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책방 이야기 23

초콜릿 한 입, 달콤 쌉쌀한 한 줄의 문장

by 초콜릿책방지기

수요일 독서모임에는 왕언니가 있다. 책방에서 어떤 모임을 하든, 참가자들의 신상을 묻지 않는 무심한(?) 습관이 있어서 언니의 정확한 나이는 모른다. 그저 모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다 보면 대체로 나이와 직업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알게 된 사실이 언니가 모임 참가자들 중에서 가장 연장자라는 것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식당을 운영해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수요 독서모임 참가자들은 자연스럽게 언니에게 '왕언니'라는 애칭을 사용하게 되었다.


수요 독서모임을 처음 만들었을 때, 신청자가 생길지도 회의적이었지만 한 번 와본 사람이 지속적으로 참석을 할 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시작도 하기 전에 회의적인 마음으로 시무룩해있는데, 왕언니는 시큰둥하게 신청을 하고 대수롭지 않은 듯 모임에 왔다. 처음 한 번만 오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매주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 오고 있다. 언니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전화가 오면 얼버무리듯 대충 받아버리고는, 모임이 끝날 때까지 함께 있다가 간다.


평일 오전 시간의 특성상, 수요 독서모임의 참가자들은 대부분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이다. 그날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항상 육아와 교육에 관한 이야기로 화제가 수렴되고는 했다. 때로는 남편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엄마들의 관심사는 온통 아이들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왕언니는 그저 조용히 웃기만 한다. 잘하고 있네, 하는 칭찬이 들어간 추임새만 가끔 섞을 뿐이다.


왕언니는 이미 두 아이를 성인으로 키워냈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두 아이를 키웠으니 정말 치열하게 살아낸 워킹맘이었을 것이다. 할 말은 얼마나 많을 것이며, 조언해줄 경험은 얼마나 풍부할까 싶은데, 왕언니는 항상 조용히 듣기만 한다. 가끔 내가 왕언니한테 언니 아이들 키울 때는 어땠냐고 물어보면, 아무것도 모르고 대충 키웠다고 서둘러 대답하고는 입을 다물어버린다. 그러면서도 수줍게 아이들 어릴 때 사진을 보여준다.


아주 가끔, 왕언니와 비슷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독서모임에 참가할 수 있냐고 물어올 때가 있다. 내가 아무리 흔쾌히 나이는 상관이 없다고 말을 해도, 혹은 왕언니의 존재에 대해 알려줘도 선뜻 오는 사람은 없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왕언니를 다시 생각한다. 산악회를 비롯해서 왕언니가 속해 있는 다른 여러 모임과는 달리, 이곳 독서모임에서는 분명히 약간은 불편함을 느꼈을 텐데 무엇이 왕언니를 여기까지 오게 만드는 것일까 하고.


그 이유를 지난번 독서모임에서 살짝 엿본 것 같기도 하다. 지난번 모임에서 '오늘 아침'이라는 주제로 간단한 산문 쓰기를 해서 서로에게 읽어주기를 했었는데, 언니는 그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난 아무래도 질풍노도의 시기인 것 같다고. (언니의 표현법은 살짝 달랐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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