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조장(鳥葬)

by 윤슬

한 밤의 거리 형형색색한 간판이 빛나고
저마다의 욕망으로 타오르는 골목에서도
제 발자국에 맞춰 걷는 길고양이만을 쫓고

연설이니 집회니 공연히 떠들어
기이한 잡설로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져도
귀뚜라미 우는 갈바람만을 듣고 싶은데

꿈틀거리며 약동하는 세상에 싫증이 나서
만약 지구에서 떨어진다면
숨 참고 발을 뗄 수만 있다면
저 멀리 포근한 구름에 다다를 수 있을까

나는 단 하루의 장례도 원치 않고
몇 년 간의 추모는 더더욱 싫고
국화 한 송이 무덤 한 자리도 바라지 않으니
거리에 티끌 하나 섞이지 않도록
높으디 높은 산상에서 터럭처럼 흩어주오

그들의 혀 위에 오르내리기 전에
까마귀야 독수리야 나를 쪼아 삼켜주거라
흐르는 눈물에 타는 듯한 갈증을
바다야 힘껏 껴안아 나를 묽게 녹여주거라

간사한 영혼은 은혜와 원수를 잊으나
주린 위장은 제가 삼킨 목숨을 기억하니
나 차라리 사막의 손 위에서 엎어져
지워지지 않는 생명의 손금을 남기리라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시) 나이 든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