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책방 이야기 22

초콜릿 한 입, 달콤 쌉쌀한 한 줄의 문장

by 초콜릿책방지기

아직 1장까지밖에 읽지 못했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 빨리 읽고 나서 돌려주고 싶지만 당장 해야 할 일들에 밀려서 더 이상 읽지 못하고 있다. 마침 오늘도 편의점으로 맥주병을 팔려고 가고 있는 이소에게 말했다. 다 읽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데, 괜찮냐고.


김이소는 책방 옆에 있는 집에 살고 있는 이웃집 친구다. 연희초등학교 4학년이고 책을 무척이나 많이 읽는 친구다. 초콜릿 책방에는 태블릿 초콜릿 모양의 서가가 있는데, 그곳에 꽂혀있는 책들은 모두 책방에서 읽어도 된다. 열람용 서가의 가장 열렬한 이용자가 바로 이소다. 이소는 학교가 끝나고 학원까지 갔다가 와도 저녁 식사 시간까지 한두 시간 비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책방으로 와서 책을 읽는다. 한 번 앉아서 읽기 시작하면, 한 권을 다 읽을 때까지 일어나지 않는다. 이소가 책을 읽는 속도에 감탄하면, 이소는 다독상을 받은 것을 자랑한다.


한 번은 이소에게 요즘 읽는 책이 무엇인지, 어떤 책이 재미있는지 물었다. 도서관에서 백번은 빌려 읽었다는 <레몬첼로 도서관 탈출 게임>이라는 책 제목을 말해주었는데, 듣고 나서 바로 그날 잊어버렸다. 다음날 만나서 다시 물어보니까, 아마도 내게는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해주었다. 제목이 너무 길어서 두 번 듣고는 도저히 외울 수가 없어서(사실 짧은 것도 금방 잊어버려서 꼭 메모를 해둬야 한다),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어느 날 이소가 그 책을 읽었느냐고 물었다. 나는 부끄러워하면서 아직 찾아보지도 못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소가 천진하게 웃으며, 책을 빌려주겠다고 했다. 생일 선물로 그 책을 받게 되었다고 자랑하면서 말이다.

바로 집으로 달려가서 책을 가져와서는 천천히 읽고 돌려줘도 된다고, 1년 안에만 돌려주면 된다고 친절하게 말해주었다. 고마운 마음과 의욕이 넘쳐서 금방 읽고 돌려준다고 했지만, 아직도 1장까지만 읽은 상태다. 잠을 줄여서라도 책을 좀 읽어야겠다.


이소와는 책방을 열면서부터 친구가 되었다. 책방 오픈 이벤트로 북토크를 하게 되었는데, 이소가 와서 맨 앞에 앉아 질문을 하면서부터였다. 북토크를 저녁에 진행했는데, 이소는 엄마한테 말도 없이 천연덕스럽게 책방에서 간식을 먹으며 앉아 있어서 이소 엄마를 무척이나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 뒤로도 책방에서 하는 이벤트에 관심을 갖기는 했지만, 자주 참여하지는 않았다. 다른 관심사가 훨씬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토요장터에서 물건을 판매해도 되냐고 먼저 물어봐놓고는 그날 수영장으로 놀러 가 버리기도 하고, 북토크에 와보겠다고 하고는 친구랑 놀다가 잊어버리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는 이웃이라서 자주 만난다. 그리고 이웃끼리 흔히 하는 것, 내가 만든 초콜릿을 나눠 먹거나 이소가 기르는 애플민트를 얻기도 하는, 그런 소소한 정을 나누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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