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사장님의 최후

by 우아써니

교복 사장님은 먼저 교실에 와계셨다. 남학생들의 웅웅거리는 소리와 과격한 몸짓 뒤로 사장님은 조용히 책상 두 개를 배치하고 계셨다. 유선은 늦지 않았지만 더 일찍 도착해 자리를 셋팅하고 있는 사장님께 죄송한 마음을 담아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 교실 뒷문으로 들어갔다.


사장님은 어쩐지 조심성이 많고 잔뜩 긴장한 듯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교복 입찰 건을 따내는 일이 사장님들께는 생업의 중요한 일일 테니 오늘의 교실 참관에 진심이었을 것이다. 유선이 선택한 업체 사장님은 사업가같은 다른 업체의 사장들과는 달라 보였다. 시종일관 두 손을 모으고 듣는 사람의 태도를 했달까. 유선은 그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그에게 입찰의 기회가 돌아가도 좋을 것 같았다. ‘정신차려. 공정하게 평가해.‘ 마음의 소리를 들으며 정신을 차려본다.


조용히 목례를 마치고 교실을 둘러보았다. 남학생들은 푸른빛이 도는 네이비색 상의들을 입고 있었다. ‘교실 풍경은 달라진게 없는데, 남학생반이라 그런지, 어쩐지 네모난 상자같은 교실이 더 작아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무도 교실 뒤를 돌아보며 자신과 사장님에게 신경쓰는 학생들이 없는 것이 유선은 낯설게 여겨졌지만 이내 업무모드로 돌아와 사장님 옆에 섰다.


사장님은 유선과 비슷한 키로 남자치고는 작은 키라고 할 수 있었다. 샘플 교복들을 책상에 배치하는 일은 거의 다 마무리 되어 있었다. 샘플을 들여다보려고 유선은 허리를 숙였다. 그 때 갑자기 사장님은 유선의 몸을 돌려 책상에 상체를 밀어붙이고는 얼굴을 유선의 목덜미에 갖다댔다.

“왜 이러세요?”

“냄새가 좋아.”

“냄새가 좋아.”

사장는 그 말을 반복하며 두 손으로 유선의 양 팔을 잡았다.

사장의 머리는 유선의 목덜미서 머리로 다시 목에서 가슴으로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유선은 소리를 질렀지만, 유선도 유선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고개를 비틀어 남학생들에게 도움을 청하려 했지만 아무도 교실 귀를 보고 있지도, 또 유선의 외침보다 더 낮고 시끄러운 소리들이 교실을 채우고 있었다. 유선은 체구도 작은 사장님에게 붙잡힌 제 손목에 무력감을 느끼며 정신을 잃어갔다. 끝까지 들리지 않는 소리를 내질러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정신을 차린 유선의 주변에 남학생들과 이 반의 담임인 듯한 여교사 한 명이 서있었다. 유선은 울부짖으며 “사장님이, 사장님이… ”

말을 맺지 못하고 그들의 시선을 쫓아 교실 뒤쪽 환풍구를 돌아 보았다. 교복 사장의 머리와 허리가 모두 꺽인채 환풍구 끝에 덜렁거리고 있었다.

“악~”

담임 여교사는 의자위로 올라가 그의 머리를 환풍기 안으로 밀어넣어 건물 아래로 떨어뜨렸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이쯤은 별거 아니라는 듯, 남학생들의 작고 여린 체구의 여담임이 유선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네모 반듯한 격자의 창들과 창살이 얽혀 하얀 교실벽에 만들어낸 그림자들만 춤추고 있었다.


유선 옆에서 잠들었던 남자가 물 한 잔을 내밀며 유선의 몸을 흔들어 깨운다.

“사장님이…”

“사장님이…”

눈을 떠보니 커튼이 달리지 않은 거실 창가로 앞 동의 작은방들과 뒷베란다와 계단부의 창문들이 불꺼진 채 우뚯 솟아있다. 하나둘씩 불이 켜지고 유선은 하얀 거실 벽 여기저기에 그려진 다양한 직선들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몸을 일으킨다. 살아있다. 나는 살았다. 사장님을 죽인게 나인지, 남학생들이었을지, 나보다 작은 체구의 여담임이었는지, 사장 본인인지는 모르지만 지독한 꿈에서 나는 살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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