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학급경영의 중요성

[나는 중학교 영어교사입니다]

by 선경지명

학교 업무의 90% 이상은 담임 손을 통해 이루어진다. 학교 업무 분장을 보면 각 부서별 업무 부장이 있고 계원들이 있다. 학급 담임이 있고 비담임이 있다. 각 부서에서 추진하는 모든 업무는 학생들과 관련된 사업이다. 학교는 학생들을 위해 있는 것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다. 각 부서에서 추진하는 사업이 제대로 진행이 되려면 담임교사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방과후학교를 예를 들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개설하기 위해 맨 처음 학생 및 학부모 대상 수요조사를 한다. 방과후학교 담당 부서에서 수요조사지를 만들어 각 반 담임교사에게 조사를 부탁한다. 담임교사는 반별로 수요 조사를 해서 방과후학교 부서에 넘긴다. 이후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개설된다. 개설하는 과정에서도 부서에서 여러 번 협조 요청이 온다. 한 반에 최소한 10명은 되어야 프로그램이 개설된다. 10명 미만으로 신청이 들어온 프로그램의 경우는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 그럭저럭 방과후학교가 개설되어 개강을 한다. 학생들에게 결석을 하지 않도록 참여를 독려하고, 시작 날짜와 장소를 안내하는 것도 담임이 해야 할 업무이다. 혹여 학생이 수업에 빠지면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연락을 하는 것도 담임의 몫이다. 이런 일들이 하루에도 몇 가지가 되풀이된다. 학생들에게 전달해야 할 내용만도 매일 아침 한 가득이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쌓여 있는 메시지부터 확인하는 이유이다.


그래도 이런 업무들은 그냥 하면 되니까 크게 정신적으로 힘든 일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교직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학생이라는 존재와 학부모라는 존재를 만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최근 학생들의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일에 어려움이 더 많아졌다. 예전에는 학교폭력의 대상이 주로 신체폭력이 많았다. 가해와 피해가 명백하니 학교 규정에 따라 처리를 하면 되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신체폭력보다 언어폭력이 많다. 소위 말하는 왕따 문제도 그렇고 서로 뒷담화를 하거나 심한 욕을 해서 언쟁이 붙는 경우, SNS상으로 욕설을 하는 경우 등 학교폭력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학교폭력 문제를 다루는 학생부가 있기는 하지만, 결국 문제가 발생하면 사안 조사부터 해결, 사후조치까지 모든 것이 담임교사의 몫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학생들에게 사실여부 확인 후 가장 먼저 학부모에게 연락을 취한다. 학생들은 아직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학부모 동의를 거쳐 이루어진다. 학부모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감정적이 되어 사안이 심각하게 흘러가기도 한다. 학부모들이 담임교사에게 서운함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 담임교사는 상담가로서의 역할도 잘 해내야 한다. 학부모의 의견을 잘 들어주어야 한다. 이해 당사자 양측의 입장을 잘 듣고 오해가 없도록 처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담임의 중요한 역할은 학교에서 학생들의 엄마나 아빠와 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선생님이나 우리 반 담임선생님이라는 호칭에서 벌써 학생들의 담임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신규 때부터 교과 수업도 중요하지만, 담임의 역할과 학급경영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담임교사가 학기 초부터 어떤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학생들을 지도하냐에 따라서 반 분위기가 크게 좌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초등학교에 비하면 중학교 담임교사가 반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적기는 하지만, 담임의 역할은 교과 교사 역할의 몇 배일 것이다. 임용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전공 공부에만 매진하고 교육학 이론만 공부할 뿐이지 학생들을 대하는 자세라든지 학급경영 팁에 대한 내용은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는다. 나 또한 그런 부분의 지식과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발령을 받고 난 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교과 지식을 많이 알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수업과 학급을 이끌어 가는 교실 관리classroom management 능력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그간의 경험으로 깨닫게 되었다.


어떤 철학을 가지고 어떤 규칙을 가지고 일 년을 학생들과 생활할지, 어떤 메시지를 학생들에게 전달할지, 학생들이 어떤 어른으로 자라면 좋을지, 이 모든 것이 포함된 것이 학급경영 철학이다. 나의 학급경영 노하우 중 학부모와의 관계 형성에 그래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방법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개학 첫 날 배부하는‘학부모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2000년 첫 발령을 받고 나서 담임을 맡은 해에는 한 해도 빠짐없이 실행해 왔다. 3월 2일 등교 첫 날 학부모에게 보내는 편지를 배부하고 답신을 받아오게 한다. 이 편지를 준비하면서 나의 교육철학도 정리해보게 된다. 또한 어떤 마음가짐으로 우리 반을 이끌어 갈 것인지 한 해 계획도 세우게 된다. 2월에 며칠간 고민하여 편지를 작성한다. 이런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무엇보다 학급경영에서 중심을 잡는데 크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학부모들에게 보내는 편지이지만, 학생들에게도 담임이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지도할 것인지 안내가 된다. 무엇보다도 이 내용을 정리하면서 나의 교육 철학에 대해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좋다. 학부모에게 보내는 편지에 정성스레 답장을 빼곡하게 적어서 답하는 부모님들이 많이 계신다. 아이의 특성을 설명해주고 1년간 아이를 잘 부탁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3월 말 학부모회의 때 보통은 부모님들 얼굴을 처음 뵙게 된다. 학부모 편지에 대한 답장을 주고받으며 어느 정도 신뢰가 쌓여서 그런지 학부모회의 때 처음 만나게 되지만, 호의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기타 상담할 일이 있어서 부모님과 통화를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매년 학급경영에 나름의 어려움이 있다. 어떤 해에는 학교폭력 사안이 열려 좋지 않은 소식을 부모님께 전하기도 하고, 의도치 않은 오해를 받아 서로 감정이 안 좋아지는 경우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나의 진심을 알아주고 원만하게 해결이 되었다. 학급경영의 시작은 3월 첫날 첫 만남에서부터이다. 2월에 미리 학급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만날 준비를 철저히 하면 할수록 한 해가 즐거워질 확률이 높다.


Bonus!

<2018년 학부모에게 보내는 편지>

안녕하십니까! 저는 1학년 3반 담임을 맡은 교사 최선경입니다. 새 학기를 맞이하여 학부모님들께서 새로운 담임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실 것이라 생각되어, 이 편지를 통해 저의 학급경영 중점 사항을 알려드리고 학부모님들께서 도와주실 일들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3반의 인연으로 만난 28명의 보석들! 모두 모두 환영합니다!!!

1. 선생님이 그리는 우리 학급의 최종 모습- 웃음이 넘치고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화목한 가족 같은 반

2. 바라는 교사상- 학생들을 믿고 사랑으로 대하는 교사, 단호함과 친절함을 갖춘 교사, 학생들에게 비빌 언덕 같은 존재, 존경받는 교사

3. 바라는 학생상- 배운 것을 실천할 수 있고, 자신을 표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베풀 줄 아는 사람

4. 학급 경영 중점 사항- 우리 학급의 최종 모습을 가능하게 하는 실천방안들

-뒷면에 있는 House of Class 1-3을 참고해주세요. 우리반의 울타리 미덕: 존중! 감사! 경청!

5. 부모님들이 도와주셔야 할 것들

◉ 아이들이 학습할 수 있는 준비상태를 갖추고 늦지 않게 등교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8:15분까지 입실)

◉ 숙제는 집에서 할 수 있게 지도해 주시고 매일 매일 가정통신문 확인 꼭 부탁드립니다.

◉ 혹시 아이들이 결석이나 지각을 할 경우, 혹은 연락이 꼭 필요한 경우 저나 학교로 꼭 알려주세요. 제가 전화를 받지 않을 경우에는 문자를 남겨주시면, 추후에 확인하겠습니다.

◉ 학교폭력에 대한 처벌이 강력해 지고 있습니다. 신체폭력 뿐만 아니라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의 SNS를 통한 언어폭력 및 인신공격 또한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으니 학생들에게 이 점 주지시키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해주십시오.

◉ 아침자습시간(08:20~08:50)은 주로 독서시간으로 운영됩니다. 독서하는 습관을 학생들이 가질 수 있도록 가정에서도 연계하여 지도해 주시고 양질의 책을 준비하여 학교에 오도록 해주십시오.

(아침자습시간에 학교나 학원 숙제 등을 하지 않도록 숙제는 집에서 할 수 있도록 지도 부탁드립니다.)

◉ 학교에서는 매일 감사노트를 적고, 집에서는 매일 복습노트를 작성하도록 지도할 예정입니다. ‘매일의 일상이 모여 한 사람의 일생이 되고, 꾸준함이 모여야 특별함을 이룰 수 있음을, 사소한 것에서부터 성취감을 맛볼 수 있음’을 학생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가정에서도 협조 부탁드립니다.

◉ 학교는 삶을 준비하는 곳입니다. 학교교육은 교사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과 그리고 학부모님들의 노력으로 완성된다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저의 교육적 관점을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들을 해나갈 계획이니 학부모님들께서 저의 교육 방침에 동의해 주시고 도와주신다면 더욱 힘이 되겠습니다. 자녀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고 나서야 찾는 질타의 대상이기보다는 자녀의 담임으로서 한 해 동안 부모님들의 든든한 지지를 받고 싶습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학교 적응 문제와 학습에 대해서 학부모님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자녀 문제로 상담할 일은 연락주시면 상담 시간을 잡도록 하겠습니다.

1년 동안 함께 있어 행복한 1학년 3반이 될 수 있도록 저를 믿고 지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최 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댁내 넉넉한 웃음이 깃들기를 기원하며 다시 소식 올릴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1학년 3반 담임교사 최 선 경

연락처 :

e-mail :

☞ 아이들에 대하여 하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으시면 부담 없이 연락해주시길 바랍니다.

(단, 수업시간과 늦은 저녁은 피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18년 3월 2일

담임교사 최선경 올림


>>> 학급경영에 대한 자세한 안내는 <중등 학급경영>책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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