내가 얼마나 타이트하게 나와 내 삶을 규정했는지 되돌아보았다. 그런 면에서, 유학 생활 중 조금씩 사고가 유연해지고 열렸다는 생각도 든다. 


4) 석사 유학 과정에서 취업에 가장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활동  가지만 골라본다면?


이전 직장에서, 또 현 직장에 지원할 때 가장 좋게 평가를 받았던 부분이 스웨덴에서 인턴십을 했던 경험이었다. 인턴십을 했던 곳은 스웨덴의 한 정책 연구소였고, 현 직장의 직무와 연관성이 매우 큰 분야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전 회사에서 맡았던 직무가 해외 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었기 때문에 인턴십을 하면서 스웨덴 현지 기관들과 소통했던 노하우를 활용했고,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향상한 덕을 봤다. 학생으로서는 상대적으로 배우기 어려운 기술들이었다. 

덧붙이자면 인턴십을 찾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인턴십을 석사 과정 내에 포함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었고, 학생 신분으로 인턴십을 찾는 것이 특히 비유럽연합 출신 외국인으로서는 훨씬 쉽겠지만, 직접 자리를 찾고 지원하는 노력과 인턴십 기간 지낼 숙소나 교통비 등은 개인 부담이었다. 특히 룬드가 아닌 스톡홀름에서 인턴십을 했기 때문에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본인이 어떻게 기회를 활용할지 자기 주도적으로 노력하고 결정하는 부분이 많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5) 취업을 위해 본인만의 노력이 가장 필요했던 분야는


한 줄로 정리하자면, 스웨덴에서 경험했던 학업적, 비학업적 경험을 문서화해서 정리하고, 이를 나중에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작업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 석사 졸업 후 현 직장을 잡는 과정에서 생각할 점이 많았다. 우선 박사 진학이 아닌 취업을 목표로 하자는 결정을 내려야 했고, 석사과정에서 쌓은 전문성을 얼마나 살릴 수 있을지, 석사 학위를 살려서 취업하는 것이 쉬울지 정확하게 판단해야 했다. 

사회 복지 정책 분야는 안타깝게도 석사 학위의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기 어려운 곳이라고 파악했기에, 더 넓은 분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2년의 유학 생활을 잘 활용하고자 했고, 작성했던 수업 과제, 학위 논문, 정량화할 수 있는 자격시험 점수 등을 정리하는 작업이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6) 지금 다시 석사 과정을 시작하는  학기로 돌아간다면 해보고 싶은 것은


석사 과정 도중 여행을 많이 못 간 것이 후회가 된다. 멀리 갈 필요 없이 스웨덴 내에서도, 혹은 근교라도 이곳저곳 다니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좋은 추억을 쌓을 곳이 많았을 텐데 당시에는 학생 신분으로서 여행경비를 감당하는 것이 큰 부담이라고 생각했다. 굳이 한 군데를 골라보자면, 교환학생을 했던 곳이자 스웨덴 유학 여정이 시작된 우메오에 다시 가보고 싶다. 아쉽게도 석사 유학 도중 방문하지 못했다.


7) 예비 유학생이나 유학생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유학 생활을 마치고 했던 생각이 하나 떠오른다. 교환학생 때도, 석사 과정 때도, 내가 보기에 멋진 유학 생활을 했던 분들과 나의 삶을 비교했다. 그분들의 생활은 꽉 차 보였고 학업적 성취나, 활발한 사회생활, 새로운 사회 속에서 잘 어울리는 모습이 부러웠다. 한편 같은 장소에 와서도 나는 그들이 얻는 것만큼 얻지 못하지 않은가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끝나고 나면 남는 것은 객관화된 것이 아니라 나만의 유학 생활이다. 나에게 의미 있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생각으로 우울하거나, 걱정하거나, 조급할 필요가 없다. 유학 생활에는 정답이 없지 않을까? 오히려 자신을 자책하면서 순간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8) 마지막으로, "나에게 스웨덴은 OOO이다"라는 문장을 완성해본다면


나에게 스웨덴은 예상치 못한 연결고리다. 스웨덴 유학 후 나는 유학 이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분야에서 일했고, 예상치 못했던 또 다른 분야에서 일하며 살고 있다. 유학 이전의 나는 아마도 내가 정한 규격에서 벗어났다는 충격에 휩싸여서 방황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스웨덴 생활이 내 삶에서 예상치 못한 연결고리들을 계속 만들어주었고, ‘예상하지 못한 것도 괜찮구나, 즐거울 수 있구나’라는 점을 깨닫도록 도와주었다.  


커버 이미지: Photo by Tamanna Rumee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나에게 스웨덴은 두 번째 스물세 살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