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재미 Nov 26. 2021

나는야 스웨덴의 친환경 다꾸러

스웨덴에서는 학용품이 비싸다. 15분 거리에 있는 문구점에 자전거를 타고 가보기 전까지는 꿈에도 몰랐다. 자전거 탓에 차오르는 숨을 고르며 문구점의 문을 열었다. 평소 예쁘고 아기자기한 학용품을 좋아하는 탓에 북유럽 디자인이 담긴 문구류를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전문 사무용품점이라고는 하지만 누가 봐도 기능만 충족한 문구류들 뿐이었다. 하트 포스트잇, 파스텔톤 형광펜은 이곳에서 사치인 것인가! (대도시나 큰/고급 문구점에는 있음)


어쩔 수 없이 기본 템이라도 사야겠다 싶어 자세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래는 내가 파악한 문구류의 가격이다.


포스트잇 5-6천 원 (이미지 출처: 한국 3M)

 

지우개 4천 원 (이미지 출처: 펜텔)


비싸도 너무 비싸다. 가격을 잘못 알았나 싶어 몇 번이나 환율을 다시 입력해봐도 현실은 그대로였다. 평소에 학생들을 위한 할인가를 항상 제공하는 스웨덴이라 정작 문구류의 가격이 이렇게나 비싼 것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높은 가격은 25% 수준인 스웨덴의 부가세 때문이었다. 한편 장바구니 물가는 한국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식료품에는 비교적 낮은 12%의 부가세가 적용되어서 그랬다. 참고로 레스토랑, 호텔, 예술품은 12%, 교통과 문화 분야는 6%를 부과하며, 의료(치과 포함), 복지 서비스, 교육, 은행‧보험 서비스 등에는 부가세를 면제한다 (출처: 주 스웨덴 대한민국 대사관).


학교에서 제공하는 인쇄 서비스도 저렴하지는 않다. 인쇄 또는 복사 1페이지 당 0.5 SEK로 약 70원 상당이다. 보통 한 과목 당 제공하는 리딩 리스트의 페이지 수가 900-1,000 페이지 가량 되기 때문에, 인쇄하려면 한 달에 약 7만 원의 비용이 든다. 물론 많은 양이기 때문에 전부 세세히 읽기도 어렵다.


학용품 가격과 인쇄 비용에 혀를 내두르고 나니, 한국에서 패드와 펜슬을 구입해 가져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백번 들었다. 수업 시간에 읽어가야 하는 논문들도 PDF 파일로 읽을 수 있고, 노트 페이지도 무제한으로 생성 가능하니까 말이다.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펜의 색깔을 바꿀 수도 있다!


그런데 학교에서 관찰해보니 패드를 사용하는 친구들은 5% 정도로 많은 수는 아닌 것 같다. (비싸서일까?) 노트북으로 필기하는 친구들이 절반, 아날로그 노트를 사용해 필기하는 친구들이 절반이다. 혹시나 스웨덴으로 유학 오기 전 전자제품을 구매할 계획이 있다면 한국에서 미리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있을지도 모를 학생 할인을 감안하더라도 25%의 부가세로 인해 스웨덴에서 전자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다른 곳에서보다 비싼 것 같다.


친환경 국가 스웨덴에 오고 나니 펜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고, 종이는 나무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물론 전자기기를 충전하는 것도 어느 정도 환경적인 영향을 주지만, 문구류의 재료를 생각할 때 작은 소비부터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참에 다이어리도 전자로 구입했다. 나는 환경을 생각하는 다꾸러니까! 스티커도 무제한이다. 스마트해 보이는 건 덤.

매거진의 이전글 나에게 스웨덴은 예상치 못한 연결고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