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한 입, 달콤 쌉쌀한 한 줄의 문장
며칠 동안 책이 팔리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커피랑 초콜릿조차 팔리지 않는 날이 이어져서 침울해있던 어느 날, 헬로 인디북스 책방지기님이 연락을 주셨다. 마감 후에 잠시 시간을 내서 헬로 책방지기님이 데리고 오는 사람들의 질문을 받아주고 책방 소개를 해주면 5만 원의 사례를 하겠다고 했다. 이건 망설일 것도 없었다. 5만 원을 벌 수만 있다면 아무리 곤란한 질문이라도 다 대답해줄 자세가 되어 있었다. 나의 야근을 걱정하시는 헬로 책방지기님께 그런 야근은 백번도 더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나는 며칠 동안 굶은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헬로 책방지기님과 함께 온 사람들은 책방을 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었다. 책방의 부동산 정보에서부터 큐레이션 기준까지 질문은 다양했고, 돌아가자마자 금방이라도 책방을 열 것 같은 분들이었다. 나는 가감 없이 모든 것을 투명하게 이야기했다. 좋아하는 책도 읽고 돈도 버는 일 따위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책방을 여는 것을 꿈꾼다. 은퇴 후의 삶으로, 혹은 열심히 벌어서 모은 종잣돈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책으로 둘러싸여 있는 공간을 꿈꾼다. 자신만의 서재를 꾸리면 몸도 마음도 편하겠지만,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할 테니 자신만의 책방을 꿈꾸는 것이다.
자기만의 서재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가장 큰 이유가 다른 사람과의 만남 때문인 것 같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는 방법은 분명히 다양하게 열려 있다. 그중에서 책방을 여는 것에 방점을 찍는 사람들은 분명히 책을 통해서 자기 주도적인 만남을 꿈꾸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 책방을 열 때만 해도 내가 좋아하는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기만 해도 좋겠다는 소심한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책방을 열고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방법은 다양하고 책방을 여는 것보다 더 쉽게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책방을 꿈꾸는 나와 같은 사람들은 아마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타인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강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게 아니라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면 역시나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좋아하는 책도 읽고 돈도 버는 일 따위는 실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건 정말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나도 책방을 열기 전에 이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책방을 열었으니, 지금 책방을 열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할 말은 없다.
그래서, 여전히 책방을 여는 것에 미련이 남는다면, 다양한 책방 지원사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면 된다. 사업 공고가 뜨면 그 어떤 책방보다도 멋진 기획서를 작성해서 심사위원의 눈에 잘 띄게 보내면 된다. 그래서 운 좋게 선정이 되면 최소한의 운영 비용이 생기게 되고 지원금이 남아있는 동안은 근근이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나도 돈에 초연한 사람은 아니라서(하지만 맨날 막 그런 척하고, 그렇지 않은 마음을 들키면 부끄러워한다), 열심히 책방 지원사업에 지원을 했다. 한 없이 낯설기만 한 공공기관 지원서 양식에 억지로 적응해가면서 지원서를 쓰고, 공손하게 메일을 작성했다. 그리고 발표가 날 때까지 한동안, 지원금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상상하면서 즐거워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 탈락.
이 결과는 로또 한 장을 쥐고 일주일을 행복해하다가 실망하는 것보다 훨씬 더 타격이 컸다. 로또는 인생역전의 기회이긴 하겠지만 일상과 맞닿아 있는 의미는 아니지만,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여부는 일상을 유지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며칠간 부진한 매출 때문에, 나는 급격히 우울해졌다. 이럴 때는 책방을 열었던 목적을 잊어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존재의 이유조차 잘 생각이 나지 않게 된다.
그 와중에 헬로 책방지기님이 연락을 주신 것이다. 5만 원에 나는 다시 책방을 잘 꾸려가야 할 이유를 찾게 되고, 삶의 원동력을 찾게 된다. (그래, 난 배고픈 소크라테스 같은 건 할 수 없는 인간이다, 5만 원으로 맛있는 음식과 술을 먹을 수 있어야 책방을 계속할 수가 있다.)
그러니 이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단 한 마디다.
헬로 책방지기님,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