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한 입, 달콤 쌉쌀한 한 줄의 문장
분명히 욕먹을 사실을 고백하자면 그동안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가 명확하다고 생각해왔다. 악기 연주를 비롯해 기술을 연마해야 하는 분야는 물론이거니와 글쓰기와 같은 분야에서도 그 경계가 분명히 뚜렷하게 존재한다고 믿어왔다. 그래서 처음 인터넷 소설이라는 것이 등장했을 때, 아예 그런 글들은 읽어보지도 않았다. 경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렇다고 해도, 그 경계를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생각하던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 그런 지점에서 편견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사실 다른 분야에서도 프로의 경지에 올라있음에도 운이 따르지 않거나 기회가 닿지 않아서, 혹은 여러 가지 이유로 그냥 아마추어로 남아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글쓰기라는 분야는 어느 분야보다 더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가 모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등단을 하지 않으면 정식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을 해 왔었고, 정식으로 인정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등단을 하지 않은 사람은 아직 아마추어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 바깥의 변화와 더불어 내 안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연히 읽어본 인터넷의 글이 예상보다 훌륭한 것을 발견했을 때의 당혹감과 다양한 독립출판물들을 접하면서 느꼈던 신선함들이 내 속에서 어떤 폭발을 일으키면서 편견에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편견에 사로잡혀 있을 때는 폄하하면서 보지 못했던 것들을 있는 그대로 보기 시작했다.
게다가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가 무엇인지조차도 잘 모르고 막연하게 느껴왔던 것도 사실이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상을 받거나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들 앞에서만 마음의 문을 좀 더 넉넉하게 열어줬던 것도 사실이었다. 나조차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사람들은 베스트셀러만 좋아한다고 비야냥 거리기도 했었다. (나란 사람, 이런 식으로 이중적인 인간이다.)
물론 문장이 탁월하고 서사가 훌륭한, 누가 봐도 인정할 만한 작품들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작품들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로 판단하기도 힘들 만큼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정말 많은 작품들이 있고, 더 많은 작품들이 그 위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 작품들 중에는 작품성 여부를 떠나서 내 취향과 맞아떨어지는 것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기도 전에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르던 습관 때문에 때로는 괜찮은 작품들을 놓쳐버릴 때가 많다.
그리고 글을 쓰는 입장에서 봐도 아마추어와 프로의 구분에 집착하다 보니 나 역시 아마추어일 뿐이라고 생각해오면서 자신을 갖지 못했고, 다른 이들에게 내 글을 보여주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문득, 다른 독립출판물들을 보면서 내가 글을 써왔던 이유와 글을 쓰고 싶은 이유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유명해지고 싶어서 글을 써왔던 것일까, 혹은 인정받고 싶어서 써왔던 것일까.
역시 프로가 되고 싶었던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글을 쓰기가 왜 그렇게 힘이 들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 나는 그냥 아마추어로 살기로 했다. 좋아서 쓰는 글이라면 아마추어라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아마추어든 프로든 그게 무엇이든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나는 이게 좋은 것이다. 그리고 좋아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우리가 사람을 좋아할 때도 아무런 이유가 필요 없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