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횡단 열차(4일 차)
이 긴 열차 끝에는 뭐가 있을까?
그냥 지나쳐도 되는 이 의문을 가지고 우리는 탐사대가 되었다.
30분간 정차하는 역에서 열차의 길이가 얼마나 될지, 끝에는 뭐가 있을지 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마지막 칸에 도착해서 우리는 놀랍고 비현실적인 장면에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바로... 열차의 맨 뒤에는 평양에서부터 모스크바로 가는 열차가 어디선가부터 결합(도킹)이 되어 같이 가고 있는 것이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 안에서 이따금씩 북한에서 온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열차 밖에서도 북한을 만났다. 횡단 열차 맨 뒷칸을 보면 어디에서부턴가 함께 달려온 기차가 보이는데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는 로고가 박혀있다. 하지만 다른 칸에 있는 손님들은 내려서 화장실도 가고 매점도 가지만 북한에서 온 열차는 모스크바에 갈 때까지 한 번도 열리지 않은 채 굳게 닫혀있다. 커튼도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높게 쳐져있다. 침대칸이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고 밖에서 안으로도 안에서 밖으로도 넘어볼 수 없었다.
굳게 쳐져있는 높은 커튼처럼, 저 기차 안에는… 저 나라안에는 우리가 모르는 가슴 아픈 사연들이 많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반 객실에서 만난 최 씨 아저씨와는 다른 신분인 건가? 대체 저 안에는 누가 타고 있는 걸까?