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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40일간 미국여행 끝 그리고 시작

여행에서 돌아왔다

여행의 후유증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다


긴장이 풀린 몸은 이틀동안 시체처럼 잠만 잤고, 여행이 끝나갈 무렵부터 좋지 않았던 신체 컨디션은 한국에 와서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고생했다. 몸이 아픈 걸 핑계로 열지 않았던 여행 가방. 더이상 방치하면 안될 것 같아 여행의 고단함이 그대로 베어있는 캐리어를 열어 쉰내나는 옷들을  3일동안 빨았다. 세탁기로 옷을 빨지 않는 나는 손으로 물빨래를 한다. 세탁기는 왜 있는 건지..

시차적응이 안되어 참다참다 해가 지기도 전에 몰려오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침대에 꼬꾸라져 눈을 붙이면 새벽 1~2시에 눈이 떠진다. 그 시간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상하게 책을 읽거나 여행 사진을 정리하면 좋으련만…나는 침대에서 꼼짝하기 싫다. 본능적으로 스마트폰을 찾았고 여행동안 보지 못했던 드라마를 계속 몰아서 봤다. 내가 없는 동안 재밌는 드라마들이 이렇게나 많이 하고 있었다니..여행하는 동안 밤에는 지쳐서 침대에 눕기만 하면 그대로 꿈나라다. 눈뜨면 아침이니…그럼 다시 여행 시작이다. 한국 드라마 볼 시간따위는 없었다. 몰아서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니 아침해가 떠오른다. 늘 먹었던 토마토 주스를 한컵 마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토마토 주스 한컵이  여행에서 돌아왔다, 집에 왔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40일간의 미국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나는 집에 가기 싫다거나  더 있고 싶다는 여행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다. 아니, 더운 날씨에 돌아다니지 않고 집에 가만히 있어도 되는 그 편안함이 달콤하고 좋았다.


아. 집이다.

내 여행은 끝났고.. 몸고생도 끝났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준비없이 떠난 미국, 그것도 서부와 동부를 아우르는 40일간의 여행. 많은 일이 있었고 여행 막바지에는 더운 날씨와 함께 심신이 지쳐 여행에너지가 고갈되었으니.. 이렇게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나는 한국 삼복더위지만 집에 오니 좋다.

피곤하고 아팠던 몸 컨디션이 어느 정도 돌아왔을 때 조금씩 사진 정리를 해 본다. 여행 중간중간 만났던 사람들에게 보내줘야 할 사진들, 받아야 할 사진들, 보내 준 사진 중엔 다운로드 기간이 만료된 것도 있었으니 당황했지만..여행이 참 길었구나..피식 웃음이 나왔다. 여행 초반에 찍었던 사진을 보니 벌써 내가 거기 갔었던가 싶다. 어느 덧 여행 첫날이 석달 전이 된다.


긴 여행 중에 만난 소중한 인연들이 사진 속에 있다. 혼자 여행한 탓에 마음이 맞거나 일정이 맞아서 함께 여행했던 사람들 한명 한명이 소중하다. 내 여행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카톡으로 연결된 사람들에게 안부 톡을 건네본다. 다행히 언니!  누나! 하며 반가워해준다. 건강하게 잘 돌아왔냐고.. 꼭 한번 다시 만나자고.. 기약없는 약속들을 하며 서로 한국 컴백을, 헤어진 후 여행의 에피소드를 짤막히 나눈다. 다들 한국에서 일상의 삶을 잘 살아내려고 하는 것이 톡에서도 느껴진다.



40일동안 혼자한 미국 여행은 나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
사진 속의 나는 웃고, 또 웃고 여행이 즐겁다고 말하는 것 같지만..작년 러시아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탔던 느낌과는 전혀 다른 이 비워내는 듯한 이 느낌은, 허기진 느낌은 무엇인지 가라 앉는 이 감정은 무엇인지 다시 여행을 복기하며 글을 쓰면서 알고 싶어진다.


여행은 끝났고 돌아온지 꽤 지났지만,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언제나 로망으로 남아있던 뉴욕까지. 중간에 칸쿤까지 갔던 것을 포함해서 10개 도시를 여행했던 경험과 에피소드를 떠올리며 여행 글을 쓰며 이 여행을 계속 진행형으로 만들어야겠다. 그래야 여행을 끝내고 난 이 허기진 느낌의 근원이 무엇인지 이 여행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알아차릴 수 있을 것 같다.

여자 혼자 다니는 여행은 내 지인들에게는 특별해 보일지 몰라도 여행지에 가면 혼자 여행 온 전세계 여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므로 크게 특별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숙소에서 만난 사람들도 대수롭지 않게 혼자왔냐고.. 끝이다. 간단한 도시에 대한 정보공유를 하고 같은 한국 사람일 경우 좀 더 얘기가 길어지긴 하지만…이제 여자 혼자 여행하는 것에 대한 큰 특별함은 없는 것 같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여자 혼자 여행하든, 남자 혼자 여행하든, 어린아이나 나이드신 분이 여행하든 친구끼리 여행하든, 패키지로 여행을 하든 자유여행으로 여행을 하든 누구나 여행을 하면 이야기거리가 생긴다.  그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여행 정보로 다가 올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대리만족일 것이며 누군가에게는 다음 여행을 계획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항상 뉴스나 영화로만 만났던 미국. 익숙한 듯 낯선 미국을 여행하며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나누면 누군가는 공감하기도 하고 여행 준비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나도 내 여행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 이제.. 이 여행의 첫날,

2016년 6월의 어느 날로 돌아가보자.



00 프롤로그
01 첫 도시 샌프란시스코
02 천사의 도시 LA
03 살고싶은 샌디에고
04 눈부신 밤, 라스베가스
05 가만히 앉다, 그랜드캐년
06 미국 수도 워싱턴 D.C
07 혼자도 괜찮아, 칸쿤
08 쉼표, 필라델피아
09 도시가 주는 공기, 보스턴
10 뉴욕, 넌 사랑이다
11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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