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경지명 Oct 05. 2024

뮤지컬 '게시야'에 도전하다! 부채춤에 얽힌 이야기


요즘은 글을 머리로 쓰는 느낌이다. 머리 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진득하게 앉아서 끄적일 여유가 별로 없다. 이것도 다 핑계겠지만.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오늘 해야지하고 생각한 일들을 반도 못하고 지나가는 때가 많다. 예전에는 내가 멀티가 되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요즘은 한 가지도 제대로 집중하기 힘든 것 같다. 일상의 소중한 순간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떠오르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점점 소홀해지고 있는 요즘 다시 기록을 시작해보기로 한다. 한동안 하루 10분쓰기, 하루에 1,500자 이상 쓰는 걸 ‘몽롱쓰기(자기검열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떠오르는 생각을 마구 적어나가는 방식. 글 양을 늘이는데는 최고!)’라는 이름으로 훈련했었는데 10월부터 다시 시작해보기로 한다. 몽롱쓰기의 단점은 모든 글을 몽롱쓰기식으로 막 쓰게 된다는 것?^^

일기 수준에서 벗어난 글을 쓰려면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일단은 뭘 써야 고치든 말든 하는 거니까!


뮤지컬 연구회 가입하고 활동한 지 3년째. 올 해도 연말에 공연을 하게 된다. 올 해 연습하는 곡 중에 뮤지컬 영웅의 넘버 ‘게이샤’가 있다. ‘게이샤’ 연습하면서 어릴 적 장면이 하나 떠오른다. 국민학교 시절 6학년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렸었는데 그건 가을 운동회 때 하는 부채공연 때문이기도 했다. 6학년 선배 언니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같은 거라서 6학년이 되어 부채춤 출 수 있다고 좋아 했었는데… 


국민학교 3학년 때부터 합주부 활동을 시작했다. 3학년 때는 말단 파트인 리코오더 연주를 맡았다. 4,5학년 오르간을 거쳐 6학년 때 피아노 반주를 맡았다. 6학년 때는 교내 합창부 반주도 맡게 되었다. 반주자가 거의 리더에 가까운 역할이라 책임이 무거웠다. 운동회 때는 보통 합주부가 퍼레이드를 했는데 4,5학년 때는 작은 북을 맡았고 6학년 때는 앞쪽에서 봉 돌리는 역할을 했다. (정확하게 포지션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다.) 우리집 마당에서 봉 돌리는 연습 한참 했던 기억도 나고… 


합주부 담당 선생님이 6학년이라도 합주부는 부채춤 연습하지 말고 합주 연습해야 한다고 해서 어찌나 원망스러웠는지… 하루는 친구들 몇 명이랑 연습실에서 몰래 빠져나가다가 걸려서 혼나고…ㅎㅎㅎ 합주부 선생님이 나 다니는 피아노 학원까지 오셔서 반주 연습하는 거 봐주시고 그랬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분도 참 열의가 대단하셨다 싶다. 매년 시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합주 대회에 나갔다. 우리 합주부가 꽤 큰 상을 받기도 하고 그랬다. 친정 가면 그때 사진들 좀 찾아봐야겠다. 지금도 무대 위에 올라가서 크게 떨지 않는 것은 그 때 키운 근육 때문인가 싶기도 하다.


나에게는 시카고 ‘All that Jazz’와 영웅의 ‘게이샤’ 중 하나를 선택할 기회가 있었는데 색다른 작품 이럴 때 한 번 해보자 싶어 ‘게이샤’를 선택했었다. 처음에 연습 시작하면서 ‘아, 내가 너무 어려운 곡을 선택한 거 아닌가?’ 엄두가 안 났었는데 몇 동작 익히다 보니 국민학교 시절 부채춤 추는 친구들 모습을 부러워하던 내 모습이 떠오르면서 이제야 부채움의 한을 풀게 되는구나 싶은 그래서 더 열심히 연습해야겠다 싶다. 그 어느 작품보다 무대 위에 올려질 완성작이 기대가 된다. 



작가의 이전글 언제 쓰나요? 새벽에_이기적으로 나를 만나는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