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경지명의 실용 기록 독서법 1_필사

선경지명의 실용 기록 독서법

by 선경지명

선경지명의 실용 기록 독서법


독서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독서를 왜 하는지 목표를 잡았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필자가 실천하고 있는 기록 독서법을 여러분도 하나씩 따라 해 보기 바란다. 생각학교 ASK에서 안내받은 방식으로 필사와 초서를 실천했고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실용 기록 독서법 1_필사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읽고 많이 쓰는 방법밖에는 없다. 수많은 글쓰기(책 쓰기) 강의와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메시지는 한결같다. 잘 쓰고 싶으면 많이 써라. 그리고 많이 읽어라. 문제는 책을 많이 읽는다고 모든 사람이 글을 잘 쓰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냥 읽기만 해서는 남는 게 없다. 책을 읽다 보면 어떻게 이런 멋진 표현을 썼을까 하며 부러웠던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하루아침에 이런 명문장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명문장을 따라 쓰는 운동법이 필요하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다. 잘 쓴 글을 베껴 쓰는 것을 통해 내 문장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나는 주기적으로 새벽 루틴으로 필사를 넣는다. 매일매일 좋은 문장들을 필사해 보는 것은 글쓰기 근육을 단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눈뜨자마자 쓰기 소위 ‘몽롱쓰기’와 함께 나의 글쓰기 실력을 키워온 방법의 하나가 필사다. 매일 베껴 쓰는 과정을 통해 뇌에 흡수된 언어들을 어느 순간 끄집어내 잘 조합하면 그게 바로 나만의 멋진 문장이 된다.


필사는 가장 느리게 읽는 방식이다. 글을 한 줄 한 줄 그대로 옮겨 쓰려면 우선 신중하게 읽게 된다. 제대로 잘 읽는 훈련이 된다. 섬세하게 단어와 문장, 행간까지 읽으며 작품의 향기와 다양한 맛을 음미하는 독서가 이루어진다. 느리게 읽어야만 보이는 것이 있다. 이것이 읽기와 쓰기의 밑거름이 된다. 문장력과 어휘력, 좋은 글쓰기의 감각은 하루아침에 늘지 않는다. 필사를 꾸준히 한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고급 어휘, 좋은 문장에 대한 감각, 주제로 이끄는 맥락과 논리구조를 파악하고 이를 활용하는 기술이 축적된다.


필사는 글쓰기의 감각을 키우기도 한다. 집중해서 최대한 정자로 베껴 쓰다 보면 단어가 입체적으로 다가오고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세밀하고 선명하게 장면이 그려지면서 저자의 문장이 살아 움직인다. 저자가 글을 쓸 때 느꼈을 그 감각을 느끼게 된다. 글을 베껴 쓸려면 글을 관찰하게 된다. 그러니 글뿐만 아니라 주변의 사물까지도 주의 깊게 관찰하는 습관이 생긴다. 집중력, 관찰력, 주의력 등을 끌어올릴 방법이 필사이다. 필사는 온몸이 기억하는 읽기와 쓰기의 기술이다. 모방에서 출발하지만, 몸으로 기억한 단어와 문장은 고스란히 나의 쓰기로 출력된다. 필사하면 전에 보이지 않던 문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냥 내용 파악만 하고 넘어갔던 글들이 어느 순간 문맥이 보이는 읽기가 가능해진다. 눈으로만 읽던 읽기에서 손을 움직여 쓰는 과정을 통해 나의 뇌에 문장이 각인되기 때문이다. 손은 제2의 뇌다. 손을 통해야 하는 모든 행위는 뇌를 자극한다.



"소설을 베껴 쓰는 것은 백 번 읽는 것보다 나은 일, 마침표 하나도 똑같이 베껴 쓰고 구두점 하나, 띄어쓰기, 바른 정자로 또박또박 곱씹으며 쓰라."

-소설가 조정래



안도현 시인은 문장을 필사하는 것이 작가의 숨결을 따라 내쉬고 들이쉬는 것과 같은 것으로, 글도 고추장을 찍어 먹듯 손맛을 봐야 비로소 그 맛을 알게 된다고 강조한다. 평소 시를 가르칠 때 학생들에게 학기마다 약 100~200여 편의 시 필사를 과제로 내준다.

-<한겨레 신문>, 2010.11.06.



효과적인 필사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하루 15분(1페이지) 필사할 시간을 정한다. 필사할 장소에 노트와 책을 놓아둔다. 습관이 될 때까지 정한 필사 시간을 지키고 15분 필사 후 바로 인증해 스스로 성취감을 높인다.


2. 필사할 본문을 시간 날 때 미리 한 번 정도 눈으로 읽어둔다.


3. 필사 시간에는 정한 분량(1페이지 정도)을 최대한 정자로 정성껏 노트에 문장 그대로 옮겨 적는다. 모르는 단어나 생소한 어휘는 표시해 두고 나중에 사전을 찾아보아도 좋다. 훌륭한 문장이나 인상적인 부분에 밑줄을 그어도 좋고, 노트 여백에 단상을 적어도 좋다. 컴퓨터로 필사하는 경우에는 소리 내어 읽으면서 타이핑하는 것이 좋다.


4. 글 전체를 필사하면 글의 형식, 구조, 문체, 어휘 등을 종합적으로 익히면서 작품의 특징을 내 것으로 삼기 좋고, 좋은 부분만 일부 발췌해 필사하고 자신의 느낌을 그 밑에 길게 적어 두는 초서를 할 경우는 창의적 글쓰기 훈련이 된다. 문학 필사는 표현력을 풍성하게 하고 생각과 감정,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하게 하는 훈련이 되며, 비문학 필사는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보게 하고 간결하고 명확한 표현, 논리와 설득의 구조를 익힐 수 있다.


5. 보통 필사를 할 때 한 단어 한 단어를 보며 노트에 필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하지 말고 짧은 문장일 때 전체를 다 외워서 적어본다. 외워서 적는 순간에는 마치 내가 글을 쓰는 듯한 착각이 든다. 글을 베껴 쓰는 것이 아닌 나의 글을 창작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긴 문장인 경우는 반 정도의 길이를 외워서 먼저 적고 나머지 반을 외워 적어본다. 외우는 동안 나의 뇌에 한 번 각인되고 다시 손을 통해 필사하면서 한 번 더 흡수된다. 베껴 쓰는 글이 아닌 내가 진짜로 글을 쓰는 느낌이 든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글을 읽으며 한번, 외우며 한번, 외운 문장을 끄집어낼 때 한번, 손으로 쓰면서 한번, 다 쓴 문장을 낭독하면서 한번 여러 번 각인되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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