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공허함으로 가득 찼을 때
지난밤, 깊고 긴 공허함이 지나갔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조금씩 비어가다가 어느 순간 견딜 수 없을 만큼 빈 마음이 쉽게 채워지지 않아서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빈 마음속으로 혼자서 더 깊이 들어가려고 할 때, 책방의 모임원 U님이 선물해 준 책이 떠올랐다. 항상 책상 한편에 있었지만 급하게 읽을 책들에 밀려서 포개진 채 조용히 숨죽이고 있던 책이었다. 코너스툴이라는 책방을 운영했던 저자가 쓴 책이었는데, 책방 운영자들의 말이나 글은 책방을 하면서 자주 접해왔기 때문에 내용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과의 인연도 그렇듯 책도 인연이 되는 순간은 따로 있는 것 같다.
아마 그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내 공허의 원인을 쉽게 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코너스툴의 책방지기가 책방을 열게 된 과정과 3년간 운영했던 이야기를 담은 그 책은 그동안 덤덤하게 묻어두었던 책방지기라는 정체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코너스툴의 책방지기가 그 책방을 운영하면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는 그 책을 읽지 않아도 알 수 있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5년을 넘긴 우리 책방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뼈아프게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직업은 밥벌이가 되지 않으면 그 직업을 유지할 동기가 사라지고 그것만큼 분명한 사실은 없을 텐데, 이상하게도 책방지기들은 밥벌이가 되지 않는 그 직업을 견디면서 책방에서 난 손실을 다른 곳에서 가져와 메우곤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런 이상한 행동을 하는 이유가 책을 좋아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하면 너무 순진해 보일 것 같긴 하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도무지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많은 책방지기들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서 책방에서는 커피나 술, 문구류 등을 팔아서 어떻게든 유지해보려고 하지만 그것도 정말 쉬운 일은 아니다. 들이는 노력을 생각한다면 매출은 영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돈의 가치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책방을 하면서 얻는 것이 정말 많지만,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오르는 사회에서 살면서 돈의 가치를 따지지 않을 수 없고, 돈의 가치를 생각하면 자존감이 무너지곤 한다. 다른 일을 했다면 이것보다는 나았을 텐데,라는 가정이 머릿속에서 끝없이 맴돌기 때문이다. 아마도 많은 책방들이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 아닐까 짐작하곤 한다.
코너스툴은 이제 더 이상 책방 운영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책을 읽고 나서 한 번 방문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책방지기의 입장을 생각하면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제 마음 고생하지 말고 좀 더 자유롭고 즐겁게 책을 읽게 되기를 진심으로 빌어주었다. 그 책 덕분에 나도 내 공허의 원인을 알아서 감사한 마음도 크다.
"작년에 비해 올해 달라진 것은 조금 더 확고해진 마음이다. 책방을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 어떻게든 여러 방편으로 돈을 벌고 메꾸는 이 방식을 이어가고 싶다는 마음이다." (204)
코너스툴 책방지기는 재계약을 하면서 위와 같이 결심했다고 하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책방을 유지하기 위해서 너무 애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