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책방 이야기 9

초콜릿 한 입, 달콤 쌉쌀한 한 줄의 문장

by 초콜릿책방지기

책방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책방지기들은 항상 존립 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다. 아마 대부분의 책방들이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음식점을 비롯한 다른 자영업들은 제각기 조금씩 다른 고민들을 안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되지만, 책방은 어디나 얼추 비슷한 고민들을 안고 있을 것이라고 감히 주장해본다. 코흘리개 책방 주제에 이런 주장을 함부로 할 수 있는 이유는 책방의 매출 구조가 뻔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신박한 신상품을 내놓을 수 없고 상품의 이윤율을 조정할 수 없는 까닭에 책방 매출에 도움이 될 만한 새로운 이벤트를 끊임없이 기획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벤트가 엄청나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벤트는 이벤트일 뿐, 책방의 지속가능성에 약간의 확률을 더해줄 뿐이다.


그럼에도 약간의 확률이나마 더하기 위해서, 책방지기들은 줄기차게 이벤트를 기획하거나 준비한다. 물론 나도 그 필요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책방 문을 열자마자, 아무 말 대잔치를 하듯 '아무 이벤트 대잔치'를 벌여왔다. '대잔치'라고 명명하기에는 참으로 소박한 것들이라서, 일단 솟아오르는 부끄러움을 지긋이 한 번 눌러줘야겠다.


그래도 내 머릿속에서 나올만한 것들은 죄다 쥐어짜 내서 이런저런 이벤트를 기획하고 진행해왔다. 이벤트는 물론 잡무와 야근을 동반하고, 때로는 이윤은커녕 애써 벌어놓은 월세를 깎아먹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그래도 이벤트를 하는 이유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냥 아무것도 아닌 책방으로 있다가 어느새 소리 없이 사라져 버릴 것 같아서이다.


어쨌든 책방 문을 연 지 이제 얼추 반년이 되어 가고, 그동안 꾸준히 벌여온 이벤트 덕에 남은 것은 약간의 재미와 넉넉한 양의 피로감이다. 딱 꼬집어서 피로한 게 아니라, 두리뭉실하게 피로한 느낌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 피로감은 재미를 찾는 마음에 밀려 잊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나에게 남은 것은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sns로만 알고 있는, 전국 어딘가 구석진 책방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책방지기들을 향한 응원의 마음과 연대감이다. 서로 얼굴 보고 말 한 번 섞은 적이 없고 술 한 잔 기울인 적 없지만, 우연히 만난 누군가가 어딘가의 책방지기라고 한다면 나는 무조건 한 번 안아주고 싶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프리허그밖에 없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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